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개원의협, 전문과목 통폐합 주장 꺼내…'전문과목미표시' 의원 18% 달해

현행 26개 전문과목 제도를 의료 현실에 맞게 전면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외과개원의협의회 이동윤(사진) 회장은 지난 29일 열린 추계학술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낮은 수가 등으로 인해 외과 간판을 포기하는 회원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이런 회원의 대부분 피부미용 쪽으로 간판을 내걸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은 전문과목을 손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전문과목 손질은 지금 현실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을 기반으로 전문과목을 통폐합하던지 새로운 과목을 만들던지 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의원급 의료기관 가운데 전문과목을 숨긴 채 개원하는 이른바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의 수가 전체의 1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 가운데 외과와 산부인과, 가정의학과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비현실적인 의료수가로 인해 고유 영역만으론 경영이 힘들어 전문과목을 포기한 채 일반의원으로 개원해 감기나 피부미용, 비만 등 환자유치가 수월한 분야나 비급여 진료 등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은 “전문과목 손질 주장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의료계 내부에서 전문과목 손질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이들이 많지만 이야기를 안하고 있을 뿐”이라며 “문제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과와 산부인과의 몰락은 정부의 정책실패를 여실히 드러내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초창기 한국 의료의 발전을 이끌어온 과목이 외과와 산부인과다. 그런데 정부의 정책실패로 인해 두 축이 다 무너졌다”며 “외과의 경우만 봐도 외과 진료만으로는 생존이 어려우니까 피부와 미용을 하는 회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과개원의협의회가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회원 실태를 파악한 결과, 2011년 외과 개원의로 신고한 회원 중 23.3%가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평균 의원급 의료기관 폐업률인 9.8%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이 회장은 “과거 외과 수련을 받을 때는 실려온 환자를 걸어나가게 하고, 사람을 살린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사회에 나와서는 우리가 쓰러지고 있다"며 "외과를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외과개원의협의회는 회원들의 살길을 도모하면서 외과 간판을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학술대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장은 “과거엔 외과를 고집했지만 지금은 회원들이 하는 일에 대해 정보를 주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그래서 학술대회 프로그램에 미용도 넣는 등 회원들이 외과를 포기하지 않고도 생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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