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휴가·휴일 실태 조사 결과
여성노동자 80% 달하지만 생리휴가 사용률 매우 낮아

[라포르시안] 여성이 8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여성다수사업장인 병원 노동자의 생리휴가 사용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는 조합원이 조직돼 있는 의료기관 102곳 대상으로 휴가·휴일 실태를 조사한 결과 생리휴가 사용률이 0%이거나 10% 미만인 곳이 46곳으로 45.1%에 달했다고 밝혔다.

생리휴가 사용률이 0%이거나 10% 미만으로 저조한 원인은 크게 인력부족과 무급휴가 적용 등 2가지였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병원이 아예 생리휴가가 보장되지 않는 근무표를 작성하거나 생리휴가를 신청했지만 인력부족이 발생해 생리휴가를 쓰지 못하게 되는 경우, 병원 관리자들이 아예 생리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생리휴가가 무급이라 사용할 경우 급여에서 차감되기 때문에 본인이 신청하지 않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연차휴가 사용률도 매우 낮았다. 

조사 대상 병원을 특성별로 살펴본 결과 국립대병원을 제외한 사립대병원, 지방의료원, 특수목적공공병원, 민간중소병원들의 경우 연차휴가 사용율이 낮은 1위에서 5위 병원들의 연차휴가 사용률은 50%대 이하였다.  

연차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연차휴가를 쓸 수 있을 만큼의 인력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연차휴가 사용률이 저조한 병원들은“휴가를 사용할 경우 대체인력이 없어 사용하지 못한다”, “사직자가 많은 부서는 전혀 사용할 수 없다”, “인력부족으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주휴(일요일)나 휴무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또 “주휴나 잔여휴무를 먼저 사용하도록 하기 때문에 연차휴가 사용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반면 연차휴가 사용률이 높은 곳은 “인력이 부족한데도 연차휴가 사용을 강제하기 때문에 사용률이 높다”고 응답했다. 

강원권 A지방의료원은 “3교대 간호사를 제외하고 연차휴가 촉진제 때문에 연차사용률이 높다”고 응답했고, 휴가사용률이 91.7%인 서울 B사립대병원은 “수간호사가 강제로 연차휴가를 부여하기 때문에 연말이 되면 연차휴가가 몇 개 남지 않게 되고, 본인이 원할 때 연차휴가를 사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사용하지 못한 연차휴가에 대한 보상은 대부분 이뤄지고 있었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보상이 아예 없거나 일부만 보상하는 경우도 있었다. 

가장 기본적인 주휴일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 F사립대병원의 경우 “인력이 부족한 경우 주휴일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고 응답했고, 다른 병원에서는“근무자가 부족하고 업무량이 증가할 경우, 인력수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휴일을 사용하지 못한다”, “잦은 이직으로 인한 신규입사자 트레이닝 때문에 주휴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응답도 있었다.

24시간 가동되는 병원 근무 특성상 교대근무자들은 법정공휴일에 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대체휴가를 제공받거나 수당으로 보상받고 있었다. 

인력부족으로 인해 아예 법정공휴일에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전의 G사립대병원은 “365일 인력부족으로 법정공휴일을 제대로 쉬지 못한다”고 응답했고, 호남의 H사립대병원은 “긴급하게 애경사, 병가, 공가가 발생할 경우 법정공휴일을 보장받지 못해 시간외근무수당으로 지급받는다”고 답했다. 

이번 의료현장 실태조사 결과는 인력부족으로 인해 생리휴가·연차휴가 사용률이 매우 저조하고, 심지어 주휴일과 법정공휴일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주휴, 생리휴가, 연차휴가, 법정공휴일 등 각종 휴가·휴일을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인력 확충 △산전후휴가·육아휴직으로 인한 상시적 결원인력을 정규직으로 충원하는 모성정원제 실시 △규칙적이고 지속가능한 야간교대근무제 모델 마련과 시범사업 실시 △주4일제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병원 노동자에는 양질의 노동조건을 보장하기 위한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자안전과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병원 노동자들에게 충분히 일하며 쉴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야 하고, 이는 적정인력을 확충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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