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웨일즈제약 사건 계기로 부실한 의약품 관리 도마위에…경찰 "개연성 충분해"

연매출 400억원대의 중견 제약사가 반품된 의약품의 유통기한을 위조해 지난 10년간 재판매해 온 것으로 경찰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를 계기로 보건당국의 부실한 의약품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0일 약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한국웨일즈제약 대표 서모(59)씨를 구속하고 제조관리자인 회장 서모(72)씨와 품질관리자 및 영업이사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철에 따르면 한국웨일즈제약은 약국과 병의원 등지에 판매한 의약품 중 유효기간이 경과했거나 판매가 되지 않아 반품된 의약품을 폐기처분 하지 않고 공장내 비밀 창고에서 제조번호, 유효기간을 연장한 라벨을 붙여 신제품인 것처럼 속여 판매했다.

게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가 취소된 의약품도 판매한 드러났다. 이 같은 재포장 수법으로 한국웨일즈제약이 취득한 부당이득은 약 290억원에 달했다.

경기지방경찰청 형사과 홍석원 경정은 본지와 통화에서 “지난 3년간의 장부를 입수해 판매실적과 대조한 결과, 2010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생산량 대비 판매량이 290억원이 더 많은 것을 확인했다”며 “생산은 없는데 판매는 계속 해온 것이다”고 말했다.

홍 경정은 “반품된 의약품의 유통기한을 위조해 신제품처럼 속여 약국이나 병원에 공급할 경우 의사나 약사가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게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매년 제약사로부터 의약품 총 생산량에 대해 보고는 받지만 원료구입량, 재고량, 판매량 보고는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다른 제약사에서도 이러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홍 경정은 “아직까지 확인된 사례는 없지만 경찰 내부적으로 식약처의 허점을 악용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날 개연성은 충분히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 같은 사례가 더 있는지 계속 수사해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식약처의 의약품 생산 및 유통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유경숙 사무국장은 “유통기한이 지난 의약품은 약효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 목적의 전문의약품은 유통기한이 지나면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할 수 없음은 물론 약화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찰 조사결과 한국웨일즈제약의 유통기한이 위조된 의약품을 구매한 복용한 후 부작용을 겪은 사례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나모(29,여)씨는 한국웨일즈제약에서 제조한 근육이완제를 복용하고 간지러움, 몸살, 메스꺼움, 얼굴에 열꽃이 피는 이상증세를 보여 2011년 9월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유 사무국장은 “어린이 타이레놀 현탁액 사태를 계기로 의약품 생산·유통관리의 강화 필요성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처벌과 벌칙조항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역시 제약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김영훈 경제실장은 “제약사에서 판매하는 의약품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사태는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며 “제약사가 제조 공정상의 단순 실수가 아닌 의도적으로 저지른 불법이기 때문에 형사상 책임과 함께 국민건강권을 침해한 측면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약처는 지금의 약사감시로는 의약품 유통기한 변조와 같은 사례를 적발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식약처 의약품관리총괄과 채규한 사무관은 “현재 의약품의 안전한 유통을 위해 제약사의 판매량과 생산실적, 공급·유통과 관련한 보고를 꾸준히 받고 있고 약사감시도 진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웨일즈제약 사건의 경우는 식약처에서 조사할 수 있는 영역과 수준을 벗어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채 사무관은 “한국웨일즈제약의 경우 공장 내부가 아닌 다른 곳에서 유통기한을 변조하는 작업이 몰래 이뤄졌다”며 “이런 경우는 내부고발을 통해 수사에 들어가지 않는 한 약사감시만으로는 적발하기 어려운 사항이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반품 의약품을 이용한 유사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이익환수 등 징벌적 과징금 제도를 추진할 방침이다.

채 사무관은 “앞으로 의약품관리종합센터를 통해 반품 의약품이 많은 제조·수입 제약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와 바코드를 통한 제조번호·유통기간 표시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이익환수 등 징벌적 과징금 제도를 도입해 처벌을 강화할 수 있도록 약사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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