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일이다. 그리고 짜증도 난다.

의료선진국을 자처하는 나라에서 무려 25년간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의약품이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고 유통됐다는 사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8일 유산균 제제 중 동화약품의 '락테올' 및 그 제네릭 제품에 대해 잠정 판매중단 및 회수 조치를 취하고, 특별 재평가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유는 락테올 및 그 제네릭 의약품이 정부로부터 허가받은 효능․효과(급성설사 등)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락테올이란 의약품은 급성설사에 효과·효능을 지닌 정장지사제로 지난 1988년 허가를 받았다.

식약처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1988년 락테올 제품의 허가 당시 원료 균종으로 ‘틴달화 아시도필루스’ 균주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에 확인된 바로는 실제 제품생산에 사용되고 있는 균주는 틴달화 아시도필루스가 아니라 ‘퍼멘텀’ 균주와 ‘델브뤼키’ 균주의 혼합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동화약품이 해명하기로는 허가 당시 사용된 균주가 과학의 발전에 따라 실제로는 같은 속 (屬)이지만 나중에 다른 종(種)의 혼합물로 최종 밝혀짐에 따라 변경된 것이라고 한다.

관련 학계에서는 동화약품의 이러한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더 큰 문제는 동화약품이 이미 8년 전에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원료의 규격 변경 등을 프랑스 원개발사로부터 지난 2005년 통보받고도 변경신고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 동화약품 홈페이지 캡쳐.

그래놓고는 버젓이 ‘락테올의 성분은 유산균의 한 종류인 락토바실루스 아시도필루스균으로, 락테올 균주는 강력한 장점막 부착력으로 유해균ㆍ독소들이 장점막에 붙지 못하도록 한다. 이러한 작용은 급성 설사, 대장염ㆍ기능적 결장질환에 의한 설사치료에 도움을 준다’고 홍보해 왔다.

엄연히 실정법 위반이다. 다른 무엇보다 '우리나라 최초 제약사'라 자랑해온 제약기업으로서 비윤리적인 처사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당연히 식약처도 동화약품이 2005년 프랑스 원개발사로부터 관련 내용을 통보받고도 변경신고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행정처분 및 고발조치 등을 취한다고 했다.

동화약품은 지난 8일 곧바로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께 불안과 혼란을 드린데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에 식약처가 발표하지 않았더라면 이 회사가 스스로 문제를 공개하고 사과했을까 싶다. 이 제품을 복용해온 의료소비자들은 울화가 치밀 것 같다. 

식약처 잘못도 커제네릭 효과·안전성 홍보한 것 사과해야이번 락테올 및 그 제네릭 제품의 잠정판매중단 및 회수 상황을 보면서 식약처의 의약품 관련 업무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드는 아쉬움은 왜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 가입을 서두르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PIC/S는 지난 1995 유럽국가들을 중심으로 GMP 관련 분야의 정보 및 경험을 공유하고 교류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기구다.

이 기구에는 2012년 현재 38개국 40개 기관이 가입돼 있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싱가폴과 말레이시아가 2000년대 초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이미 제약업계에서는 국내 제약사의 해외 시장 진출과 GMP 기준 선진화를 위해 PIC/S가입은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식약처는 지난 2007년에서야 비로소 PIC/S 가입을 준비했고 지난해 4월 가입 신청서를 제출해 오는 2015년 가입이 예정돼 있다.

만일 우리나라가 이 기구에 일찍이 가입했더라면 이미 회원국인 프랑스 측으로부터 제조공정 변경정보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았을 것이다.

▲ 식약처가 발간한 홍보책자 내용. 

또다른 문제는 지난 5월 식약처에서 했던 뜬금없는 제네릭 홍보였다.

식약처는 지난 5월 '제네릭 의약품 바로알기'라는 홍보책자를 발간했다. 이 책자는 '제네릭(generic)'의 약효와 약효 지속시간이 오리지널 약과 동등하다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제네릭은 식약처에서 허가한 의약품이고,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거쳐 GMP 시설에서 제조됐기 때문이라고 명시돼 있다.

제네릭에 대한 국민들의 잘못된 인식으로 ▲효과가 없다 ▲안전하지 않다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이 짧다 ▲좋지 않은 시설에서 제조된다 등 4가지를 꼽기도 했다.

결국 이 홍보책자 내용은 틀렸다.

이번에 락테올은 물론 그 성분을 카피해 만든 제네릭 56개 제품 역시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식약처가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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