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한 복용으로 경증·무증상 확진자 재택치료 가능해져
격리치료 따른 의료체계 부담 크게 줄어
백신과 함께 위드 코로나 전환 전제조건으로 꼽혀

[라포르시안] 코로나19 4차 유행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백신과 함께 경구용 치료제 개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복용이 간편하고 효과적인 경구용 치료제가 나오면 경증이나 무증상 확진자는 재택치료가 가능해져 '위드(with) 코로나'로 전환도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 개발된 코로나19 치료제는 정맥 주사제형으로, 환자 본인의 직접 투약이 어렵기 때문에 의료기관을 방문 또는 입원해야 한다.

반면 현재 개발 중인 경구용 치료제는 병원에서 처방받은 후 어느 곳에서나 시간에 맞춰 복용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코로나19 유행 종식보다는 공존하며 일상을 유지하는 위드 코로나로 방역체계를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복용이 간편하고 효과적인 경구용 치료제가 개발·출시되면 무증상 및 경증 확진자의 자가치료도 가능해져 의료체계에 미치는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급증하는 확진자에 의료진도 탈진...경증·무증상 자가치료 확대해야>

현재 국내 여러 제약사가 개발 기간 단축을 위해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5건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경증과 중등증에 대한 경구용 치료제는 대웅제약의 코비블록(카모스타트), 신풍제약의 피라맥스(알테수네이트, 피로나리딘), 부광약품의 레보리르(클레부딘)로, 모두 임상시험 2상을 마쳤다.

중증환자 대상으로는 렘데시비르와 코비블로(카모스타트) 병합치료에 대한 3상 임상에 166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중에서 대웅제약의 코비블록은 이달 중 3상 신청 여부가 결정된다. 코비블록은 국내 24개 기관에서 5개월 간 임상 2상을 진행했으며, 주평가변수는 ‘임상적 증상이 개선되기까지 걸린 시간’이었으나 위약군과의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는데는 실패했다.

대웅제약은 임상 2상에서 호흡기 증상 개선과 50대 이상인 경증 환자의 증상 개선에 효과를 확인한 만큼 추가 분석을 통해 조건부 허가 신청과 3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임상에서 나온 긍정적인 결과가 아깝다는 연구진 판단에 따라 추가 분석을 진행 중”이라며 “당초 8월 말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었으나 이번 달로 연기됐다. 결과를 보고 임상 3상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와는 별개로 감염경로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나잘스프레이 등 제형 변경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광약품의 레보비르 역시 ‘CLV-201’ 임상에서 1차 평가변수인 바이러스 음성전환율의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후 부광약품은 바이러스 감소를 1차 평가변수로 설정해 두 번째 2상(CLV-203)을 마쳤으며 늦어도 다음달 중으로 탑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두번째 2상 임상 탑라인을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에 발표할 예정"이라며 "임상 3상 진행 여부는 두 개의 2상 데이터에 대해 전문가 및 관계기관과 협의를 진행해 방향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MSD사가 개발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MSD는 글현재 로벌 3상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10월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MSD사가 개발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MSD는 글현재 로벌 3상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10월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풍제약의 피라맥스는 국산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중 가장 먼저 임상 3상 문턱을 밟을 예정이다.

피라맥스는 레보비르와 마찬가지로 음전율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억제효과를 근거로 임상 3상을 신청했으며,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신풍제약은 경증 또는 중등증 코로나19 환자 1,420명을 대상으로 피라맥스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비교 평가할 예정이다.

이 밖에 엔지켐생명과학을 비롯해 동화약품, 크리스탈지노믹스, 뉴젠테라퓨틱스등도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경구용 치료제가 개발되면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 재택치료가 가능해지는 만큼 고위험군과 중증 확진자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방역체계로 전환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련 기사: 정부 "치명률 중심 방역, 집단면역·국산 백신·경구용 치료제 갖춰야 가능">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재택치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다”며 “코로나19 경증 및 무증상에 쓸 수 있는 경구용 치료제가 나오고 전파차단 효과가 확인된다면 재택치료에 대한 거부감은 분명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증 및 무증상 확진자들의 재택치료가 가능해지면 생활치료센터 격리나 전담병원의 입원 부담은 감소할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그런 약이 얼마나 빨리 나올지 모르겠고, 비싼 약가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내년도 예산안에 코로나19 중증, 경·중등증 치료제 및 경구용 치료제 구입 비용을 417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지난 7월 2차 추경예산에 해외 제약사가 개발 중인 경구용 치료제 선구매를 위한 예산안이 편성돼 현재 해당 제약사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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