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불쑥 찾아온 갱년기, 자녀가 떠나고 남편은 여전히 바쁘고 무릎, 허리 통증 등 전신통증 심해지는 시기에 불면증의 괴로움도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1998년에 시작되어 10년 이상 진행되는 갱년기에 관한 대규모의 연구가 미국에서 실시되었다. 일명 SWAN (Study of Women’s Health Across the Nation)이라고 불리는 이 연구에는 3,000명 이상의 갱년기 여성이 연구에 등록되어 아주 최근까지 각종 연구 데이터가 발표되고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폐경을 전후하여 수년의 짧은 시간 동안 수면이 급격하게 악화되는데, 특히, 자다가 중간에 깨는 수면유지장애가 대표적이다. 

여성의 수면 문제는 갱년기 동안에 약 40%에서 겪을 정도로 심각하다. 보통 폐경에 이르기 전 7년에서 10년에 걸쳐 여성호르몬에 변화를 겪게 된다. 이 과정에서 평균 10% 대인 수면장애의 유병률이 급격하게 증가하여 폐경이 되면 수면장애를 겪는 여성의 비율이 최대 60%에 이르게 된다. 

갱년기에는 여성호르몬과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변화가 나타난다. 폐경이 가까워지면 여포자극호르몬(FSH, Follicular stimulating hormone) 상승하고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는데 혈액검사를 통해 갱년기가 임박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폐경이 지나면 혈중 멜라토닌 농도가 감소하는데 이도 큰 영향을 주게 된다.

갱년기에는 정서적, 신체적에도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는데 이도 수면장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정서적 변화는 불안하고 우울한 느낌이 자주 생기고 감정 기복이 심해지면서 예민해지고 짜증이 늘기도 한다. 신체적으로는 흔히 열성홍조라 불리는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얼굴과 상체에 화끈거리면서 식은땀이 나기도 하고, 가슴 두근거림이 종종 동반되게 된다. 자는 동안 이런 증상을 겪게 되면 수면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져 이런 증상이 없는 사람에 비해 3배나 수면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갱년기 수면장애는 정서적, 신체적 변화와 연관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면 치료가 필요하다.

갱년기가 되면 수면유지장애 외에도 다양한 수면장애가 동반되어 수면의 질이 악화될 수 있다. 폐경을 전후하여 없던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이 생기면 수면 중 중간에 자주 깨게 만들며, 또한 자기전이나 자다가 깨어 몸에 특히 다리에 불편한 느낌이 들어 주무르거나 마사지를 해야 일부 편해지는 하지불안증후군 역시 휴식을 어렵게 만들어 불면증을 종종 일으킨다.

이 외에도 갱년기를 지날 즈음이 되면 자녀들이 고등학생이 되거나 성장하여 대학을 가거나 취업을 하면서 자녀 양육 상황이 변화, 고혈압이나 당뇨병, 또는 대사증후군과 같은 신체적인 질병이나 만성 허리 통증, 무릎 통증과 같은 통증 문제 등 신체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 역시 수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일으킨다.

갱년기 여성의 수면은 흔히 도미노에 비유한다. 작은 한 가지를 시작으로 도미노같이 다른 신체, 정서적인 문제를 연속적으로 일으키면서 악화되고 일단 시작된 수면장애는 오랜 기간 계속되거나 치료가 불완전하여 향후에 만성 불면 증상으로 자리잡거나, 일시적으로 호전돼도 잦은 재발을 겪으면서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갱년기 여성의 수면장애는 조기에 개입하여 재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접근이 더욱 필요하다. 

[글: 서울 드림수면의원 이지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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