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테올' 판매중단·'타이레놀시럽' 리콜 사태 등으로 부실한 안전관리 지적돼

최근 의약품 품질관리와 관련한 사고가 잇따르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부실한 의약품 관리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의약품 안전관리를 위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지만 항상 문제가 불거지고 난 이후에 사후약방문 식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얼마 전 불거진 유산균 정장제의 판매중단 사태를 통해서도 식약처의 의약품 관리업무의 난맥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식약처는 지난 8일 동화약품의 유산균 제제 중 '락테올' 및 그 제네릭 56개 품목에 판매 중지 및 회수와 함께 특별 재평가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1988년 제품 허가 당시 락토발실루스 이시도필루스라는 유산균을 락테올에 사용했다고 보고했으나 실제로는 다른 유산균(퍼멘텀 균주와 델브뤼키 균주 혼합물)을 사용했다. 

동화약품은 성분정보 오류 사실을 지난 2005년 인지하고도 밝히지 않아 다른 제약사들도 약 10여년간 오리지날 제품과 다른 복제약을 공급했고 환자들은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약을 복용한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식약처가 지난 1월 해당 의약품의 실제 성분이 허가된 정보와 다르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판매중지 등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도 드러났다.

동화약품이 뒤늦게 허가변경을 공식 신청하고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식약처가 뒤늦게 판매중단과 특별 재평가를 실시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와 관련 본지에서 식약처 담당부서에 지난 1월 적절한 조치를 위하지 않은 이유를 거듭 물었지만 답변을 회피했다.

'락테올' 판매중단 사태와 비슷한 사례는 최근 6개월 사이에 두 차례나 더 있었다.

지난 4월 한바탕 소동이 일었던 한국얀센의 어린이타이레놀시럽은 ▲안전성 문제를 알고도 판매중지 등 필요한 조치 지체 ▲제품표준서에 없는 수동충전 방식으로 제조 등의 혐의로 식약처로부터 5개월간 제조정지 처분을 받았다.

당시 타이레놀시럽 리콜 사태를 놓고 식약처가 GMP 적용업체에 대한 사후관리만 제대로 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지난 5월에는 식약처가 건강보험에 등재된 천연물신약 6종을 수거 검사한 결과, 6종 모두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과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

검사 대상에 포함된 6종 가운데 최근 들어 처방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안국약품의 ‘시네츄라 시럽’은 포름알데히드가 0~1.8ppm이 검출됐다.

당시 식약처는 천연물신약 중 유아와 어린이에게 많이 처방되는 시네츄라 시럽에서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음에도 안전성에 이상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식약처 한약정책과 관계자는 “시네츄라시럽에서 검출된 포름알데히드는 흔히 먹는 사과와 배에서 검출되는 양에 비하면 문제되지 않는 수치”라며 “검출된 원인은 천연물신약 원료한약재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기 때문에 조사 필요성은 없다”며 안일한 인식을 보였다.

▲ 지난 5월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타이레놀시럽 리콜사태로 본 GMP 문제점 및 개선방안’ 토론회.

“식약처, 의약품 관리 전반에 걸쳐 상당히 미흡하고 부주의"이런 사건이 잇따르면서 식약처의 의약품 품질관리 업무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의약품 관리에 있어서 선제적 위기 대응보다 문제가 터진 이후 뒤늦게 대책을 논의하는 안일한 업무 방식을 꼬집는 의견이 많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남은경 사회정책팀장은 “식약처가 의약품 관리의 전반에 걸쳐 상당히 미흡하고 부주의하다”며 “최근의 사태들을 되짚어볼 때 문제의 원인은 식약처가 의약품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제약사의 제출자료로만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제약사가 자발적으로 문제점을 보고하지 않으면 식약처가 이를 모른 채 그냥 넘어갈 수도 잇다는 것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백용욱 차장은 “식약처는 제약사를 직접 방문해 잘못된 부분을 찾는 노력을 하기보다 제약사가 알아서 잘 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며 “제약사가 문제를 발견했을 때 신고하지 않으면 식약처도 모른 채 유야무야 넘어가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 차장은 “락테올의 경우 2005년 이후로 최소한 한 번 이상 의약품 허가를 갱신했을텐데 그 과정에서 이를 밝혀내지 못한 식약처의 업무처리에 의구심이 든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식약처의 의약품 품질관리의 태만함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등재의약품의 목록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은 “현재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등재된 동일성분의 의약품이 너무 많다”며 “식약처가 엄격한 의약품 품질관리를 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한 실정에 등재된 의약품을 모두 관리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은 “기등재의약품을 재정비해야 장기적으로 의약품 통제가 가능하다”며 “의약품의 엄격한 품질관리를 위해서는 현재 등록된 의약품을 대상으로 효과와 가격을 고려한 기준을 마련해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식약처는 의약품 품질관리업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식약처 의약품품질과 관계자는 “미국에서 의약품 품질관리와 관련한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고 해서 FDA가 엉터리라고 말하진 않는다”며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한두 가지의 사건을 두고 의약품 품질관리가 좋지 못하다고 지적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약산업이 이뤄지는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놓고 품질수준과 관련한 지적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국내 의약품 품질관리의 전반적인 수준은 픽스(PIC/S)가입이 가능하다고 평가 받을 정도로 선진국과 견줄 때 손색이 없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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