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지침 변경 따른 불만 의료기관에 고스란히 집중

[라포르시안]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 방식을 둘러싸고 의료계에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7일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 예약 방식에 대한 입장을 내고 "최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 백신 접종 사전 예약 방식을 전화 예약 방식에서 SNS를 통한 예약으로 일원화해 국민적인 혼란이 심화되고, 일선 의료기관도 행정업무 가중으로 접종 업무 차질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SNS로 예약 방식 일원화는 합리적인 대안이 마련되기 전까지 보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백신 접종은 기본적으로 환자에 대한 세심한 예진을 필수조건으로 하는데, 기존 전화 예약 방식은 기본적으로 의료기관 인근의 단골환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SNS 예약방식에 비해 보다 더 세심한 예진이 가능하다는 순기능이 있다"고 했다. 

특히 의협은 "SNS 예약방식은 젊은층에 유리해 고령자 접종률 제고를 통해 사망률을 낮추려는 정부 의도와도 맞지 않고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신을 접종하려면 최소 17시까지 의료기관에 도착해야 하는 데, SNS 방식은 전화예약 방식보다 원거리 접종 희망자가 많은 특성이 있어 퇴근 시간에 맞물릴 경우 접종이 불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백신 폐기량만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전화 폭주 등 의료기관의 행정업무 가중도 불가피하다고 했다.

의협은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섣부른 결정은 오히려 국민 건강권 보호에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어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접종 희망자의 연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예방 접종을 원활히 함으로서 접종률을 증가하고자 하는 목표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단순 잔여 백신 접종을 위해 대책도 없이 갑작스러운 SNS를 통한 예약방식으로 일원화는 오히려 일선 의료기관의 혼란을 부추기고, 코로나19방역업무에 역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개협은 "따라서 일선 의료기관의 업무효율과 환자의 건강권 보호 등 모든 사안을 충분히 고려해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면서 "충분한 논의를 위해 시행을 19일까지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대개협은 "이제라도 정부는 주먹구구식 코로나19 예방 접종 계획을 일선에서 뛰고 있는 의료계 및 전문가들과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체계화해 진행하고, 일선 의료기관이나 국민들이 더 이상 갈지자 정책으로 인한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내과의사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방역당국의 잦은 백신 접종 지침 변경으로 이제는 아침에 눈뜨기가 두렵다"고 했다. 

의사회는 "접종기관들은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전하고 효율적인 접종사업을 하고 있지만 그걸 뒷받침해야 하는 질병관리청의 행정력은 한참 뒤떨어져 있다"고 꼬집었다. 

의사회는 "국민들에게 충분한 정보 전달이 안 되고 예약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축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접종사업을 시작하다 보니 접종과 관련된 문의가 의료기관에 빗발치면서 정상적인 진료가 불가능할 정도다. 또 보건기관에 문의해도 지침이 안 내려왔다는 이유로 답변이 지연돼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업무 피로도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호소했다. 

백신 배분의 문제와 잦은 접종 지침 변경도 문제삼았다. 

의사회는 "소량을 배정받은 의료기관은 자체적으로 준비한 이송 장비를 이용해 직접 백신을 받으러 보건소로 가야하는 어려운 점이 있다. 접종 지침과 관련해서는 본격적으로 접종이 시작된 후에도 한 바이알당 최소 접종 인원, 잔여 백신의 사용 범위, 폐기 방법이 일주일 새 여러번 바뀌어 하루라도 지침을 확인하지 않으면 실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게다가 지자체별로 일부 지침이 다른 경우도 있고 일부에서는 무리한 접종 인원을 강요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의사회는 "의료기관들이 잔여 백신을 최소화하고자 확보한 60세 미만의 예비접종자 명단을 이용해 접종을 진행하던 중에 질병청은 고령자의 접종률을 높인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명단 사용을 금지하는가 하면 대상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갑자기 유예기간을 늘리기도 했다"며 "2학기 전면등교를 목표로 하는 교육부의 계획이 반영되어 이미 접종 예약을 완료한 교사들의 접종 백신과 시기를 하룻밤 사이에 변경함으로써 일선 접종기관은 큰 혼란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의사회는 "질병청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성급한 정책 결정과 지침 개정을 당장 멈추고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집단면역을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 의료계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협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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