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앞두고 긴급 담화문 발표...정부·여당에 공공의료 확충 등 결단 촉구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사진 제공: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사진 제공: 보건의료노조

[라포르시안] 전국보건의료노조 산하 124개 지부(136개 의료기관) 총파업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보건복지부와 노정교섭이 별다른 진전없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와 관련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31일 긴급 담화문을 내고 "노조는 파업 돌입 전까지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다시 한번 핵심 쟁점 타결을 위한 정부 여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지난 5월 31일 시작된 노조와 복지부 간 노정교섭이 3개월 동안 12차례 진행됐고, 지난 30일 열린 12차 교섭은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마라톤 교섭을 진행했으나 핵심 쟁점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나순자 위원장은 "최근 두 차례 연속 마라톤 교섭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며 "오늘 복지부장관의 담화문은 복지부가 수차례 이야기 해왔던대로 여전히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나 위원장은 "당장 현장에서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간호사를 비롯한 보건의료노동자들을 위해 이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과 대책을 마련하고자 했는지도 답을 해야 한다"며 "3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노정교섭을 진행했지만 기재부 등 재정당국의 외면과 복지부의 소극적 태도로 알맹이 없이 소중한 시간을 그냥 흘려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복지부와 노정교섭에서 공공의료 확충, 보건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8대 핵심사항을 요구했다. 공공의료 확충·강화 3대 요구로 ▲감염병전문병원 조속한 설립, 코로나19 치료병원 인력기준 마련과 생명안전수당 제도화 ▲전국 70개 중진료권마다 1개씩 공공의료 확충 ▲공공병원의 시설·장비·인력 인프라 구축과 공익적 적자 해소 등을 제안했다. 

보건의료인력 확충·처우개선 5대 요구로는 ▲직종별 적정인력기준 마련 및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확대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교대근무제 시행 및 교육전담간호사 지원제도 전면 확대 ▲5대 불법의료(대리처방, 동의서, 처치·시술, 수술, 조제) 근절 ▲의료기관 비정규직 고용 제한을 위한 평가기준 강화 ▲의사인력 확충과 공공의대 설립 등을 제시했다.

보건의료노조와 복지부는 8대 핵심사항 중 3개 사항에는 의견접근을 이뤘지만 코로나19 치료병원 인력기준 마련, 공공의료 확충, 간호사 처우개선 등 5개 핵심과제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나 위원장은 "코로나19 대응 의료인력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많은 국민들과 언론들은 1년 8개월간 왜 이런 기준조차 없냐고 오히려 반문하는 지극히 정당한 요구로, 코로나 전담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들과 보건의료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생명안전수당도 제도화하면서 예산 확보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최소 70개 중진료권 만이라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함께 국비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이것은 공공병원 확충의 국민적 지역적 열망을 담고자 하는 지극히 정당한 요구로, 기재부의 눈치보기, 지자체 핑계 등으로 복지부가 한번 해보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다면 대통령, 국무총리가 이제는 나서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방역 최일선에 있는 간호사 처우개선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나 위원장은 "수십년 이상 누적된 간호사 처우문제가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더 이상 버티지 못하면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것"이라며 "코로나 이전부터도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악명높은 간호사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간호서비스 질을 향상하기 위해 이제는 미국과 일본처럼 간호사대 환자비율을 법제화해 환자 보는 비율을 대폭 낮추고, 최악의 병원 밤근무 교대제를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교대제로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규 간호사의 높은 이직률을 개선하기 위해 교육전담 간호사 제도를 전면 확대하고, 간호사 처우개선과 직결된 야간간호료 등 지원을 전체 지역으로 확대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나 위원장은 "코로나 재난 시기, 모든 국민이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정책을 노-정이 극적 합의를 통해 추진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며칠간의 ‘의료대란’ 이 문제가 아니라 23만 임상간호사들의 '엑소더스(대탈출)'와 의료 붕괴가 현실화되면서 ‘위드 코로나’ 전환도, K 방역도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이제 시간이 없다.  정부 여당은 지금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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