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의 할머니가 불면증으로 병원에 내원하셨다. 아들, 며느리와 손주들과 함께 한 집에서 사는데, 새벽에 일찍 잠을 깨서 자녀들의 잠을 깨울까 염려되어 방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다시 잠에 들지 못하는 괴로운 날들을 보낸 지 6개월이 넘었다고 한다. 근처 내과에서 수면제를 처방 받았는데 처음에 잠이 드는 것은 괜찮다고 여겨, 자다가 새벽에 깨면 그때 수면제를 먹고 다시 잠이 든다는 것이다. 자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아침에 무기력하고 오랫동안 수면제를 복용해도 되는지, 혹시 치매에 걸리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한다.

잠을 못 자는 것은 세대를 막론하고 괴롭고 힘든 일이다. 기력이 떨어지고 힘들어지는 여름철이 되면 특히 불면증 발병률이 높아진다. 노인에 있어 불면증은 단순히 피곤하고 졸린 증상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체력 저하를 일으킨다. 2018년에 발표된 노인 불면증 연구에 의하면 전 노인 인구의 30-48%에서 불면 증상을 경험한다고 한다. 노인 불면증의 50% 이상은 중간에 잠을 깨는 수면 유지 장애이다.

나이가 들면서 초저녁에는 쉽게 피로해져 잠에 들지만 새벽 일찍 깨서 아침 잠이 없어지는 다시 말하면 생체 시계가 점차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시간으로 변하는 수면위상전진 (Advance Sleep Phase)을 경험한다. 저녁 8시에는 잠에 들고 새벽 2, 3시 잠에서 깨 잠자리에 누운 상태로 아침에 해가 뜰 때까지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수면 시간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정상적으로는 60대 정도에 5~7시간으로 줄어든 후 고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루 수면시간이 6 시간으로 줄어들 때까지는 힘들어도 버틸 수 있지만, 수면의 질이 좋지 않거나 점점 수면 시간이 줄어들면 이를 버티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다.

흔히 수면위상전진(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되는 증상)과 함께 수면의 질이 좋지 않거나 수면 유지 장애가 겹칠 때 최악의 상황이 되는데, 이럴 경우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수면장애 클리닉에서 수면의 질과 중간에 깨는 이유를 점검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다. 수면 장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이미 불면증을 경험하고 있다면 불안해지기가 쉬워 정확하지 않은 주변사람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거나 많은 돈을 지출하기도 한다. 만약 나이 들어 잠이 잘 들지 않은 형태의 불면증이 생겼다면, 수면제가 아니더라도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불면 증상을 교정할 수 있다.

이야기를 마치기 전에, 앞서 예를 든 경우 자다가 깨서 수면제를 먹는 것은 절대 하면 안되는 방법이다. 아무리 약한 수면제나 수면유도제라 하더라도 약물 지속시간이 수시간에 이르기 때문에 낮 동안에 사고나 실수, 인지기능 장애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최근에 많이 처방되는 서방형 멜라토닌 제재의 경우에는 잠들기 2시간 전 복용이 원칙이다. 나이가 들면 이런 저런 내과적인 문제로 복용하는 약물의 종류가 많아지기 때문에 약 간에 상호작용 역시 잘 살펴야 한다.

[글: 서울 드림수면의원 이지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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