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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만나다] 진료와 디자인의 통섭…“좋은 의료서비스 경험을 디자인한다”김승범(클라우드브릳지 크레이티브 디렉터, 前 제너럴닥터 원장)
 ‘편안한 병원’의 가치를 퍼뜨린 TED 연자, 카페같은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 등 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홍대 놀이터 옆 제너럴닥터(의료생활협동조합) 운영자로 잘 알려진 김승범 원장이 이번에는 의료서비스디자인 회사를 차렸다. 김 원장(크리에이티브 디렉터)과 정세화 대표, 황인경 디자이너 등 세 사람이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 이름은 ‘클라우드브릳지(CloudeBridge)’.<클라우드브리지가 아닌 클라우드브릳지로 표기한 이유는 '클라우드브릳지'를 서비스디자인에 있어서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만들겠다는 나름의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한다>   의사와 환자 모두 진료가 즐겁고, 항상 가고 싶은 병원을 만들겠다는 김 원장의 꿈이 좀 더 확장됐다고 보면 된다. 설립 7개월만에 이미 ‘행복한 의원 만들기’라는 첫 번째 프로젝트 완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국내 최초로 의사가 만든 의료서비스디자인 회사, 클라우드브릳지를 꾸려 나가고 있는 김 원장을 지난 13일 연세대 사무실에서 만났다.
- 제너럴닥터에서 나와 ‘클라우드브릳지’라는 의료서비스디자인 회사를 차렸다. 처음부터 의료서비스디자인 회사를 만들 생각이었나.
 

"사람들은 제너럴닥터만 기억하고 있지만, ‘매닉디자인’ 이라는 이름의 디자인회사를 2005년에 먼저 설립했다. 나에게는 늘 디자인이 먼저였고, 제너럴닥터는 그 과정 중 하나였을 뿐이다. 사실 그동안 디자인에 보다 많은 힘을 기울이려고 노력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클라우드브릳지의 회사 등록은 올해 봄이었으니, 여기까지 오는 데 10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클라우드브릳지의 의미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단어 그대로 ‘구름다리’다. 공중에 떠서 두 지점 사이를 잇는 다리의 모습이 우리의 전략적, 철학적 정체성을 잘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의미는 우리 회사의 로고처럼 하늘에 떠 있는 구름에 다리가 달린 모양을 상상한 것인데, 조금은 농담 같지만 ‘뜬구름과 현실 사이를 잇는 다리를 만들자’는 의미다." 

- 이제 서비스디자인 디렉터로 불러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진료는 하지 않는 건가.

"나에게 진료와 디자인은 구별돼 있지 않은 통합된 과정이다. 그동안 진료를 쉬어 본 적이 없다. 물론 ‘진료실에 앉아서 환자를 만나는 과정’으로서의 진료는 제너럴닥터를 나올 무렵부터 하지 않게 된 것은 맞다. 그러나 내가 의사라는 정체성을 버린 적은 한 번도 없다. 세상을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에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이고, 분석적인 의사로서의 사고방식이 늘 전제돼 있다. 디자인은 내가 선택한 문제 해결의 효과적인 방법이다. 어떤 의미에서 디자인이라는 방법을 통해 문제를 고치는 나만의 진료법을 찾아 가는 의사라고 할 수 있다."  

- 서비스디자인 회사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클라우드브릳지만의 경쟁력은 뭔가.

"다른 서비스디자인 회사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매뉴얼이나 방법론보다 개인이 우선한다는 정신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서비스디자인이라는 영역이 제대로 자리 잡기 전에 갑자기 대중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너무 빨리 억지로 자리를 잡으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서비스디자인 업계의 현재 모습은 점점 어떤 방법론이나 분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는 개인의 개별적인 커뮤니케이션 특성이나 가치관 등을 깊이 받아들이고 각 개인마다 다른 문제 해결 방법이 충돌하지 않도록 서비스의 흐름을 정돈하려 한다. 두 번째는 개인의 경험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보다 ‘개인의 경험’에 관심이 있고, 개인의 경험이 보다 나아지도록 그 주변의 모든 것을 디자인하려 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는 서비스디자인 회사라기보다는 경험 디자인 회사라고 할 수 있다." 

▲ 올해 초 열린 삼성 디자인인재상 선포식 강연 모습.

-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건가.

"클라우드브릳지는 정세화(대표), 황인경(디자이너) 그리고 나 세 명이 뜻을 모아 설립했다. 모두 제너럴닥터 시절 만난 인연이 있지만, 각자 배경이나 개성은 정말 달라 이렇게 함께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정세화 대표는 냉철함과 조심스러움이 있으면서도, 폭넓은 관점을 가지고 문제를 바라보는 장점을 갖췄다. 디자인 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감각이 뛰어나고 취향이 분명하다. 황인경 디자이너는 늘 깊이 고민하고, 사람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을 맡고 있는데, 사실은 영업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세월동안 만들어 온 회사의 철학과 방향을 현실적인 프로젝트로 잘 이어 나갈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고, 프로젝트에 우리다움을 담아내려고 고집을 부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세 사람의 역할은 누가 더 중요하다고 할 것 없이 공평하게 나뉘어 있다. 우리 회사를 ‘의료서비스디자인’ 회사라고 설명한다면, ‘의료’는 내가, ‘서비스’는 정세화 대표가, ‘디자인’은 황인경 디자이너가 담당하는 셈이다. 명함도 세 사람의 이름을 모두 넣은 명함을 만들어 각자의 이름에 표시해서 사용하고 있다."

- 클라우드브릳지가 추구하는 ‘인간의 나약함을 위로하는 서비스디자인’이란 개념은 약간 모호하게 느껴진다.

