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숙(건강한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

 '간 때문이야, 피로는 간 때문이야'란 CM송으로 유명한 대웅제약의 '우루사'가 논란의 한가운데 섰다. 우루사가 피로회복제가 아니라 소화제에 가깝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의 진원지는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가 펴낸 ‘식후 30분 후에 읽으세요-약사도 잘 모르는 약 이야기’라는 책이다. 건약은 이 책을 통해 “우루사의 주성분인 우루소데옥시콜린산은 담즙 분비를 촉진하는 약”이라며 “굳이 우루사가 피로 회복에 효과가 있다는 찾는다면 담즙 분비 촉진에 따라 소화 작용이 개선되면서 영양성분의 흡수가 좋아진다는 극히 제한된 이유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책이 발간된 것은 지난 1월이다. 그러다 뒤늦게 책 속의 일부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이슈가 된 것이다. 해당 제약사는 즉각 반박자료를 통해 “일반의약품 우루사는 간기능 개선, 간기능 장애에 의한 전신권태, 육체피로,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에 대해 식약처로부터 효능을 인정받았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우루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논란의 계기가 된 ‘식후 30분 후에 읽으세요-약사도 잘 모르는 약 이야기’라는 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실 이 책은 올바른 약 복용법, 의약품의 안전성과 접근성, 의약품과 인권과의 관계 등 의약품을 둘러싼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건약 유경숙 사무국장을 만나 ‘식후 30분 후에…'란 책을 발간하게 된 배경과 우루사 논란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 우루사 효능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식후 30분에 읽으세요…’라는 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책을 발간하게 된 배경은 뭔가.

“건약은 지난 25년간 의약품 안전성과 접근성에 초점을 맞추고 활동을 해왔다. 현 시점에서 그동안의 활동을 중간 점검 해보자는 차원에서 책을 펴내게 됐다. 더불어 약이 갖는 사회적 의미와 소비지가 약에 대해 알아야 할 부분까지 담게 됐다. 이 책에는 몇몇 의약품의 이름과 자세한 설명이 나오기는 하지만 의약품 사용에 관한 지식을 직접 전달하려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그보다는 의약품을 사용할 때 어떤 정보가 필요하며 이런 정보를 확인하고 가려내는데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관한 내용을 더 중요하게 담았다.”

- 책 제목이 흥미롭다. ‘식후 30분에 읽으세요’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인간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 까지 약과 끊을 수 없는 관계에 놓여있다. 이런 이유로 원제는 ‘삶과 죽음 사이에 약이 있다’였다. 어떻게 보면 ‘식후 30분’이라는 말은 복약지도를 제대로 안 하는 약사를 꼬집는 표현이다. ‘식후 30분에 읽으세요’는 출판사가 권한 제목이다. 이런 이유로 건약은 이 제목에 반대했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은 것 같다.”

- 이 책을 근거로 우루사가 과연 피로회복제인가 소화제인가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건약의 입장은.

“건약은 이 책에서 우루사가 소화제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소화제에 가깝다는 것이다. 사실 최초 보도된 내용을 보면 건약이 제기한 문제와 아주 다른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건약이 이야기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실관계 확인 없이 발간 의도와 다르게 기사가 나간 것 같아 아쉽다.”

- 건약이 우루사를 통해 원래 전하고 싶었던 의도는 무엇인가.

“피로회복제를 찾을 수 밖에 없는 사회가 가진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피로를 풀려면 쉬어야 한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막상 그런 여유를 누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약물을 피곤한 일상의 도피처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피로라는 것이 개인이 저항할 수 없는 사회가 강제한 조건의 산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피로는 사회적 질환이다.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지나친 스트레스와 긴장을 휴식과 가족의 사랑이 있는 삶으로 전환하는 사회가 가장 좋은 피로회복제이다. 피로회복제는 약국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책에서 주장한 진짜 의도이다.”

- 우루사를 예로 든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피로는 수면부족, 당뇨나 갑상선 기능 저항증 같은 질병, 영양 부족, 빈혈,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 때문에 생긴다. 그런데 우루사 광고를 보면 ‘피로는 간 때문이야’라는 메시지와 멜로디를 통해 피로가 마치 간 기능 저하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처럼 느껴진다.우루사 광고는 마케팅 측면에서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 우루사 광고가 정확하지 않은 의약품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는 의미인가.

“일반의약품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광고로 인해 형성되는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부정확하고 일부 과장된 이미지 광고로 인해 오남용을 초래할 우려가 높다. 일본이나 대만은 의약품의 성분이 어떤 것을 예방한다는 식으로 정확하게 광고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우루사 광고를 보면 마치 모든 피로가 간 때문에 오고 우루사가 간을 좋게 해 피로를 없애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우루사 광고는 의약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유경숙 사무국장(사진 왼쪽)과 백용욱 차장.

- 우루사 외에 대중광고를 통해 부정확한 의약품 정보가 제공되고 있는 또다른 사례가 있나.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치료제 광고도 오해의 여지가 있다. ADHD 치료제는 전문의약품이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광고를 할 경우 불법이기 때문에 주로 캠페인을 통해 간접광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ADHD 치료제는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제인데 아이들이 ADHD치료제를 복용하면 집중력이 높아져 공부도 잘하게 한다는 식으로 광고를 하는 곳도 있다. 건약은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도 준비 중이다.”

- 부정확한 의약품 광고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의약품 광고 심의 자체에 문제가 있다. 현재 한국제약협회 내 의약품광고심의위원회에서 의약품 광고를 심의하고 있다. 심의위원회의 구조가 아무리 공정하다고 해도 의약품 광고 심의 주도권이 제약사에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문제가 되는 의약품 광고를 걸러내기 위한 작업을 준비를 건약 내부에서 준비 중이며 국감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 건약이 바라보는 의약품 공급에 대한 방향성은 무엇인가.

“어떠한 사회적·경제적 차별없이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시기에 안전한 의약품이 공급돼야 한다는 점이다.”

- 현재 의약품 접근성에 문제가 있다는 말로도 들린다.

“의약품의 사회적 특성은 상품이자 공공재라는 점이다. 의약품은 겉으로는 병을 치료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막대한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상품으로서 더 많은 가치를 부여받고 있다. 제약사들은 국민 건강을 위해 필요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이윤을 남길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의약품 생산 여부를 판단한다.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이 대표적이다. 글리벡을 보면 이윤추구 등 의약품에 포함된 상품으로서의 성격과 생명유지와 연장에 기여하는 공공의 성격이 어떻게 충동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노바티스는 글리벡의 특허 독점권과 전세계 동일 가격이라는 자신들의 원칙에 따라 한국 정부에 가격을 제시했고 최근 최종 판결에서 승소했다. 값이 비싸 이용하기 어려운 환자들의 문제는 고려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 의약품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단은 의약품 공급과 접근성 제고를 제약사의 책무로 규정해야 한다. 특히 국가가 의약품 특허를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권에 비례해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하는 의지도 중요하다. 인도의 경우 재정과 국민 경제수준 등을 이유로 글리벡 제네릭을 허가하려는 국가적 의지가 있었다. 우리 정부도 그런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국민의 의약품의 접근권을 높이는 것은 제약사뿐 아니라 국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의약품 접근권은 국가가 운용할 수 있는 재정이나 자원의 한계 때문에 일정한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한계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의약품 접근권에 대한 국가의 의무 이행을 최대치로 요구하는 것은 사회가 추구할 지향점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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