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중심 거리두기 방역에 피로도 임계점 넘어서
'위드 코로나'로 지속가능한 방역체계 전화 필요성 커져

[라포르시안] 코로나19 4차 유행이 정점 없이 악화를 지속하는 가운데 지난 7월 12일부터 시작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한달을 넘어섰다.

여기에 4단계 거리두기를 9월 5일까지 2주간 연장하면서 거듭된 거리두기 방역조치 반복에 사회 전반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방역 최일선에 있는 의료진의 피로도 역시 장기간 쌓이면서 임계점에 임박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방역 방식을 확진자 수 중심에서 예방접종률, 치명률, 의료체계 역량 등을 고려한 새로운 대응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거듭된 거리두기 조치로 생존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 중심으로 '위드 코로나(With Corona⋅코로나와 공존)'로 방역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의료계에서도 봉쇄와 감염자 추적, 확진자 수 집계를 중단하고 여행과 모임 제한을 푼 싱가포르 모델을 벤치마킹해 방역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도 '위드 코로나'로 방역체계 전환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생활방역 정책 논의를 위해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자문기구인 생활방역위원회에서도 접종률과 치명률을 고려한 중장기적 방역전략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앞서 지난 6일 정례브리핑에서 "확진자 수, 예방접종률, 치명률, 의료체계 역량, 델타 변이 치료를 고려한 새로운 방역체계 전략과 체계를 같이 준비하고, 앞으로 다가올 2주 동안에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00~2000명대 사이를 오르내리는 상황이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으며, 백신 접종률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새로운 방역체계 발표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지난 20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6일에 (거리두기) 연장 발표할 때 확진자 수라든지 접종률 또 치명률, 의료체계 역량을 고려해서 전략 체계를 준비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현재도 이런 것을 고려해서 지금 (새로운 방역체계를)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새로운 방역체계를 적용하는 시기는 백신 접종률 등을 고려해 빨라도 9월 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제1통제관은 "다만 구체적인 시기나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은 정해진 바가 없다"며 "다만 1차 접종이 70%가 아마 추석 전에 달성할 것 같고, 한 2주가 지나게 되면 완전 접종이 되기 때문에 9월 말이나 10월 초쯤에는 (새로운 방역체계 전환) 모든 것이 검토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시민사회에서도 코로나19 대응을 지속가능한 방역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방역 대응이 확진자 발생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거리두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지난 23일 논평에서 "지난 7월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시행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굵게 짧게.. 조기 타개하겠다’는 입장발표를 했지만 그 이후 3차례나 고강도 거리두기 방역지침이 연장되고 있다"며 "많은 국가에서 코로나 이전 일상회복을 위해 다양한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듭된 거리두기 조치로 생존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나 취약층에서는 ‘코로나19에 걸려 죽으나 생활고로 죽어나 매한가지’라는 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건강세상은 "코로나19 대응으로 직격탄을 맞는 자영업자들은 생존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한국은 취업자 중 5명 중 1명이 자영업자로 OECD 국가에서 자영업 비율이 여덟 번째로 높은 나라"라며 "금융권 자영업자 대출은 840조 정도로 1년 전보다 18% 이상 늘어났다. 금리 인상까지 예고되어 자영업자들은 언제 꺼질지 모르는 바람 앞에 놓인 등불과도 같은 처지"라고 경고했다.

병원 문턱도 밟아 보지도 못한 채 집에서 혼자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고독사와 자살위험도 증가하고 있다.

건강세상은 "2019년 3,700건이던 고독사가 2020년에는 4,200건으로 500건이 늘었다. 코로나 우울증 영향으로 청소년 자해는 두 배나 늘었고 시민들의 우울증 위험군도 20%를 넘어서고 있다"며 "최전선에서 코로나19 방역을 담당하고 있는 의료진과 지원인력들도 절반 이상 우울 증상을 보이는 등 끝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 속에 많은 시민들이 지쳐가고 있다. 매일 확인되는 코로나19 사망자(8.22 기준,2222명)수와 비교해 보아도 코로나19 유행상황에서 고독사나 자살, 우울증 등의 통계는 가볍지 않다"고 했다.

이제는 시민이 솔선수범해 참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역체계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증 환자 중심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고 이전에 비해 코로나19 치사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 고위험군을 집중적으로 보고하고 집단면역을 높여 일상을 유지하는 쪽으로 방역시스템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세상은 "장기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비롯한 경제적 취약계층의 삶이 파탄이 나고 있다"며 "백신접종률을 높여가면서 고령층을 중심으로 한 고위험군을 집중적으로 보호하고 건강한 사람들은 생활 속 방역실천을 철저히 하면서 집단면역을 높여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역지침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필요한 재정지원과 사회정책 마련과 방역 우선순위 및 형평성 등을 합리적으로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도 지난 6일 성명을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제하기만 할 뿐 그 고통은 온전히 개인에게 떠맡기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한국은 여전히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지출이 GDP의 4.5%로 선진국 중 최저 수준으로, 거리두기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런 상황을 해결할 구체적 사회정책을 발표하는 것이 정부의 발표여야 했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4단계에서도 인원 제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반면 학교는 4단계에서 전면 원격수업을 해야 하고 3단계에서도 일부 등교만 가능하다""며 "아동 청소년의 돌봄과 교육 등 사회적 기본권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대기업 영리 행위에는 합당한 방역통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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