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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이방인’이 아니라 ‘환자’가 되었다…한센병·뇌전증·조현병 등 질병 명칭 변경…사회적 편견·낙인 없애는데 효과
…"우리말 특성에 맞고 이해하기 쉬운 명칭 적용해야"
▲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한센병 등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다. 사진은 KBS 뉴스 보도화면 캡쳐 이미지.

한센병, 뇌전증(腦電症), 조현병(調絃病)은 각각 나병(문둥병), 간질, 정신분열병의 바뀐 질환명이다.

질환의 명칭을 바꾸는건 단순히 전문가나 관련단체간 합의에 의해 이뤄지는게 아니다. 약사법을 개정하는 복잡한 입법절차와 행정절차를 거쳐 이뤄지는 것이다.복잡한 절차와 많은 시간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병명을 개정하는 이유는 잘못된 명칭으로 인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 효과'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취지 때문이다. 

환자권익단체 등에서는 새롭게 바뀐 병명이 사회적 편견을 줄이는데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뇌전증협회 관계자는 “뇌전증으로 병명이 개정된 지 3년도 안된 시점에서 사회적 편견이 사라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뇌전증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간질이라는 용어를 다시 써서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질병명으로 인한 낙인효과가 사라지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그렇지만 병명 개정은 장기적으로 볼 때 바람직한 변화”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질환의 명칭을 변경할 때는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한다. 특히 질환 명칭으로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생기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쓴다. 정신분열병의 새로 바뀐 명칭인 조현병에서 ‘조현’의 사전적 정의는 ‘거문고나 비파 등의 줄을 고른다’는 의미이다. 조현병학회는 조현병 환자를 생각의 논리가 깨졌거나 느슨해지거나 혹은 쭈글쭈글한 상태로 보고, 이를 복구시키거나 팽팽하게 복원시킨다는 의미에서 조현병이라는 반어적이면서 은유적인 표현을 썼다고 설명하고 있다.

뇌전증도 '뇌의 전기장애 현상'이라는 의미로 신경학적 증상을 위주로 개명한 사례다.  

한센병은 병의 원인균인 나균을 처음으로 발견한 의사 이름을 땄다.

"병명 개정 시 환자와의 소통 주안점 둬야" 문제는 일반인이 새로 바뀐 명칭만 듣고서는 무슨 병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의료인들 중에도 조현병으로 바뀐 사실이나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이현석 이사는 “조현병 등의 명칭은 일반인은 물론 의사들도 의미를 이해하는 게 난해하다"며 "자칫 무슨 의미인지 모르게 만들어 사회적 편견을 단기적으로 불식시키자는 것으로 병명 개정 의의가 저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병명을 변경할 때 언어의 인지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등 커뮤니케이션학적 관점을 적용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아름다운 우리말 의학 전문용어’를 발간한 이화여대 인문학부 송영빈 교수는 “편견을 부르는 병명의 개정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새 명칭이 한국어로서 얼마만큼 기득권을 갖고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 즉 한국 성인의 언어생활권(약 5만개의 단어) 안에 포함되는가도 검토했어야 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병명 개정 작업 시 환자와의 소통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했다. 이런 측면에서 생소한 한자어 병명 보다 우리말을 쓰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송 교수는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하기 쉽도록 명칭을 개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소아 및 노인환자를 위한 배려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한자를 표기하지만 우리나라는 한자를 밝혀 적지 않고 대부분 소리나는 대로 한글로 표기하기 때문에 의미를 이해하기 더 어렵다”며 “언어생활권에 포함된 우리말을 새 병명에 적용하는 것”을 제안했다. 

일본은 지난 2008년 정부 차원에서 의학용어 100개를 ‘병원에서 쓰이는 말로 쉽게 바꾸기 위한 제안’을 의료계에 권고한 바 있다.

권고안은 예를 들어 ‘생검’을 ‘조직검사’ 혹은 ‘조직을 떼서 현미경으로 보는 작업’으로 쉽게 풀어 설명할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매뉴얼로서 의학용어 개정 시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맞췄다.  

송 교수는 "질병사인분류 등 우리말 명칭 변경에 따른 제도적 장치의 보완도 시급한 문제"라며 "국어기본법(제 17조)에도 나와 있듯이 국가는 국민이 각 분야의 전문용어를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고 체계화해 보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서의규 기자  sunsu@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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