"전통적인 디자인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참 엉망이다. 뻔히 크게 적혀 있는 지시를 무시한 채 엉뚱한 곳에 와서 길을 찾거나, 조용히 하라고 적혀 있는 곳에서 소리를 지르며 떠들기도 한다. 왼쪽으로 돌려야 열리는 문을 오른쪽으로 돌려서 문고리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인간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아니다. 인간은 원래 제멋대로고, 이기적이고, 나약하다. 게다가 남의 지시에 주의를 기울이지도 않는다. 이건 그냥, 인간의 특성이다. 인간이 먼저 있었고, 디자인 된 결과물이 나중에 나온 것이다. 디자인이 잘 되었다면 인간의 나약함이나 제멋대로인 특성이 잘 고려되어 이런 문제들이 드러나지 않게 했을 것이다. 

인간의 마음이 나약하고 부족할지라도 개인마다 자신의 옳음에 대한 기준과 원칙을 세워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더라도 이것이 자신과 타인에게 해를 가하지 않고 그 삶이 조금이라도 더 지속 가능하도록 만들어 주는 모든 디자인. 인간을 개조하지 않고도 갈등을 해소하고 문제를 사라지게 하는 디자인이 우리의 이상이다." 

▲ 클라우드브리지는 '곰인형 청진기' 등 친근한 병원 이미지를 만드는 의료기기 제품 디자인에 주력할 계획이다.

- 현재 진행 중인 의료서비스 디자인 프로젝트는 뭐가 있나.

"클라우드브릳지는 네 가지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첫 번째는 개인의원의 디자인이다. 개원 컨설팅과 비슷하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우리가 하는 일은 의사가 자신의 특성을 잘 살린 병원을 만들고, 그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진료를 오랫동안 지속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병원을 디자인하는 거다. 현재 서울 성북동에서 개인의원 한 곳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 말까지 서비스디자인을 완성할 예정이다.두 번째는 대형 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디자인 컨설팅이다. 최근까지는 의료기관들이 경쟁 우위에 서기 위해 서비스 경쟁이나 몸집 불리기, 장비 경쟁을 했다면 최근에는 의료서비스디자인이라는 영역에 조금씩 눈을 돌리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세브란스병원의 서비스 혁신을 위해 발족한 조직인 ‘창의센터’와 협력해 서비스디자인 워크숍을 진행 중이다.

세 번째는 제품 디자인이다. 제너럴닥터를 만들기 전부터 디자인했던 사탕 압설자나 곰인형 청진기를 비롯해 아직 공개하지 않은 의료기구나 헬스케어 기구 디자인이 여럿 있다. 네 번째는 콘텐츠 디자인이다. 인쇄물을 통한 건강 정보의 유통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계 전반의 콘텐츠를 보다 가치 있게 만들어 흘러갈 수 있도록 만드는 디자인을 하는 거다. 올해 봄 론칭한 카카오페이지에 건강 관련 콘텐츠를 올린 것을 시작으로, 우리의 철학이나 가치관을 담은 의학-건강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거나 발굴하고 유통하는 일을 지속할 생각이다." 

- 대형병원과 개인의원의 서비스디자인은 접근하는 관점부터 다를 것 같다.

"대형병원은 복잡한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각 직종과 부서간 협력과 갈등의 밀도가 높고, 다루는 질병의 중증도나 기술 의존도 또한 매우 높다. 대형병원에 대한 지금까지의 접근은 크고 밀도 있게, 빠르고 효율적이게 만들면서도 불편함을 없애는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고 생각한다. 이런 결과가 누적되면서 그동안 대형병원은 점점 더 무서운 기계 구조 같은 차가운 곳이 돼 버렸고, 그 속에서의 인간 소외는 더욱 심각해졌다. 대형병원이라 해도 그 속에 있는 것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환자와 보호자는 약해질 대로 약해진 채 겁을 먹었고, 의료인은 지칠 대로 지쳐 날을 잔뜩 세우고 있다. 우리는 이들이 아주 짧은 시간동안 파편화된 서비스 흐름 속에 서로를 만나게 되는 것이 지금의 병원 서비스 환경이라고 보고 있다. 대형병원이 지난 시간동안 놓친 것을 이런 관점에서 분석하고, 양립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인간적인 경험과 빠른 속도, 효율성이 조화를 이루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서비스 디자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 클라우드브릳지가 추구하는 서비스디자인의 목표는."의료 환경은 정말 문제가 많다. 인간에 대한 소외나 억압이 도처에 깔려 있기 때문에 우리 식으로 디자인할 거리가 (슬프게도)참 많다. 의료인은 헌신적으로 일하지만 돈벌레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응급실에서 의사가 폭행을 당해도 맞을 짓을 했겠지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한다. 또 자신의 문제에 대한 걱정을 해소할 길이 없어 열심히 건강 관련 정보를 찾아 온 환자를 보며 의사들은 속으로 코웃음을 친다. 이렇게 불신 가득한 의료환경 속에서 ‘디자인을 통한 변화의 추구’가 꼭 정답이라고 볼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재미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경험의 가치와 힘을 믿는다.

우리 회사의 전략은 마치 떨어져 있는 건물 사이를 구름다리로 잇듯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새로운 관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거다. 오래된 건물을 무너뜨리고 다시 짓는 것처럼 언젠가는 지금의 모든 의료 서비스 구조가 무너지고 새로운 구조가 만들어 질 거다. 우리의 디자인이, 다가올 미래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미래의 즐거운 모습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줌으로써 변화의 과정을 앞당기고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서의규 기자  sunsu@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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