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권(변호사, 분당서울대병원 의료법무 전담교수)

국정감사가 얼마남지 않았다. 국정감사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메뉴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에는 의사면허취소 제도가 없다는 지적이다.

현행 의료법 제66조에서 면허취소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무슨 말이냐고 반론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절반은 맞다. 위 규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의료인면허결격사유가 발생한 경우(1호), 자격정지처분 기간 중 의료행위를 하거나 3회 이상 자격정지처분을 받은 경우(2호), 조건부로 면허를 발급하였음에도 그 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3호) 및 면허증을 빌려준 경우(제5호)에는 면허를 취소할 수 있으며, 제1호의 경우에는 필수적으로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조문만 놓고 보면 면허취소제도가 없다는 것은 명백히 사실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보자. 일흔 나이의 의사가 타인에게 면허를 빌려준 혐의로 형사처분을 받은 것은 물론 면허취소라는 행정처분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후 이 의사는 의사면허가 없는 상태로 죽을 때까지 살게 될까? 정답은 아니오다.

현행 의료법에 의하면 해당 의사는 2년 후 면허재교부 신청을 할 수 있고 보건복지부는 ‘취소의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改悛)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면’ 면허를 재교부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문제는 실제 재교부되지 않은 예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국회의원들은 이를 지적하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 따를 때 대한민국에는 의사면허취소 제도가 없으며 3년짜리 면허정지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의사들이 잘 모르는 10년짜리 면허정지가 새로 생겼다. 지방에서 개업하고 있는 A씨는 여자 환자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자신은 결백하다고 생각했지만 여환자의 태도가 완강했고, 달리 결백을 증명하기도 힘들었으며, 주변사람들이 알까 두려워 수사기관의 권유대로 자백하여 벌금형을 받았다. 모든 문제가 끝났다고 생각했던 순간 날벼락이 떨어졌다. 복지부로부터 면허정지처분 사전통지서가 날아온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해 보니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물론 성인대상 성범죄를 저질러 형이 확정된 의료인에 대해서는 의료법 제3조의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었다.

올해 초 이런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가 개정되었을 때 일부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했으나 당시의 사회 분위기, 일부 의사들이 일으킨 성폭행·성추행 사건들로 인해 의사들의 문제제기가 큰 힘을 얻지 못한 결과가 이제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위 규정은 위헌적 소지가 많다. 첫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동·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려는 목적 아래 제정되었는 바, 그 대상이 아동·청소년이 아님에도 의료인의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입법목적을 벗어난다. 둘째, 56조 제1항에 나열된 거의 모든 시설 또는 기관의 경우 아동청소년이 전적으로 이용하거나 주로 이용하는 장소이지만 의료기관은 그렇지 않다. 물론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다르게 볼 수 있으나 위 규정은 의료법상의 모든 의료기관을 포함시킴으로서 직업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 볼 수 있다.

더하여 경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과 의료인 외 특정 직업군이 자신이 종사하는 시설이나 기관에 취업을 제한받는 경우는 없다. 평등권 침해의 소지도 높은 것이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의 효력을 부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피해를 입은 개인이 자율적으로 구제책을 찾을 것인지 협회가 나설 것인지 의료계의 대응이 자못 궁금하다. 

이경권은?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하다 의료전문 변호사가 되기 위해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에 입학했다. 2008년 68회 의사국시에 합격했다. 현재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대표변호사이며, 분당서울대병원 의료법무 전담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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