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데이터 민간보험사 제공 승인...건강관리 상품 판매도 허용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뒷전, 민간보험 활성화에 골몰" 비판 제기돼

[라포르시안] 금융당국이 보험업 분야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 활성화를 위해 보험회사가 자회사를 통하거나 부수업무 방식으로 운동용품, 영양·건강식품, 디지털 건강기기 등을 판매하는 헬스케어 관련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여기에 6개 보험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구축한 공공의료데이터 이용을 위한 승인을 획득함에 따라 공공데이터를 이용해 , 고령자·유병력자 전용상품 개발, 보험료 할인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오늘(13일) 보험업계, 헬스케어업계, 학계 등과 함께 '보험업권 헬스케어 활성화 TF' 2차 회의를 열고 ▲헬스케어 규제개선 추진 ▲보험업권 공공데이터 활용 계획 ▲헬스케어업계-보험업계 협업 방안 등을 논의했다. 

금융위는 앞서 작년 12월 보험사 부수업무 범위 확대를 통해 일반인 대상 건강관리서비스 제공을 허용했다. 이를 통해 신한생명 하우핏 등 3개 보험사가 부수업무 신고를 완료했다. 

올해 6월에는 보험사가 헬스케어, 마이데이터 기업을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보험업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특히 개정된 보험업법 시행령에 따른 헬스케어 자회사 업무 범위에 건강용품 등을 판매하는 커머스 사업 등 플랫폼 업무도 포함되는 것으로 유권해석했다. 

여기에 지난 8일에는 삼성생명, KB생명, 한화생명 (손보)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KB손보 등 6개 보험사가 심평원으로부터 공공의료데이터 이용을 위한 최종 승인을 획득했다. 

공공의료데이터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가명처리한 정보로, 연구 등 목적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 6개 보험사는 심평원으로부터 데이터를 직접 제공받는 게 아니라 사전허가 받은 연구자가 심평원 폐쇄망에 접속해 데이터를 분석한 후 그 결과값만을 통계형태로 반출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6개 보험사는 공공의료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질환 위험이 높아 보험가입이 어려웠던 고령자·유병력자 등의 수요를 반영한 전용 보험상품 개발, 개별 소비자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건강관리서비스 개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심평원뿐만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확보한 공공데이터를 이용하는 방안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금융위는 밝혔다. 

그러나 공공의료데이터를 민간 보험사에 제공하는 것은 질병위험군 보험가입 거절과 의료영리화에 이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관련 기사: 왼손엔 '문케어', 오른손엔 '민간의보 활성화'...문재인과 싸우는 文정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과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에 쌓여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민간보험사들에게 넘겨주려는 것에 반대한다"며 "건강보험 강화가 아니라 민간보험 활성화에 앞장서는 정부 행태에 큰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심평원이 구축한 공공데이터를 민간보험사에 제공하는 것은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고 정당성과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2018년 국정감사에서 심평원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민간보험사와 민간보험연구기관에 6000만명분의 진료데이터를 일정 비용을 받고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심평원은 공공데이터법을 근거로 민간 활용을 위해 비식별환 처리한 환자표본 데이터를 제공했다고 해명했으나 환자 개인정보가 담긴 진료정보를 민간보험사에 제공했다는 비난을 샀다. 

보건의료단체연합과 참여연대는 "정부는 지금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심평원이 했던 공공데이터 팔아넘기기 행태와 똑같은 일을 앞장서서 수행해주고 있다"며 "보험업계는 데이터를 활용해 질병 위험이 높은 사람들의 보험 가입을 줄여 손해율을 낮추겠다고 주장하지만 돈 되는 사람들만 골라 가입시키는 ‘크림스키밍(Cream Skimming)’을 하겠다는 뜻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민간보험사가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하는 건 의료영리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 단체는 "보험사들은 데이터를 이용해 미국처럼 보험사가 직접 만성질환 관리, 환자·고령자 돌봄, 의료기관 알선까지 하는 상품을 내놓으려 한다. 이는 민간보험이 주도하는 미국식 의료영리화의 모델과 같다"며 "건보공단과 심평원 자료를 민간보험사에 넘기는 것은 시민의 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이라는 공공기관 업무 범위, 자료수집 본래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나서 민간보험사 돈벌이를 장려할 게 아니라 민간보험을 통제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금융위는 공공데이터를 이용해 민간보험시장을 넓힐 수 있다며 기대를 밝혔지만 민간보험은 확대가 아니라 축소하는 것이 답"이라며 "국민건강보험의 낮은 보장 때문에 민간의료보험이란 왜곡된 시장이 형성돼 환자들이 불필요한 지출과 과잉진료로 피해를 겪는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던 문재인 정부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관련 기사: "문케어, 건강보험 하나로 걱정없이" 해놓고...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왜 자꾸?>

이들 단체는 "비급여 유인수요를 창출하는 민간보험을 통제하지 않고 오히려 활성화하면서 문재인 케어를 하겠다는 것부터가 모순이었다"며 "다른 나라들처럼 민간보험 지급률 하한을 법제화하고 건강보험 법정본인부담금 보장을 금지시키는 등 민간보험 규제에 나서야 건강보험 강화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난 달 '보건의료 데이터·인공지능 혁신전략'을 발표해 민간보험사 등 사기업을 위해 건강보험 등 공공보건의료데이터 개방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고, 민간보험사가 헬스케어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는 등 시민들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넘겨 민간보험 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다"며 "정부는 임기 말 밀어붙이는 민간보험 활성화와 의료영리화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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