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포럼, '공공병원 설립·운영 재원 확충' 정책토론회 열어
담뱃값 인상으로 규모 커진 건강증진기금 적극 활용해야
지방교부금 산정시 공공병상수 반영

[라포르시안]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공공병원 확충 예산 확보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내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이 100조원에 육박하지만 공공병원 신축을 우한 예산안은 대전의료원 신축 설계비 10억원에 불과하다. 

전체 의료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불과한 공공병상으로 코로나19 확진자의 80% 이상을 감당하는 실정이다. 신종감염병 출현 등에 대비해 공공의료 확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공공병원 확충에서 가장 중요한 재원마련을 위해 담배에 부과된 건강증진부담금으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 공공의료 대전환을 목표로 지난 6월 출범한 ‘공공의료포럼’(이하 포럼)은 지난 14일 오후 2시부터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공공병원 설립과 운영을 위한 재원 확충'을 주제로 2차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 포럼에는 여야 국회의원과 의료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고 있다.

포럼 출범 후 두 번째로 마련한 정책토론회에서는 그동안 공공병원 확충에 최대 걸림돌로 지적됐던 재원마련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토론회 발제자인 나백주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재 70개 중진료권 중 공공병원이 없는 지역이 24곳에 이르며 그곳 모두 공공병원이 필요하고, 이미 공공병원이 있는 지역도 대부분 규모가 작아 신종감염병 대응 및 향후 고령화 대비해 증개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나 교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설, 장비 예산 외에도 불가피하게 발행된 적자를 정기적으로 평가해 지원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을 포함할 때 최소 5조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나 교수는 "공공병원 확충을 위해 신축이 우선 필요하지만 인구 감소로 인해 병원 경영이 어려워진 지역의 경우 민간병원을 매입하는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며 "일반회계 예산은 약 1~2년의 준비기간이 필요해 (민간병원) 매입 시기를 놓칠 우려가 있어 광역자치단체에 공공의료기금제도를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병원 신축에 필요한 재원 확보하기 위해 건강증진기금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증진기금은 2015년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그 규모가 커져 2020년 기준으로 4조 3000억원에 달한다. 건강증진기금은 현행 ‘국민건강증진법’ 제25조에 따라 금연사업, 건강증진사업, 보건교육, 보건의료 조사·연구, 질병의 예방·검진·관리, 암치료, 국민영양관리, 구강건강관리, 공공보건의료 및 건강증진을 위한 시설·장비 확충 등에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건강증진기금 중 상당액을 건강보험재정 지원에 사용하고 있어 기금 목적과의 정합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부터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강화하는 데 건강증진기금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돼 왔다.  

나백주 교수는 "건강증진기금의 40~50%를 (공공병원 신축에) 의무 할당할 경우 매년 1조 5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공모방식의 예산배정방식을 도입해 지자체 간 공공병원 인프라 확충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지자체가 공공병원 투자 인식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해 지방교부금 산정시 보건의료분야에 현행 인구수에 더해 광역자치단체 공공병상수를 추가로 포함하는 시행규칙 개정 필요성도 제기했다. 국고지원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국고보조율을 지자체 재정자립도, 재정자주도, 특수 상황을 고려해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국비보조율 상한도 80%로 확대할 것을 주장했다. 

공공병원 신축 방안으로 민간병원을 매입하고, 여기에 드는 재원마련을 위해 광역자치단체에 공공의료기금제도 신설 방안도 제시했다. 

특히 나 교수는 "국립대병원, 지방의료원, 보건소는 물론 타 부처 공공병원을 총괄하는 ‘공공의료청’ 설치가 필요하다"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를 대비하는 공공보건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변화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건강증진기금, 지나치게 건강보험재정 지원에 편중"

발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는 공공병원 확충을 위한 다양한 재원마련 방안이 제시됐다. 

현재 궐련 담배 1갑당 594원이 부과되는 국세인 개별소비세와 건강증진기금(1갑당 841원)을 공공병원 확충을 위한 예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담뱃세의 개별소비세는 지방에 교부되지 않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담뱃세 일부와 지나치게 건강보험지원에 편중된 건강증진기금의 활용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며 "고령화 사회에 걸맞은 실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예산 지출 항목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공병원이 안정적인 경영을 기반으로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끔 '총액예산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은 "현재의 공공병원은 독립채산제와 책임경영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하는 실정으로 민간병원과 차이가 없는 운영방식을 추구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병원은 인건비, 관리비 억제에 집중하는 등 자체 비전과 중장기 계획 수립이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별병원 상황에 맞는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안정적인 재정지원을 기반으로 총액예산제 방식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본적으로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질타도 나왔다.  

김창보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이사는 "내년도 정부의 공공의료 확충 예산은 ’제로‘ 수준으로, 정부의 의지가 있는지"를 반문하며 "건강증진기금 내 공공의료 확충 계정을 설치하고 기금의 30%를 우선 배정하도록 한다면 매년 약 1조원 상당의 기금확보가 가능하며, 국고보조율도 현행 50%에서 80%로 확대해 지자체의 투자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자체 잉여금을 활용해 공공병원 설립 목적 특별회계를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김상육 울산광역시 시민건강국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울산지역 확진자 중 300여명이 타시도로 전원 조치돼 치료한 사례를 들며 "울산은 전체 병상수 및 의료인력, 시민건강지표 등 보건의료적 측면에서 매우 열악한 수준으로, 울산지역 공공병원 설립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공공의료포럼은 이날 정책토론회에서 나온 의견과 내부토론, 지역단체와 간담회 등을 이어가고 보다 세부적인 재원확충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공공병원 신축 예산확보를 위한 법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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