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오늘 보정심 열고 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 확정
시민단체 "형편없이 부족한 공공의료 확충 계획에 분노"

2013년 경남도가 만성 적자 등을 이유로 강제 폐업한 진주의료원.
2013년 경남도가 만성 적자 등을 이유로 강제 폐업한 진주의료원.

[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가 오늘(2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를 열고 공공병원 신축과 의료인력 확충 방안을 담은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21~2025년)을 확정한다.

시민사회단체는 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안)이 알맹이 빠진 빈껍데기 정책이란 비판을 제기하면서 전면 폐기해야 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복지부가 지난 4월 공개한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안)을 보면 ▲필수의료 제공 체계 확충 ▲공공보건의료 역량 강화 ▲공공보건의료제도 기반 강화 등 3대 분야에서 총 11개 추진 과제를 중심으로 수립했다.

필수의료 제공 체계 확충을 위해 의료자원 부족 지역에 적정 규모 공공병원을 확충하는 방안을 세웠다. 지역 공공병원 20개소 이상 신축을 목표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및 제도 개선 추진, 공공병원 신증축시 시 국고 보조율 개선(일괄 50% → 광역시 제외 60%)을 추진한다.

공공병원 신축 및 이전·신축으로 3,500병상을, 증축으로 약 1,700병상 규모로 공공병상을 확충하는 계획도 담았다. <관련 기사: 산중턱, 허허벌판, 고속도로 옆 공공병원…“환자분, 당황하셨어요?”>

공공적 역할을 하는 민간병원('지역책임병원(가칭))'을 확대하고 지역별 의료 공급 격차가 큰 전문 분야를 지원하는 공공전문진료센터 확대 및 지원 강화를 모색한다.

의사, 간호사 등 공공보건의료 인력 확충 방안도 담을 계획이다. 필수의료 의사 확충을 위해 관련 단체 협의와 법적 근거 마련을 거쳐 추진하고, 공중보건장학제도 선발 규모를 확대한다.

간호인력 확충을 위해 지역간호사제 도입 추진,공중보건장학 간호대생 선발 규모 확대, 간호학과 신설 추진, 공중보건간호사제도 도입 필요성 검토 등을 거쳐 관련 정책을 2차 기본계획에 담을 방침이다.

문제는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공공병원 확충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이다.

복지부가 앞서 공개한 기본계획안에서 제시한 지역 공공병원 20개소 이상 신증축 목표도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관련 기사: '공공(空空)의료 돌려막기' 언제까지...>

20개소 이상 신증축이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신축하는 공공병원은 3개뿐이고, 나머지는 너무 낡아서 어쩔 수 없이 이전·신축하는 수준에 그친다.

지난 4월 26일 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이 주최한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안(2021~2025)' 수립 공청회에서 이건세 건국대병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기존에 있는 정책을 계승하고 엮어서) 토론할 게 없는 계획서와 공청회가 될 거 같아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며 "새로운 개념, 새로운 도전 없이 과거 대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고 지적했다.

공공의료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공공병원 대폭 확충이 빠진 공공의료기본계획안은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란 비판이 거세다.

'2020 OECD Health Data'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의 전체 의료공급체계에서 공공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5.7%에 그쳤고, 공공병상 비중은 10.0%였다. OECD 국가에서 평균 공공병원 비율 48.0%, 공공병상 비율 70.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민간의료보험이 주도하는 미국도 공공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23%에 달한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건강보험체계를 운영하는 대만은 공공병원 비중이 32.2%에 달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경험한 열악한 공공의료 실태는 공공병원의 역할과 책임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켰으나 정부는 형편없이 부족한 공공의료 확충 계획을 내놓는데 그쳤다"고 비판했다. <관련 기사: 4~7km 건설공사비면..."고속도로만 깔지 말고 공공병원도 세우자">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공공병원설립운동연대,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이 참여하는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는 지난 4월 26일 성명을 내고  "복지부는 5년 중기 계획에 겨우 신축 3개만을 내놓았다. 게다가 신축 3개도 이미 예타면제가 결정된 병원들이라는 점에서 하나마나한 계획을 내놓은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공공병원 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공공의대 신설과 환자 당 간호사 수 법제화 같은 실효성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는 "사립의대와 민간병원 중심의 계획은 의사인력양성 대안이 될 수 없다. 공공의대를 권역별로 충분히 설립하거나 국립대의대를 적극 활용해 의사를 양성하겠다는 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환자 당 간호사 수를 법제화해야 진정으로 병원에서 일할 간호사를 늘릴 수 있다는 시민사회 요구를 정부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는 오늘 오후 보정심 회의가 열리는 장소 앞에서 2차 공공의료 기본계획(안) 철회와 시민의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는 공공의료확충계획을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피켓팅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표 출처: 건강보험연구원 웹진 이슈앤뷰(Issue & View)에 실린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공의료 확대 방안' 중에서.
표 출처: 건강보험연구원 웹진 이슈앤뷰(Issue & View)에 실린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공의료 확대 방안' 중에서.

한편 문재인 정부 주요 국정과제인 ‘문재인 케어’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도 공공병원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김정회 연구위원은 최근 연구원 웹진 이슈앤뷰(Issue & View)에 실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공의료 확대 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공공의료 역할 재정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공의료기관 중심으로 의료전달체계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은 "문재인 케어가 완성되면 일반 의료기관은 급여수입만으로 경영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원가 기반 수가를 산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표준 진료를 제공하는 공공의료기관 중심 원가 파악이 필요하고 합리적 수가 설정을 위한 잣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민간을 선도할 수 있는 권역별로 충분한 공공의료기관 확충을 통해 보건소, 지방의료원, 대학병원 등 공공의료기관 중심으로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의료기관 역할로 ▲표준 진료 및 모델병원 ▲지역거점 공공의료기관 ▲건강증진을 위한 병원 ▲전염병 및 재난 대응 의료기관 ▲정책집행 수단 및 Test-bed 수행을 제안했다.

공공의료 인프라 양적 성장을 위해 적정 규모(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공공병원을 진료권별로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공공의료 확충 전략으로 "공공병원 설립비용은 300~500병상당 약 2천억원 정도이며, 운영비용은 기본적으로 건강보험 진료로 수입을 창출하므로 다른 사회간접자본과 비교해 비용이 크지 않다"며 "공공병원 설립의 경우 예비타당성 평가를 면제하고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가 보조금을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에 따라 차등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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