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없는 협상은 없다" 목소리 커져
중대범죄 의료인 면허취소법 처리 등 촉각

[라포르시안] 협상과 정책 제시로 '실리 회무'를 추구해 온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집행부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투쟁 없는 협상은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여당이 수술실 CCTV 의무화에 이어 중대 범죄 면허 취소 의료법 개정안을 힘으로 밀어붙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의정 관계가 '강대강' 국면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지난 4일 의협 용산임시회관 7층 회의실에서 '수술실 CCTV 설치 강제화 규탄'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기자회견 김동석 대개협 회장은 "수술실 CCTV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해 의협이 법안을 막지 못했고, 후속 대응도 성에 차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의료법 개정안은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다. 보건복지부가 시행령을 내놓기 전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필요하다면 투쟁체를 다시 발족해서 투쟁이 필요할 때는 적극 나서 의료주권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 함께 나온 이태연 정형외과의사회장은 "수술실 CCTV 의료법 개정안을 유발한 대표적인 진료과목이 정형외과다. 동료 의사들과 국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자정 노력을 기울여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호소했다"면서 "그러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우리나라 의료는 감시와 통제라는 후진적이고 관치의 잣대에 속박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일주일의 절반 이상의 시간을 수술실에서 보내는 외과 의사로서 깊은 자괴감과 모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수술실 CCTV 의료법 개정안은 우리나라 의료 수준을 퇴보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의 사례를 들면서 국가 의료체계에서 필수적인 인력이 수술실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회장은 "최근 정형외과 의사 2명이 사표를 내는 바람에 의료진이 절반으로 줄었다. 그들이 사표를 낸 이유는 '더는 수술을 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라며 "한 의사는 수술 후 일시적으로 팔에 마비 증상이 온 환자의 협박에 시달려 왔고, 진료실 문이 열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고 했다. 이번에 수술실 CCTV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결심을 굳혔다고 했다. 수술하지 않는 정형내과를 개업하겠다며 지방으로 내려갔다"고 전했다.  

이종진 비뇨의학과의사회장은 "수술을 하는 모든 진료과목이 맞닥뜨린 상황인데, 최소한 이 법안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게 중요하다. 최소한 환자를 위한 법안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극히 일부의 일탈자 때문에 법을 만든 것인데, CCTV가 없을 때보다 더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과 계열 진료과목도 CCTV 의료법 개정안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장영록 대개협 부회장은 "비수술 진료과목인 가정의학과나 내과도 이 법안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수면 마취도 CCTV 촬영 대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개협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수술실 CCTV 의료법의 폐기를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저항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의협은 CCTV 강제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요구했다. 또 CCTV가 필요 없도록 무자격자(UA) 불법수술은 법정 최고형으로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대개협의 비대위 구성 요구에 의협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된다. 수술실 CCTV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해 정부와 원만한 협상을 통해 독소조항을 제거하겠다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수술실 CCTV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의료계의 의견을 반영해 독소조항을 상당 부분 제거하는 등 '의협이 선방했다'는 여당을 비롯한 외부의 평가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복지부도 시행령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의료계와 충분히 협의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판국이다.  

문제는 법사위에 계류 중인 중대범죄 면허 취소 의료법 개정안의 향배다. 13개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규정한 간호사법 개정안도 뇌관이 될 수 있다. 

이를 고려할 때 9월 정기국회의 움직임에 따라 이필수 집행부가 어쩔 수 없이 실리 추구 노선을 버리고 투쟁을 선택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필수 회장도 역대 의협 회장과 마찬가지로 탄핵의 위험에 항상 노출돼 '소신 회무'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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