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코로나19 사태가 1년을 넘어서면서 인력과 지원체계도 부족한 상태에서 확진 환자를 돌보며 방역 최일선에서 있던 간호사들의 신체정·정신적 소진이 심각하다. 

의료현장에서는 정부가 코로나19 대유행 위기가 심각할 때만 치료병상 확보, 인력 확보 정책을 제시하고 유행 위기가 한풀 꺾이면 문제를 덮고 넘어가는 임시방편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관련 기사: 코로나 위기 땐 공공병원 갈아넣고, 유행 꺾이면 토사구팽?...K-방역 잔혹사>

지난 7일 오후 1시부터 코로나19 사태 1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의료현장이 처한 실태를 알리기 위해 간호사들이 거리로 나섰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와 행동하는 간호사회 주최로 진행된 '청와대로 찾아간 간호사들2' 캠페인에는 방역현장에서 근무하는 현장 간호사 6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광화문, 경복궁역과 청와대 근방에서 기자회견과 거리두기 침묵 피켓팅을 벌이며 감염병동 중증도별 인력기준 마련 요구, 간호인력 대비를 위한 인력확충(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제한을 촉구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청와대에 이르기까지 방호복을 입고 침묵 피켓팅을 진행한 보라매병원 김경오 간호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대통령님, 간호인력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이전부터 간호사들은 인력부족으로 인한 고질병을 앓고 있었습니다"라고 호소하며 현장에서 간호사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전했다. 

김 간호사는 “입사 후 지금까지 제대로 된 인력충원은 이뤄진 적 없었고 제대로 쉴 수 없는 근무환경 조차 개선되지 않았다. 인력을 늘려 달라, 근무환경 개선해 달라 외쳤지만 정부에서 내놓은 방침은 간호대학 증설로 간호사 수만 늘려놨을 뿐"이라며 "지난 10년간 30여개 간호대학이 신설되고 많은 간호사들이 배출됐지만 너무 열악한 현실 앞에 버티지 못해 지친 동료 간호사들은 하나둘씩 병원을 떠났다”고 했다. 

“떠나는 동료들의 어두운 뒷모습을 더 이상은 보기 싫다"며 "간호사 1인당 담당하는 환자 수 법제화로 간호사 1인당 담당하는 환자수가 감소한다면 환자들에게 미쳐 하지 못한 간호가 좌절과 죄책감으로 돌아오진 않을 것이다. 환자를 돌보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노동강도를 포함하여 중증도 분류기준을 마련하고, 중증도 분류기준을 통한 인력충원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김경오 간호사는 거듭 호소했다.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감염병전담병원 등의 간호사들은 인력이 부족해 이 병동 저 병동을 다니며 환자를 돌보고 있다고 한다. 

이날 1인 시위에 나선 서울대병원 김혜정 간호사는 “환자들은 집중적이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현장은 변한 것이 없다"며 "지난 1년 내내 확진자 수가 늘어날 때는 쉬는 날도 불려 나와야 했고, 중증도가 높고 손이 많은 가는 환자가 여전히 있어도 병원은 반대로 확진자 수가 줄었다는 이유로 근무조당 간호사 인력을 줄였다. 코로나19가 발생한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병원은 주먹구구식으로 코로나19 인력운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 정재훈 간호사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띄운 편지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 시작에 더불어 언론에서는 일상회복을 위한 첫 단계가 시작되었다고 보도하지만 현장에서 환자 곁을 지켰던 저희들이 처한 현실은 무엇 하나 바뀌지 않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 유행 상황 속에서 부족한 인력으로 최선을 다했던 간호사들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현장을 따나고, 숙련된 간호사들이 떠난 자리는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신규 간호사로 급히 채우면서 간호인력 부족과업무부당은 가중되고, 근무환경은 더 열악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 간호사는 “대통령께서 약속했던 간호인력 확충, 근무환경 개선,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발언을 잊지 않고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개선한다는 취지로 지역공공간호사제와 간호대 정원 확대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 간호사들은 이런 정책이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개선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의료연대본부와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지역공공간호사제는 전액 장학금이라는 미끼로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 간호사들을 가둬놓는 것과 같다"며 "지역의 간호사들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근무환경 개선과 처우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간호사 부족 문제는 간호사가 없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간호사들이 사직해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신규간호사들이 1년 이내 45.5%가 사직한다. 사직을 유발하는 노동조건을 바꾸지 않는다면 간호대 정원 확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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