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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터뷰] “의사단체서 왜 아청법 위헌소송 제기하지 않는지…”이경권(의사출신 변호사, 분당서울대병원 의료법무 전담교수)

지난해 8월부터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이 시행되면서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은 10년간 의료기관에 취업할 수 없게 됐다. 아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에는 6,000여명이 넘는 의사들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도 대한의사협회가 성범죄의 경중과 무관하게 의사면허를 10년간이나 박탈토록 하는 아청법의 합리적 개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섰다. 이처럼 의료계가 아청법에 반발하는 이유는 의료인의 직업 특성상 진료과정에서 신체접촉이 불가피한데다 환자나 보호자의 일방적 주장으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소지가 많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성인 대상 성범죄도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와 동일하게 취급해 10년 동안 의료기관 개설·취업 등을 제한하는 처벌 규정이 지나치다는 불만이 높다. 법조계에서도 아청법의 이런 처벙 규정이 입법취지에 어긋난다는 시각이 높다. 분당서울대병원 의료법문 전담교수를 맡고 있는 이경권 변호사를 통해 아청법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아청법의 목적은 아동과 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개정된 아청법에서는 성인 대상 성범죄도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다. 법률 전문가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나.

“아청법에서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또는 성인 대상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자를 처벌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아청법이란 말 그대로 아동·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이란 19세 미만의 자를 의미하기 때문에 성인 대상 성범죄는 아청법에서 제외되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포함돼 있다. 때문에 성인 대상 성범죄까지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입법목적에 위배된다.”

- 의료계에서는 다른 직업군에 비해 의료인에 대한 처벌 규정이 과하다는 불만이 높다. “아청법 위반시 10년간 취업이 불가한 곳 가운데 유치원, 학교, 학원·교습소, 청소년 시설, 어린이집, 체육시설은 아동·청소년의 출입이 잦은 곳이라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런데 유독 의료인과 경비업무 종사자에 대해서만 합리적 근거없이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 의료기관은 남녀노소 누구나 찾는 곳이다. 굳이 법 취지대로 의료기관에 적용하려면 소아청소년과 정도만 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법상의 모든 의료기관을 포함시킨 것은 직업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맞다고 생각한다.”

- 최근 안전행정부는 성범죄와 관련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의 경우 승진임용제한 기간에 3개월을 추가하는 내용의 ‘공무원임용령’과 ‘지방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공무원과 의료인 간 차이가 크다. “행정부의 입법예고에 따르면 성범죄 공무원의 임용을 취소하는 것이 아니라 승진 제한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성범죄라도 의사는 10년간 아예 직업활동을 못하게 한다. 이는 직업에 대한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 의료인의 직업 특성상 진료를 위해 환자와의 신체접촉이 불가한 경우가 많다. 만일 환자가 일방적으로 진료실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성추행은 목격자가 없기 때문에 피해자와 피의자 둘 밖에 사실관계를 모른다. 성희롱은 유일하게 피해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르고 있다. 때문에 환자가 앙심을 품고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할 경우 수사기관이 무혐의 처리하면 다행이지만 약식기소에 따라 조금이라도 벌금을 받게 되면 어쩔 수 없이 10년간 면허정지를 당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의사들은 이 점을 잘 모르고 있다. 의도치 않은 신체 접촉으로 인해 성추행으로 고소를 당해 경찰서에서 전화가 오면 대부분의 의사들은 귀찮기도 하고 주위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 벌금을 내고 말지라는 식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바로 10년 면허정지를 당하게 된다. 그게 싫으면 환자와 라포(Rapport)를 잘 형성하는 방법 밖에 없다.”

- 아청법상 성범죄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아청법에서 명시하는 성범죄의 범위가 모호한 것은 사실이다. 여성가족부에 성범죄의 범위를 강간이나 준간강 등으로 축소 적용이 가능한지 유권해석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부처가 유권해석을 한 번 내리면 고정이 되기 때문에 무작정 유권해석을 요청해서는 안 된다. 의사 개개인이 유권해석을 요청하는 것보다는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 차원에서 정부부처와 충분한 이야기를 나눈 후 답이 어떻게 나올지 미리 아는 유리한 상태에서 유권해석을 요청해야 한다. 의협 차원의 유권해석은 충분히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아청법의 적용을 받는 성범죄의 범위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는 말인가. 

“국회를 통과한 법률의 효력을 부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위헌 소송을 제기하거나 법개정을 추진하는 수밖에 없다. 그 전에 여가부와 협의 후 유권해석을 통해 성범죄의 범위를 축소 적용하는 방안이 우선이다. 이 방안은 복지부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 위헌소송을 제기할 경우 승산은 있다고 보는가.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 아무도 이 문제와 관련해 위헌소송을 안 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아동·청소년 외에 성인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게 10년간 면허정지를 내리는 것은 아청법의 입법목적에도 맞지 않고 다른 직업군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한마디로 말이 안 되는 법이다. 때문에 충분히 승소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의사단체에서 위헌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왜 가만히 있는지 모르겠다.”

손의식 기자  hovinlove@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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