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를 보니 원격진료를 활성화 해야 한다며 목이 타도록 외친다. 제목만 봐도 원격진료가 의료계의 반대와 법적 규제에 묶여 펄펄 날 수 있는데 꿈쩍도 못 하고 묶여 있다는 안타까움(?)이 절절히 묻어난다. 예를 들어 ▲원격의료 서비스 언제까지 묶어놓을 것인가 ▲헛바퀴 도는 원격진료…`당뇨폰` 조차 규제 묶여 난항 ▲헬스케어株, 원격 진료 법제화..급등 ▲영리병원·원격진료 "해외는 펄펄나는데" 등의 기사에 담긴 메시지를 접하면 절로 애달픈 심정이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이런 주장을 볼 때마다 생뚱맞게 '부동산 광풍'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부동산 시장을 살려야 한다면 취득세·양도세 인하를 주장하던 경제지의 홍보성 기사가 자동으로 연상된다. "양도세 면제로 부동산 살려라", "취득세 쇼크, 강남 전세도 거래절벽" 등의 제목이 붙은 그런 기사 말이다. 원격진료 활성화 주장에서 부동산 거품과 불패 신화를 퍼뜨리고 "지금이 기회다. 대출이라도 받아서 아파트를 사야한다"고 끈적끈적한 목소리로 유혹하는 홍보성 기사의 채취가 느껴지니 이상한 일이다. 

왜 그런가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런저런 이유를 따져보니 아마도 '원격진료를 활성화 시켜라'는 주장의 이면에 숨겨진 자본과 상업주의의 숨결 때문인 것 같다. 의료와 IT간 융합을 기반으로 한 원격진료 활성화 논리가 의료적 측면이 아니라 지나치게 이윤 추구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은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실제로 활성화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원격의료는 복지를 넘어 산업 확산 차원에서도 시급하게 풀어야 할 사안이다. 발달한 정보통신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꼬드긴다. 과연 그럴까.  

앞서 복지부는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사-환자간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의료사각 지대에 놓인 446만명이 적용 대상자가 될 것으로 추계했다. 전체 국민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여기에는 의료취약지 지역 주민과 장애인 등 거동불편자, 군인 등 의료기관 이용 제한자 등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복지부가 꼽은 원격진료 대상자 주 상당수는 반드시 원격진료 서비스가 필요한 대상으로 보기 힘들다. 실제로 원격진료 서비스가 필요한 대상은 의료기관 이용한 불편한 도서·벽지 거주자 6만명과 선박탑승자 5만명 등 10만을 조금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원격진료의 시장성을 인정받기 위해 적용 대상자를 과대추계한 것으로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이 정도 적용 대상자를 상대로 과연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여기에 의료기관 병상이 과잉공급 상태인데 과연 실질적인 원격진료 수요가 얼마나 될지 장담하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의료사각지대에 한해 제한적으로 원격진료를 허용했다가 나중에 적용 범위를 확대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또 원격진료 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하는 데 있어서 국내에 먼저 구축사례가 필요하다는 업계의 요구도 적극 반영된 듯 싶다. 창조경제와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논리에 매몰된 정부의 단견과 새로운 시장 창출에 목매는 업계의 이해 득실이 딱 맞아 떨어졌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여기에는 국내 의료시스템에 미칠 영향과 환자들은 어떤 이익이 돌아갈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른 한편으로 원격진료가 활성화되면 일차의료가 무너지고 의료양극화와 건강불평등이 더 심해질까 걱정된다. 원격진료가 활성화되면 '언제 어디서나'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게 바로 'U-헬스케어' 개념이다. 유비쿼터스(Ubiquitous) 헬스케어의 줄임말이다. 라틴어 'ubique'를 어원으로 하는 유비쿼터스는 '동시에 어디에나 존재하는'이란 의미다.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고 환자가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개념을 담은 일종의 신조어다. U-헬스케어는 좋은 솔류션이다. 시공간의 제한없이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그렇게 이상적이기만 할까 싶냐는 거다. 

기술적으로 U-헬스케어는 가능하다. 이미 상당한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T)을 적용해 사람의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체온, 혈압, 혈당 등의 바이탈 사인(vital signs)을 측정해 원격진에 위치한 의사, 혹은 의료기관에 전송하는 기술이 구현됐다. 또한 원격지에서 수술장비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착용하고 있으면 각종 생체신호를 체크하는 헬스자켓이나 가정에서 환자의 생체신호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장비나 기술도 개발됐다. '언제 어디서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의료진이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수준임은 분명하다. 이런 원격진료를 이용하는데 공짜일리 만무하다. 당연히 각종 모니터링 장비를 보급하고 네트쿼크망을 구축하는데 초기 투자 비용이 발생한다. 그 비용이 누구나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 될지 모르겠다. 휴대폰과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IT기기의 보급 과정을 보더라도 저소득층, 고령층, 장애인 등의 정보취약계층이 발생했다. 원격진료 역시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수익성 때문에 지속적으로 새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해야 하는 업체들의 영업전략을 고려하면 원격진료 수요자들의 비용 부담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언제 어디서나 진료를 받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누구나'는 아니다. 결국 의료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게 분명하다. 의료계가 우려하는 것처럼 원격진료가 활성화되면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가속화되고 이로 인해 일차의료기관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란 점은 자명하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서민들의 의료 접근성은 더욱 취약해진다. 부동산 버블 붕괴로 가장 고통받는 이들은 서민과 저소득층이다. 거품이 잔뜩 섞인 원격진료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이 그래서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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