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인(고려대의료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4년차)

살인에 준하는 죄다. 영상을 보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당사자의 허락을 받아 힘들게 이 영상을 올리고 또 이야기한다.

정말 심성이 착하고, 환자를 보는 일이 좋아서 응급의학과를 선택한 선배다. 대부분의 응급의학과 의사처럼 침착하고 함부로 말하는 일이 없다. 가해자는 술에 취한 상태로, 급한 자기를 놔두고 앞서 진료 받고 있는 소아를 먼저 진료했다는 이유로 일면식도 없는 선배의 안면에 의자를 날리고, 닥치는 대로 폭행하며 집어 던진다. 처음부터 그리 아프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몇 번이고 보았다. 소탈하게 웃는, 마음씨 착한 사람이였다. 눈물이 쏟아졌다. 그 자리에 있다는 이유로 낯 모르는 이가 던지는 의자 모서리를 받아내야 한다. 감당할 수 없는 폭언과 미움을, 위협을, 인격을 무시하는 괴성을, 증오를 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다른 이들이 편히 자거나 티비를 보며 가족들과 지내는 시간, 고통뿐인 병원에서 하얀 챠트를 쓰며 지내는 일이다.

신념으로 일하고 있으면, 먹먹한 백지를 보고 있으면, 언제 증오가 실린 물건이 날아올 지 모르는 일이다. 날아오는 의자를 보았을 찰나의 선배의 고독. 취객이 던지는 주먹을 받았을 때의 슬픔. 사람이 견딜 수 없는 일이다. 다시, 또 몇 번을 보았다. 앞이 뿌옇게 되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봤다.

선배는 머리를 몇 바늘이나 꿰맸다. 사실, 죽을 수도 있었다, 충분히 그런 의도의 공격이였다. 다른 이들도 다 타박상을 입었다. 이 사람은 당연히 폭행으로 잡혀가서 우리가 생각하는 처벌을 받았을 것 같은가? 그렇지 않다. 병원 측에서 합의를 종용하여 나머지 피해자가 다 합의했다.

이럴 경우 합의를 해주지 않아도 판사의 재량으로 적당한 처벌이 나게 되므로 어쩔 수 없이 합의했다. 합의금은 백만원이였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그런 건 적용되는 적이 없으니 없다고 생각해도 된다. 결국, 이건 살인 미수죄가 아니라 백만원짜리 폭행이였다. 백만원은 고통뿐인 병원에서의 근무와, 고독, 슬픔을 견디는 돈으로는 턱도 없었다. 차라리, 대놓고 우롱했으면 했다.

법의 기본은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더 고통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해자가 다음 주쯤 다시 술을 마시고 " 내가 의사좀 때리고 백만원쯤 쥐어 줬지." 라고 호탕하게 웃고, 피해자는 몇 달이 지난 지금에도 말을 흐리는, 기본적으로 이런 것이 법은 아니다. 질서도 아니다.

이것이 무엇인가? 고통 받는 사람을 한없이 더 고통스럽게 하는, 이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편집자주 : 이 글은 저자가 자신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ihn.namkoong)에 올린 글을 사전에 허락을 받고 그대로 전재한 것입니다. CCTV 화면에서 환자에게 심하게 폭행을 당한 의료진은 그 충격으로 다니던 병원을 그만두고 다른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의료진에게 폭행을 가한 환자는 100만원의 합의금을 내고 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본지는 응급실과 진료실 등 병원 내에서 이뤄지는 환자 및 보호자에 의한 의료진 폭행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취지로 이 글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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