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국립대병원·지방의료원, 의료인력 확충 방안 모색 머리맞대
국립대병원에 공공임상교수 배치, 지방의료원에 파견근무

[라포르시안] 지난해 정부와 여당은 의과대학 정원을 2022학년도부터 최대 400명을 증원하는 방식으로 10년간 4,000명 추가 양성과 국립공공의대를 설립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추가로 늘어나는 의대 정원 중 상당수를 지역 내 중증 및 필수의료분야에 의무적으로 종사하는 '지역의사'로 양성하겠다는 게 핵심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발표된 의대정원 확대 정책은 의료계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고, 전공의 주도로 의사파업이 벌어지자 결국 의정합의를 통해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재논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재난 사태에서 의료꼐 반발이 불보듯 뻔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과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를 추진한 건 그만큼 지역간 의료인력 수급 불균형과 지역 공공병원 의료인력 부족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의대정원 확대에 앞서 공공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23년 만에 공중보건장학제도를 부활시켰지만 성과는 민망할 정도다.  보건복지부는 2019년부터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재학생을 대상으로 공중보건장학생 지원자 모집을 실시하고 있지만 매년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한 채 흐지부지하는 모양새다.

공공의료인력 확충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응급·분만·심뇌혈관질환 등 필수의료 분야를 담당할 의료시설과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의료공백이 발생하는 지역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당연히 지역간 의료격차는 점점 확대되고 있으며, 건강형평성 문제도 커지고 있다.

지역 공공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새로운 해법으로 '공공임상교수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지역 공공의료 체계를 유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지방자지체단체와 지방의료원, 국립대병원 등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대안이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와 국립대병원협회,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는 지난 30일 오후 3시부터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지역 공공의료 강화 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시도지사협의회와 국립대병원협회, 지방의료원연합회가 지난 5월 지역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태스크 포스를 구성하고 의료인력 확충 방안 등을 논의하고 연구한 결과를 소개하기 위해 마련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조희숙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역공공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 방안으로 '공공임상교수제' 도입을 제안했다.

조희숙 교수는 "지역거점공공병원인 29개소 지방의료원의 요양급여 적절성 평가 결과, 평균 점수는 39.39점으로 서울의료원(96.67점)을 제외하면 대부분 평균 이하에 집중분포돼 있다"며 "지방의료원 질적 수준은 천차만별이다"고 지적했다.

지방의료원 역할 강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 필수의료 기능수행을 위해 응급의학과, 신경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산부인과 등 전문과에 필요한 의료인력 확충을 꼽았다.

전국 각 지역의 지방의료원은 필수의료 전문의 인력을 확충하지 못해 응급실과 산부인과, 중환자실 등 필수 서비스 유지 어려움과 병동 축소 운영 등의 어려움에 처했다. 그러다 보니 전문의 인력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인건비는 더 올라가고, 이는 다시 의료원 경영악화 원인으로 작용하는 악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조 교수는 "전국 34개 지방의료원과 6개 적십자병원을 기준으로 지역거점공공병원이 필수의료 기능수행을 위해 최소 167명의 전문의 확충이 필요하다"며 "필수의료 이외에 2차 포괄 급성기 진료 수행을 위해서는 이외에 더 많은 의료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지방의료원 자체적으로 의사인력 충원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권역책임의료기관 공공임상교수'를 제안했다.

조 교수가 제안한 공공임상교수는 권역책임의료기관인 국립대병원에서 공공보건의료 영역 진료, 교육, 연구를 수행하는 교육부 발령 교원으로, 지방의료원에 파견해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동시에 권역-책임 의료기관 협력사업과 전공의 공동 수련 지도업무도 수행한다.

