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

[라포르시안] 오는 25일 열리는 정기대의원총회를 끝으로 퇴임하는 이철호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이 지난 15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집행부나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지난 3년간 수비축구만 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또 앞으로 3년은 의료계에 대격변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뽑아놓은 새 회장에게 잘하라고만 하지 말고 관심과 애정을 보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의장은 "지금 의사들은 고립무원, 사면초가에 처해 있다. 그렇다고 외부 환경만 탓하면 안 된다"며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10만 회원이 회비를 모두 완납해 집행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철호 의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오는 25일 정기총회에서 임기를 마친다. 임기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일과 아쉬웠던 상황을 꼽는다면.

"임기를 무사히 마치게 되어 모두에게 감사한다. 지난 3년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현안이 잇따르고 큰 사건도 많았다. 작년 파업 투쟁 때 여의도광장에 모인 회원들 앞에서 격려사를 했는데, 목에서 피가 나와 치료를 받았다.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열변을 토한 것이다. '연설이 좋았다', '좋은 얘기를 해줘서 고맙다'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쉬운 기억은 파업을 마무리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회장 탄핵안이 발의되는 등 분열과 갈등이 빚어졌다. 더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4차 유행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정기총회가 열린다.  

"코로나19 방역을 철저히 하기 위해 총회 장소인 더케이 호텔 측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 의협 직원들은 벌써 코로나19 검사를 2번씩 받았다. 대의원들에게도 협조 공문을 보냈다. 조금이라도 코로나19 증상이 있으면 참석하지 말라고 했다. 사유서를 내면 2회 불참 시 자격 박탈 페널티를 적용하기 않기로 했다. 총회가 열리는 방도 여러 개로 쪼갰다. 식사도 도시락으로 준비했다. 관할 구청인 서초구와도 구현남 서초구의사회장을 통해 협의하고 있다.  

덧붙이면 작년에는 코로나19를 처음 겪는 시기였고, 집행부가 바뀌는 시기도 아니어서 총회를 연기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집행부가 바뀌고 대의원 임기도 새로 시작하는 과도기다. 의장과 감사 선출도 있다. 면허박탈법 등 현안도 많아서 꼭 열어야 한다. 차기 집행부가 안정적으로 출범하고 예산을 원활하게 사용하도록 대의원회가 도와줘야 한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완벽하게 준비할 것이다."  

- 정기총회에서 다룰 주요 안건을 설명해달라. 

"총회에 올라온 안건 중 눈에 띄는 것은 한국여자의사회가 의협 산하단체로 들어오는 정관개정안이다. 여의사 수가 계속 늘어 전체 의사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사단법인인 여자의사회가 산하단체로 들어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고, 발전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정식으로 의협 산하단체가 되면 대의원 수 조정 등 여의사를 배려하는 방향으로 정관도 바뀌어야 한다. 정관개정안이 총회를 통과하고 보건복지부 승인까지 얻으면 후속 조치가 뒤따를 것이다. 

또 윤용선 대의원(서울시의사회)이 제안해 가동을 시작한 대의원회 개혁 TF의 대의원회 개혁안 일부 내용도 있다.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제로베이스에서 논의를 시작해 고정·비례대의원 정수 조정 등 민감한 부분을 많이 다뤘다. 법정관분과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서 필요한 부분 의결할 것이고, 미뤄지는 사안도 있을 것이다. 활동 기간이 짧아 전반적인 내용을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 그래서 의장 직권으로 2기를 발족시켰다. 논의를 이어가면 좋은 개혁안이 많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아울러 면허박탈법, 비급여신고 의무화, 한방 대책, 코로나19 감염병 대책, 수가문제, 등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혈압약이나 당뇨약을 어디서 받을지 국민들이 선택하게 하자는 '국민선택분업' 안도 있다. 분과위원들이 충분히 토론한 후 본회의에서 논의할 것 같다." 

- 대의원회 개혁 TF에 대한 대의원들의 평가는.

