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철(암시민연대 대표)

[라포르시안] 지난 2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는 ‘금고 이상의 중대범죄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고 일정기간 재교부를 금지하는 의료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차기 전체회의에서 재논의하기로 결정했다. 개정안이 의사협회 등 의료계에 의해 ‘의사면허 박탈법’으로 불리기도 하고, 직무와 무관한 범죄로 면허가 취소된다거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 등이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논의는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이미 충분히 논의됐고, 그 결과 업무상 과실치사상이나 복권되지 않은 파산 등은 제외하고 법사위에 상정된 것이다. 대부분 의료사고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처벌되고 있고, 반복적으로 사망사고를 유발하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경우 면허를 취소하지 않으면 피해가 계속 발생할 우려가 있다. 방만한 경영으로 파산한 의사의 경우에도 영리를 위한 의료를 행할 위험이 높은 것을 감안하면 이 두 가지가 제외된 것만으로도 과잉금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는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의 목적은 인간의 신체와 생명을 다루는 의료행위 특성 상 의료인은 일반인에 비해 더 높은 직업윤리와 도덕성이 요구되어야 하고, 그래야 환자와 국민이 조금 더 안심할 수 있다는데 있다. 실제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음주운전이 반복되기만 해도 의사면허가 취소될 수 있음을 감안하면 직무와 무관하기 때문에 면허 취소가 부당하다는 주장은 이해하기가 힘들다. 직업윤리와 도덕성이 담보되지 않은 사람을 살리는 기술은 자칫 사람을 해하는 기술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이번 개정안은 영원히 의사면허를 박탈하는 게 아니라 일시 정지하는 수준이다. 중대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한 후 일정 기간 재교부를 금지하는 것이고, 의사면허 재교부율을 감안하면 면허 박탈법이라고 하기보다는 면허 일시정지법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 최소한 일정 기간 동안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여 발생 가능한 사고와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셈이다. 

따라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재논의 결정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의 독립성 및 전문성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또한 조금 더 안전한 의료환경에서 진료를 받고자 하는 환자와 국민들의 요구를 무시하는 처사이며, 어떠한 중대범죄를 저질러도 의사면허는 보호받아야 한다는 특권의식을 옹호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는 이미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들이 태연히 의료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소급 적용할 수 없음을 감안하면 국회는 앞으로 발생할 중대범죄 의료인을 양산하거나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국회 법사위는 앞으로 재논의 될 예정인 ‘중대범죄 의료인 면허취소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불필요한 수정 논의를 하지 말고,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한 원안대로 의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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