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률 중심 방역체계 전환 목소리 커져
"언제까지 지금 같은 거리두기 지속할 수 있나"
코로나 공존하며 일상으로 복귀 방역체계 고민해야

[라포르시안] 코로나19 4차 유행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거의 한 달째 일일 신규 확진자가 네 자릿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2일부터 수도권에서 시행된 새로운 거리두기 4단계가 한 차례 연장으로 오는 8일 종료를 앞둔 가운데 방역체계를 신규 확진자 수가 아닌 치명률을 기준으로 한 대응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률이 낮은 상황에서 검토할 방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5일 의료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방역 방식을 신규 확진자 기준으로 한 거리두기 대응체계에서 치명률을 기준으로 한 대응체계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조금씩 제기되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4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총 누적 확진자 수는 20만3,926명(해외유입 12,130명)으로, 이 가운데 누적 사망자는 2,106명으로 집계돼 치명률 1.03%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들어 고령층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률이 크게 높아지면서 코로나19 치명률은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방식을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아니라 치명률을 기준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전국 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는 현장 간담회를 갖고 방역 지침을 확진자 수가 아닌 치명률 기준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치명률 중심으로 관리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며 "그러나 아직은 조심스럽고, 완전 극복이 어렵다면 독감처럼 관리하는 체제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확진자 중심 방역에서 치명률 중심으로 방역체계 대전환을 검토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며 “2차 백신 접종률 70~80% 달성을 기점으로 전환해 치명률을 낮추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의료계에서도 방역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봉쇄와 감염자 추적, 확진자 수 집계를 중단하고 여행과 모임 제한을 푼 싱가포르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지난달 13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싱가포르 모델로 장기적으로 전환해 나가야 된다. 그 방향으로 전체 방역의 어떤 전략을 지금부터 조금씩 전환해 나가야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에는 (코로나19 치명률이) 1.5%, 높을 때는 2%, 3%까지 갔었는데 1.5%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우리가 알던 과거 코로나 치명률의 5분의 1 수준"이라며 "치명률 기준으로 하면 1000명의 환자가 생긴 게 과거의 200명 환자 수준의 확진자 또는 중증 환자 발생이라는 것으로, 백신 접종으로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이 이뤄지면서 치명률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바뀐 방역 환경에 맞는 새로운 방역전략을 만들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신규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한 방역을 계속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방역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지금처럼 확진자 숫자를 기준으로 방역을 하면 올가을이 돼도, 올 연말이 돼도 우리는 지금과 같은 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해야 된다는 뜻"이라며 "방역시스템이라고 하는 게 지속 가능하지 않고 접종률이 올라간다고 해서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게 더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하며 새로운 방역체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아직은 현쟁 방역 방식을 변경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4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방역 방식 변경에 대한 질문에 "치명률 중심 방역체계는 확진자 발생을 억제하기보다는 거리두기 등 방역관리를 최대한 완화하면서 고령층 등 치명률이 높은 대상을 보호하는 그런 체계"라며 "이러한 변화는 예방접종을 통해 치명률을 충분히 낮추고 확산 규모를 적정 수준 통제가 가능한 때에 사실은 가능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도 최근 변이 바이러스 감염이 확산하면서 다시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제1통제관은 "싱가포르도 최근에 델타 변이가 지금 많이 발생해서 7월 22일부터는 4주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대폭 강화한 케이스가 있다"며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도 앞으로 이런 외국의 동향이라든지 변이 바이러스, 특히 델타 바이러스의 동향 같은 것을 보면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무증상·경증확진자 자가치료 목소리 커져

국민 인식조사에서도 자가치료 찬성 의견 높아 

한편 코로나19 유행 장기화와 함께 폭염까지 겹치면서 의료진의 업무부담도 가중되고 있어 자가격리 치료(재택치료)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계속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재택치료는 앞서부터 제한적으로 적용해 왔다. 정부는 작년 8월 입원 치료 대상자인 제1급감염병 환자도 의사 판단 아래 자가·시설치료를 허용하는 쪽으로 '감염병 예방 및 관리법'이 개정되자 시행규칙을 개정해 자가·시설치료 방법 및 절차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현재 재택치료는 만 12세 미만 어린이와 그 보호자 또는 돌봄이 필요한 자녀가 있는 성인을 대상으로 허용하고 있다. 매일 1~2회 정도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재택치료 중인 확진자에게 전화 등으로 상태를 확인하며 관리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는 지난 16일부터 재책치료 대상을 만 12세 이하에서 만 50세 이하 건강한 성인으로 확대했다.

일반 국민들도 무증상이나 경증 확진자에 대해서는 자가치료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만 18세 이상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관련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증상 또는 경증 환자의 자가치료와 관련해 대부분의 응답자는 자가치료에 찬성(76.5%)했다. 50대와 60대 이상 찬성률은 각각 79.0%, 79.6%로 나타났고, 20대는 65.0%로 확인됐다. 

자신이 무증상 또는 경증 환자가 된다면 자가치료를 받겠다는 응답은 55.8%였다. 38.9%는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아직까지 방역당국은 자가치료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가치료 대상자 관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자가치료 대상자 범위, 증상 악화시 전원 등 대응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작업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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