"대의원회 개혁을 위한 TF가 구성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총 7차례 회의를 했는데, 나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대의원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이뤘지만, 각론에는 합의가 안 되어 이번 총회에는 최종안이 올라오지 않는다. 큰 틀은 대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이다. 특히 전공의, 공보의, 전임의 등 앞으로 의협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의사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계속 논의하다 보면 내년 총회 이전에 발전적인 안이 나올 것이다. 1기 TF에서 활동한 윤용선 대의원 등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 대의원회 운영위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이 있다. 일부는 집행부를 견제하기 위해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일부는 집행부가 회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도록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의협 집행부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하고, 문제가 생기면 대의원이나 회원들에게 알려서 잘되도록 도와주는 게 운영위원회 역할이다. 의협 정관에 회무 모니터링 등 운영위원회의 역할을 정해놓았다. 본분만 잘 지키면 문제 될 게 없다. 일각에서 월권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운영위원회는 대의원회를 운영하는 기구다. 그래서 집행부 회무보고도 받는다. 지난 3년간 40번가량 회의를 했다. 좋은 방향으로 권고를 할 뿐이다. 집행부를 혼내거나 간섭하는 기구가 아니다.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항상 고민하고 선제적으로 정책 대안을 정부와 국회에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집행부도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도 지난 3년간 수비축구만 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 의장 선거가 2파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후보자들에게 조언할 게 있다면.

"대의원회와 회원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각오로 의장 선거에 출마한 두 분께 감사드린다. 페어플레이하기 바란다. 의장은 대의원은 물론이고 집행부와도 꾸준히 소통해야 한다. 소통하면서 의견을 잘 수렴하는 게 의장의 할 일이고 덕목이다. 나는 지난 3년을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전문지 기사를 훑어보고 중요한 것은 대의원회 단톡방에 올린다. 의견을 듣고 설명하고 3년을 그렇게 하니 현안에 대해 생각하는 깊이나 통찰력이 향상됐다. 신임 의장도 그런 정보를 소통에 활용하기를 바란다. 총회를 열지 않아도 항상 의견을 수렴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면 운영위원회가 활성화되고 고급 정보가 돈다. 아마 3년간 바쁠 것이다. 누가 되든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KMA 폴리시에도 관심 가져야 한다. 지난 3년간 준비해놓은 과제가 많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바란다." 

- 41대 의협회장 선거에서 결선투표가 처음 적용됐다. 어떻게 평가하나.

"사상 첫 결선투표였다. 손해를 본 사람도 있고 덕을 본 사람도 있다. 어찌 되었든 투표에 유권자의 과반수가 참여하는 등 상당한 의미가 있었지만 결선투표 기간에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게 막은 것이 부작용을 낳았다. 선거 규정을 바꾸고 투표방식도 전자투표로 일원화해야 한다. 김완섭 중앙선거관리위원장도 '우편투표자는 극소수인데, 개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문제가 많다. 전자투표만 하자'는 의견 제시했다. 선관위에서 의견을 낼 예정인데, 전자투표로 통일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선관위에 의뢰하면 부정선거 여지도 없다. 선거라는 게 축제인데, 과정이 잘못되면 축제를 망치게 된다. 전자투표를 전면 도입하고, 선거운동도 근거없는 비방이나 비윤리적인 행위만 제재하고 나머지는 풀어야 한다. 선거권 부여 기준도 논란이다. 1년 치 회비만 내도 주자는 논의가 있다. 더 많은 회원이 참여하는 쪽으로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 40대 집행부의 공과 과를 평가해달라. 

"지금 평가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임기 종료 후 정리해서 낼 생각이다. 한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최대집 회장이 시군구 의사회 활동 경험 없이 의협에 들어온 점이다. 의협의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회무나 의사결정 과정, 정관 등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있었다면 더 매끄럽게 회무를 수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투쟁 등에 대한 능력은 있는데 디테일이 약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최대집 회장도 임원들도 열심히 일했다."

-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축구는 시작하고 5분, 끝나기 5분 전이 중요하다. 의협은 지금 과도기다. 회원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줘야 한다. 특히 앞으로 3년은 대격변기가 될 것이다. 대선도 있고 총선도 있다. 이 시기가 중요하다. 새 회장을 뽑아놓고 잘하라고 지적만 하면 안 된다. 회무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애정을 보내야 한다. 방관자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적 뒷받침을 하는 일이다. 대국회 활동, 의사들의 영역 침탈 시도, 악법 등에 대응하려면 경비가 많이 든다. 그래서 감히 제안하고 있다. 의협 회원이 13만이라고 한다. 그러나 활동하는 회원들은 그보다 적다. 10만명이 자발적으로 회비 납부하는 운동을 하자고 제안한다. 회비 납부도 투쟁의 일환이다. 지금 우리 의사들은 고립무원, 사면초가 상황에 놓였다. 외부 환경 탓할 때 아니다. 우리 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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