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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터뷰] “의사가 환자 직업에 왜 관심 가져야 하느냐고요?”민경복(아주대학교 의대 직업환경의학교실 교수)

우리나라는 몇 년째 OECD 가입국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환자는 9만여명에 달하고, 1,864명이 산재로 사망했다. 하루 평균 5명의 근로자가 산재로 목숨을 잃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하청업체 근로자가 원청업체 근로자에 비해 업무상 재해는 2배, 업무상 질병은 3배 더 경험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아주대의대 직업환경의학교실 민경복 교수팀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2010년 6월부터 10월까지 무작위로 추출한 다양한 분야 경제활동 근로자 1만19명을 대상으로 12개월 동안의 근로 환경과 건강 상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산업의학회지(American Journal of Industrial Medicine) 온라인판 최신호에도 게재됐다. 민경복 교수를 통해 연구결과의 의미와 국내 산업보건환경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번 연구를 하게 된 배경은 뭔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우리나라 근로자의 일반적인 건강상태를 연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근로자의 건강상태를 조사했다. 이 조사에 직접 참여한 것은 아니었지만 조사가 완료된 후 여러 가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연구자들에게 조사결과를 배포했었다. 지난해부터 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무환경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고 직접 현장에서 볼 때도 그들의 작업환경은 열악했다. 그래서 하청업체 근로자의 건강상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 결과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분석 결과 처음 설정했던 가설처럼 하청업체 근로자의 건강이 원청업체 근로자의 건강보다 열악하다는 결론을 얻게 된 것이다."

- 연구결과가 갖는 의미는.

"국내 직업환경의학 전문가들은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근무환경에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연구결과로 하청업체 근로자가 상해를 입기 쉬운 업무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 만큼. 이들이 제대로 된 산업보건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또한 사회 전반적으로 이런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임상 현장에서 진료하는 의료진은 산업보건에 대한 관심이 많이 부족한가.

"실제로 환자들의 질환 발병 원인을 살펴보면 직업적인 문제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의사들은 환자의 직업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직업환경의학을 전공한 의료진 이외에는 산업보건환경에 관심을 갖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임상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할 때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지 정도는 관심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환자의 직업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을 경우 진료 과정이나 결과에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근로자의 건강권 향상을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하나. 

"일본이나 프랑스에서는 '산업보건의'라는 제도를 통해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사업장에서 근로자의 건강상태를 상시 체크하고, 산업재해가 일어날 경우 당사자를 치료하도록 돼 있다. 국내에서도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는 산업보건의를 두도록 했다. 그러다 1997년 IMF 사태 이후 '기업활동규제 완화에 관한 특벌조치법'이 제정되면서 산업보건의 선임을 기업주 자율에 맡겼다. 사실상 산업보건의 선임 의무가 면제된 셈이다. 그 대신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 대해 자격이나 전공에 상관없이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두도록 했지만 이를 통해 제대로 된 산업보건서비스를 근로자에게 제공하기는 어렵다. 산업보건의 제도를 다시 부활시키거나 이에 준하는 법적 제도와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  산업보건의 선임 의무규정이 사실상 폐지된 이후 '사업장 주치의 갖기 운동'이 전개되기도 했는데.

"산업보건의 선임 강제화 규정이 폐지된 이후 많은 문제점들이 발견되면서 ‘사업장 주치의 갖기 운동’이 시작됐다. 하지만 사업장 주치의 갖기 운동은 명칭 그대로 캠페인 수준에 그치고 있어 이를 제도권 안에 끌어들이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 근로자에게 산업보건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강제성을 부여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산업보건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사업장마다 산업보건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게다가 하청업체는 원청업체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하청업체 근로자의 산업 보건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원청업체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 전체 사업장의 산업보건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은 물론 하청업체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에 원청업체도 연대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현재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행정지도를 비롯한 페널티가 부과되지만 하청업체에서 일어난 산업재해는 원청업체의 산재로 통계 집계가 안 된다는 맹점이 있다." 

-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우리나라는 오랜기간 동안 OECD 산업재해 발생률 1위의 불명예를 떠안고 있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산재율 1위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이유는 하청업체 근로자, 고령 및 장애 근로인력 등 취약 근로집단에 대한 산업보건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처럼 취약 근로집단에 우선적으로 산업보건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의료계 차원에서 산업보건에 좀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양영구 기자  yang0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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