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의사들, 백신 접종 정책에 강한 불만 표시
"화이자 백신만 접종하는 일본처럼 체계화해야"

사진 오른쪽부터 이정용 서울내과의사회장, 박근태 대한내과의사회장.
사진 오른쪽부터 이정용 서울내과의사회장, 박근태 대한내과의사회장.

[라포르시안] 서울시내과의사회가 '토끼와 거북이 우화'에 빗대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울시내과의사회 이정용 회장은 지난 20일 춘계학술대회가 열린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선 위탁의료기관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코로나19 백신 접종 정책의 문제를 꼽자면, 우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기간과 얀센 백신의 접종 기관이 뒤섞였다는 것"이라며 "미국에서 들여온 얀센 백신의 유효기간이 6월 23일, 7월 초 두 가지여서 갑자기 접종이 진행됐다. 자칫 오접종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접종을 한 의료기관에 70% 책임이 있지만 오접종 환경을 조성한 정부와 질병관리청의 책임도 30%는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접종 기간의 중복은 피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접종 사고에 대한 정부의 차별적인 대응 태도도 문제 삼았다. 

이 회장은 "정은경 질병청장은 얼마 전 코로나19 예방접종 과정에서 오접종 사고가 났을 때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계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의원급 위탁의료기관을 향해선 '오접종으로 인한 이상반응은 국가에서 선 보상을 하고, 의료기관 과실로 이상반응이 발생한 경우 위탁의료기관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며 "이는 명백한 편가르기다. 도로를 90도로 꺾어놓고 사고를 내지 말라는 꼴이다. 사고를 유발한 정부 당국도 책임이 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위탁의료기관에 잔여 백신 재량권을 주지 않는 문제도 지적했다. 

이 회장은 "잔여백신과 노쇼백신에 대해 의료기관에 더 재량권을 줘야 한다. '잔여백신은 지인찬스'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생각해 볼 문제"라며 "동네 내과의원은 전국단위 기관이 아니라 인근 지역의 주민 건강을 지키는 곳이다. SNS에 잔여백신을 등록하면 심지어 인천에 거주하는 분이 달려온다. 이렇게 되면 지역주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잔여 백신이나 노쇼백신 접종 재량권을 주면 백신이 필요한 분들에게 놔주고, 환자에게 다가갈 여건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차접종과 관련해 정부는 솔직해야 한다는 충고도 덧붙였다. 백신 부족을 솔직하게 인정하라는 의미다. 

이 회장은 "지난 15일 예방접종전문가회의에서 교차접종을 승인했지만 백신이 부족한데 양해해 달라고 말해야 하는 게 먼저다. 정부는 솔직해져야 한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화이자, 모더나 접종이 혼재하다 보니 백신 계급까지 생겨나고 있다. 국민을 백신으로 편가르기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백신 정책은 중구난방이다. 화이자 백신만 접종하는 일본과 같이 체계화 할 필요가 있다"며 "토끼와 거북이 우화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토끼와 같은 백신 정책이다. 그런 면에서 일본은 거북이다. 결국 결승점에는 거북이가 먼저 들어간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내과의사회는 이날 학술대회에서 채택한 결의문을 통해서도 정부의 백신 정책을 꼬집었다.

의사회는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한 집단면역 달성을 위해서는 백신의 적절한 공급과 빈틈없는 정책의 수립되어야 한다. 하지만 백신 공급이 높은 접종률을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미리 예약한 접종 대상자들도 접종을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접종 지침이 하룻밤 사이에 바뀌고, SNS를 이용한 잔여백신 접종 시스템도 관련 문의와 항의가 의료기관에 빗말치면서 종사자들의 업무피로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이런 어려움이 있는데도 정부는 접종 당일 진찰료 청구 불가 지침을 내리고 부족한 백신과 주사기의 빠른 수급 요구에는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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