조희숙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조희숙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지역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공공임상교수 인력 최소 300명 정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지역책임의료기관 수행을 위해 필요한 필수의료영역 진료전문의 추계 값(167명)과 취약지 거점공공병원이 포괄 2차 급성기 기능 수행을 위해 필요한 인력을 추산할 때 공공임상교수는 최소 300명이 필요하다"며 "교육부에서 각 지역의 수요를 파악해 우선순위에 맞게 국립대학병원에 정원을 배정하고, 본원 근무와 의료원 파견 인원은 1대 2 비율을 적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국립대병원에 공공임상교수 300명을 확충하고 이 중에서 100명은 국립대병원에서, 나머지 200명은 지방의료원 에서 파견근무를 수행하도록 하자는 거다.

조 교수는 "공공임상교수는 국립대 의대 교원이며 국립대병원과 의과대학에서 겸직 근무를 하는 방식"이라며 "공공임상교수는 해당 국립대병원이 협약을 맺은 지방의료원에서 파견 근무를 하고, 파견을 간 공공임상교수 평가 및 관리는 국립대병원에서 수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공임상교수 도입과 함께 지방의료원이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의료 전공의' 별도 정원 확보, 지역 책임의료기관과 공동 수련을 제시했다.

조 교수는 "일차적으로 지역 책임의료기관 역량강화를 전제로 의료진 파견, 전공의 공동 수련이 가능한 인프라, 기능 보강 사업을 병행해 지원해야 한다"며 "공공임상교수가 파견되는 지역책임의료기관에서 공공의료 인력 교육, 연구, 진료가 가능할 수 있도록 수련 환경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공공임상교수 지원, 관리를 위한 별도 조직을 두고, 이들에 대한 보수는 ▲정부예산으로 기반으로 한 기본급여 ▲국립대병원 겸직 수당(국립대병원에서 진료수당과 겸직수당 및 일부 연구비 지급) ▲지방의료원 외래 진료 및 장기 파견 수당(해당 지방의료원에서 지급) 지급으로 지불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여기에 드는 정부 소요 예산으로 연간 24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계했다.

조 교수는 "공공임상교수 파견, 전공의 공동수련 모두 지역거점공공병원이 포괄 2차 급성기 진료 수행 역량을 가지는 것을 목표로 논의되는 방안"이라며 "하지만 공공임상교수 제도 하나로 장기적인 공공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고, 이와 함게 공공의대 건립, 근무형태 유연화, 의대입학부터 수련, 배치 단계에 이르기까지 의료인이 지역 정착을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는 공공임상교수제에 대한 찬반이 엇갈렸다.

토론자로 나선 김진현 서울대 교수는 " 공공병원에 근무할 의사인력을 의대교수로 발령할 경우 민간병원과 의사인력확보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높은 인건비를 지급해야 하고, 이는 의사인력 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또다시 인건비 인상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것"이라며 "이 방안은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역 국공립 의대 입학정원을 대폭 증가시키고, 국공립 의대 없는 지역은 의대를 신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승연 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인천의료원 원장)은 공공임상교수제도가 중단기적으로 지방의료원 의사인력 확충을 위한 강력한 수단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승연 회장은 "지방의료원은 절대적인 의사인력난에 처해 있고, 필수분야 의사인력난은 병원 존립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인력 문제 해결 없이는 공공의료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임상교수와 같은 대학병원 교수파견사업은 지방의료원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의사인력확충 방안"이라며 "권역책임의료기관의 교수파견사업은 중단기적으로 유일하고 강력한 수단으로, 조속한 정책 결정 및 세부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임상교수 제도 도입 키를 쥐고 있는 교육부는 이 방안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신익현 고등교육정책관은 "공공임상교수제는 이미 도입하기로 확정된 제도로, 다만 어떻게 내실있게 잘 하느냐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그동안 극립대병원에서 의사인력 파견사업이 번번이 실패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공임상교수 도입과 동시에 지역거점병원이 공공의료인력 교육도 병행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정책관은 “단순히 교수인력을 파견하는 것 외에도 전공의까지 패키지로 지원해야 한다"며 "역책임의료기관이 공공의료는 물론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수련교육도 담당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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