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열(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사업본부장)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제 색깔 찾기'란 고민에 빠졌다. ‘한국판 NICE(영국 국립임상보건연구원)'를 목표로 출범했지만 과연 그럴만한 위상을 갖췄는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그동안 보의연은 근거중심의학을 위한 타당한 연구결과를 도출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정작 보건의료정책 결정 과정에 그 연구결과를 반영시키진 못했다. 국내 의료환경과 보건의료정책 결정 과정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  출범 4년째 접어든 보의연은 신의료기술평가사업을 고유사업으로 추진하는 등 사업 및 조직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초 의과대학 교수직을 박차고 보의연에 입성한 이무열 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장을 만나 연구원의 현주소와 미래를 들어봤다.
- 보의연 출범 이후 지금까지 성과를 평가한다면.

"보건복지부 위탁계약으로 진행된 신의료기술평가사업이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지금까지 신의료기술평가 신청 건수는 1,253건에 달하고 이 중 안전성 및 유효성 평가를 마친 기술은 395건이다. 작년에는 238건 신청에 96건이 신의료기술로 결정됐다. 지난 6월에는 국제의료기술평가 학술대회를 개최해 51개국에서 1,000여명의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료시스템이 뒷받침돼야 제도가 발전할 수 있다. 신의료기술평가제도의 보완점을 거의 파악한 상황이며, 한국형 신의료기술평가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보의연이 추진해온 신의료기술평가사업의 성과를 알리는 자리를 마련한다고 들었다.

"지난 3일 바이오의약업체를 대상으로 신의료기술평가제도 설명회 및 결과 발표회를 가졌다. 주로 신의료기술평가제도의 필요성과 항후 발전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다. 오는 10일에는 주요 의학회 관계자를 초청해 설명회를 열고, 10월과 11월 두 차례 더 설명회를 가질 계획이다."

- 올해 초 기획재정부의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조직에 변화는 없나. 

"지난 6월말 보건의료기술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보의연 핵심 사업인 신의료기술평가사업이 위탁방식에서 고유사업으로 전환됐다. 신의료기술평가사업부 인원도 기존 26명에서 내년에 31명으로 늘어난다. 사실 내년에 새로 시작하는 시범사업이 많아 인력 증원을 계속 요청할 생각이다." 

- 내년부터 보의연이 추진할 중점 사업은 뭔가."그동안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으려면 식약처, 보의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차례대로 거쳐야 하는 탓에 신의료기술 결정까지 평균 2~5년 가까이 걸렸다. 이 기간을 줄이기 위해 식약처의 의료기기 수입 허가와 보의연의 신의료기술평가를 동시 진행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식약처, 보의연, 심평원 세 기관이 자료 공유를 통해 신의료기술 결정 기간을 5개월~2년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 ‘한시적 신의료기술 인정제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한시적 신의료기술 인정제도를 허용하는 내용의 관련 법령 재개정안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다. 현재 연구결과물의 저자 자격 및 소유권 관리지침 등 제도 수행에 필요한 세부지침을 마련 중이다. 올 하반기부터 시범사업에 돌입하면 안정성은 입증됐지만 유효성이 미흡한 10개의 기술이 지금의 Ⅱb 등급에서 Ⅲ등급으로 상향 조정되고 이들 기술의 유효성 입증에 필요한 근거자료를 모으는 작업을 보의연이 지원하게 된다. 한시적 신의료기술의 급여화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의견 일치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 신의료기술평가제도가 근거중심의학 활성화의 기반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한국의 의료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의료계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신의료기술평가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모르고 있는 의사가 많다. 보의연도 지방 대학병원 설명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신의료기술평가제도를 적극 홍보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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