개인위생 실천율↑·걷기 등 건강생활 실천율↓
코로나 이외 호흡기 전파 감염병 급감...만성질환 신환자 발생도 감소
"건강행태 변화와 만성질환 관리 적극적 노력 필요"

[라포르시안] 코로나19 유행 장기화가 일상생활과 함께 건강행태, 의료이용을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감염병 발생 양상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유행 기간 동안 운동·신체활동 감소와 배달음식·인스턴트 식품 섭취 증가 등 부정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흡연 및 음주 감소,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률 향상과 같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특히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과 같은 방역수칙 준수율 향상과 손씻기 등 개인위생 향상은 감염병 발생을 크게 감소시켰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발행한 '주간 건강과 질병'(제14권 제39호)에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의 감염병 발생 양상과 건강행태 및 의료이용의 변화'(교신저자 질병관리청 감염병정책국 감염병정책총괄과 조경숙)라는 보고서를 게재했다. 

이 보고서는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위생 및 방역수칙 실천율, 식생활 등 일상생활 변화와 신체활동 등 건강행태 변화, 의료이용 및 감염병 발생 양상 변화 등을 전반적으로 분석했다.

2020년 지역사회건강조사 등으로 코로나19 유행 이전 상황과 비교한 현재의 일상생활 변화 정도를 파악한 결과 '걷기, 운동 등 신체활동이 줄었다'는 응답이 52.6%, '인스턴트식품이나 탄산음료 섭취가 증가했다'는 응답이 23.8%, '배달음식이 증가했다'는 응답이 43.6%로 나타났다. 

반면 '음주가 줄었다'(45.3%), '흡연이 줄었다'(19.7%)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친구 등과의 만남횟수 감소는 89.6%에 달했고, 대중교통 이용감소도 63.6%였다. 

금연·절주·걷기를 모두 실천하는 건강생활 실천율은 2019년 28.4%에서 2020년 26.4%로 2.0%포인트 감소했다. 

스트레스 인지율은 2019년 25.2%에서 2020년 26.2%로 1.0%포인트 증가했고, 우울감 경험률도 2019년 5.5%에서 2020년 5.7%로 0.2%포인트 증가했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방역수칙 준수와 개인위생 향상은 감염병 발생률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10여 년간 법정감염병 신고건수를 살펴보면 2011년 9만7,491건에서 2019년 18만4,323건으로 약 2배 정도 증가했다. 하지만 2020년에는 16만6,717건으로 9.6%(1만7,606건) 감소했다. 이 중에서 코로나19(6만727건) 발생을 제외하면 법정감염병 신고건수는 10만5,990건으로 무려 42.5%(7만8,333건)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급별 감염병 신고건수를 보면 제1급감염병의 경우 2014년 1건(보툴리눔독소증), 2015년 185건(중동호흡기증후군, MERS), 2018년 1건(MERS), 2019년 1건(보툴리눔독소증)으로 발생이 거의 없다가 2020년 보툴리눔독소증 1건과 코로나19(신종감염병증후군) 6만727건이 신고됐다. 

제3급감염병은 2011년 8,966건에서 2019년 1만9,443건으로 지난 10여 년간 2.2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에는 1만9,221건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제2급감염병은 2011년 8만8,525건에서 2019년 16만4,879건으로 2배 가량 증가했으나 2020년에는 8만6,768건으로 47.4%나 줄었다. 이는 2급감염병에 속하는 결핵, 수두, 유행성이하선염, 성홍열 등 호흡기 전파 감염병의 두드러진 감소세(51.3%)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결핵은 2020년에 1만9,933건으로 2019년 2만3,821건에 비해 16.9% 감소세를 기록했다. 수두 2019년 8만2,868건에서 2020년 3만1,43건으로 62,1% 감소했고, 유행성이하선염도 전년 대비 37.9%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호흡기 질환의 감소는 손 씻기 등 개인위생 향상과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 준수가 크게 기여했다. 실제로 그동안 80%대를 유지해오던 손 씻기와 같은 개인위생 실천율은 2020년 97% 이상으로 크게 향상됐다. 마스크 착용률도 99.5%에 달했다. 

코로나19 유행은 의료이용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20년 기준 1인당 월평균 입·내원일수는 1.56일로 전년도 1.77일 대비 11.9% 감소했다. 이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1.5%(0∼2.9%) 증가하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감소율이다. 

2020년 1인단 월평균 진료비는 14만1,086원으로 전년도 14만663원) 대비 0.3% 증가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증가율 7.4%(2.7∼11.7%)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반면 2020년 입·내원 1일당 진료비는 9만391원으로 전년 대비 13.6% 증가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5.8%(0.7∼9.9%) 증가율에 비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런 경향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질병 중증도가 경미한 환자는 의료기관 방문을 자제하고 증증도가 높은 환자 중심으로 의료이용이 더 많았거나, 코로나19 기간 동안 의료기관 방문을 미뤄 질병이 더 악화된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던 고혈압과 당뇨병, 암질환 신환자수도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감소세를 보였다. 

고혈압과 당뇨병 신환자수는 2020년에 각각 2.9% 및 5.7% 감소했고, 위암·대장암·간암 등 5대 암 신규 환자수도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같은 의료이용 변화는 코로나19 대응으로 의료기관의 만성질환 예방과 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진 측면과 함께 건강검진을 미루거나 의료기관 방문을 자제한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보고서는 "이런 결과를 통해 볼 때 코로나19 이후 향상된 개인위생과 방역수칙 준수는 향후 감염병 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으므로 감염병 관리 예방수칙에 대해서 지속적인 대국민 홍보와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코로나19 종료 이전에라도 국민건강을 악화시키고 질병부담을 가중시킬 건강행태 변화와 만성질환 관리에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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