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의대 보건대학원 정혜선 교수팀, 인식도 조사 결과
연차사용·무급휴업 강요, 사직권고 등 불이익 겪어

정혜선 교수.
정혜선 교수.

[라포르시안] 직장인 2명 중 1명 꼴로 코로나19 확진이나 자가격리로 근무를 못하게 됐을 때 개인연차 등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소득보전을 위한 유급병가와 상병수당 제도 도입이 시급한 이유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보건대학원 정혜선 교수팀이 최근 ‘직장인의 코로나19 3차 유행 및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인식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인식도 조사는 가톨릭대학교,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스마일팩트 리서치가 공동으로 2월 8일부터 3월 9일까지 온라인 또는 서면 설문조사 방식으로 한 달 동안 진행했다. 조사대상은 전국 사업장에 근무하는 직장인으로 응답한 인원은 총 1,103명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1차나 2차 유행보다 3차 유행이 더 심각하다는 응답이 66.8%이었고, 3차 유행이 지나고 나면 4차 유행이 올 것이라는 응답이 66.4%에 달했다.

연구팀은 3차 유행의 심각성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 연일 400명대가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5인 이상 집합금지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됨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4차 유행이 올 것이라는 응답이 66%를 넘은 것은 백신접종이 시작됐지만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염려, 사회적 거리두기 지속으로 인한 피로감, 기온이 올라가고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외부활동에 대한 유혹 등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봤다.

직장 내 코로나19 방역 현황을 보면 코로나19 관리를 위해 직장 내에서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26%로 나타났다. 이를 업종별로 구분했을 때 제조업(31.3%), 음식숙박업(30.8%), 건설업(30.1%)에서 높았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직장인 중 29.9%가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개인별 손소독제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0.5%로, 업종별로는 음식숙박업(42.3%), 서비스업(35.7%) 순으로 비교적 대면 업무를 많이 수행하는 업종에서 손소독제 지급 현황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직장 내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방역 조치를 살펴보면, 손소독제 비치(94.1%), 발열체크(84.7%), 출장이나 회의 취소(71.9%), 예방법 대응교육(71.9%) 등은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었다. 반면 흡연실 폐쇄(28.8%), 책상사이 간격 확대(33.1%), 환기시설 설치(38.1%), 사무실 가림판 설치(41.8%) 등의 조치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에서 코로나19 확진이나 자가격리로 근무를 못하게 될 때 유급휴가를 지급하는 경우는 49.3%였다. 50.7%는 개인연차사용, 무급휴가, 결근처리 등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증상이 의심돼 출근을 못할 때도 유급휴가를 지급하는 경우는 42%에 그쳤다. 나머지 58%는 개인연차사용, 무급휴가, 결근처리 등을 하는 것으로 확인돼 아프면 쉴 권리에 대한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관련 기사: "아프면 쉰다"는 그 당연한 말...코로나19가 들춰낸 상병수당 필요성>

코로나19로 인한 불이익을 경험한 경우를 살펴보면 연차사용 강요(13.9%), 무급휴업강요(9.4%), 사직권고(2.2%) 등이 많았다. 임금삭감 및 임금체불(7.1%)까지 포함해 32.6%가 생계와 관련된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관련 기사: [노동과 건강 연속기고⑫] 일터의 약자들이 아플 때 3~4일 쉴 수 있으려면>

직장인의 61.2%는 코로나19가 삶에 주는 스트레스가 심각한 편이라고 응답했다. 코로나19에 노출됐을 때 가족을 감염시키는 것(85%), 직장동료를 감염시키는 것(84.2%), 주위로부터 비난을 받을 것(75.5%)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응답은 48.2%이었고, 다른 사람이 맞은 후 부작용 등을 관찰한 후 결정하겠다는 응답(33.1%)과 잘 모르겠다는 응답(12.5%)이 45.6%였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는 응답도 6.3%로 나타났다.

백신접종에 대한 연령별 의사를 살펴보면 50세 이상의 경우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의견이 68.1%로 가장 많았다. 29세 이하는 ‘다른 사람이 맞은 후 부작용 등을 관찰한 후 결정하겠다(52.4%)’, 30~39세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9.9%)’는 의견이 많았다.

정혜선 교수 연구팀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직장 내 방역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인별 마스크와 손소독제 지급을 강화하고, 소독을 보다 충실히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혜선 교수는 “사업장에서 감염 발생 시 직장 폐쇄, 휴업 등으로 직장인 및 사업주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고, 기업 운영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므로 직장 내에서 철저하게 방역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