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 무슨 불면증에 걸릴 수 있느냐고 물으실지 모르겠다. 내일모레 중간고사 시험 걱정으로 잠을 못 자는 것일까. 아니 이 어린 나이에 웬 불면증이라 할 수 있겠지만, 10대의 불면증 환자가 부모의 손에 이끌려 수면클리닉에 오는 것은 낯설지 않다.

우리나라 10대의 수면은 한국청소년연구원 2020년 발표에 의하면 여타 OECD 국가의 같은 나이 수면에 비해 1시간 정도 부족하다. 주로 공부를 하거나 친구들과의 SNS 소통을 위해 수면을 희생한다.

주 중에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서 학교에 가고, 주말에는 늦은 오전에 일어나거나 심지어는 오후가 되도록 일어나지 않으면서 부족한 잠을 보충하려 한다. 하지만, 수면부족을 일컫는 수면 부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1시간을 부족한 수면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4일이 필요하다. 또한 계산적으로는 수면 부채가 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피로감, 집중력 저하는 더 오랫동안 계속된다.

문제는 생체시계이다. 하루 중 같은 시간대에 수면호르몬이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스트레스 대처 호르몬인 코티졸이나 성장호르몬 역시 하루 중 시간이나 잠시간의 영향을 받는다. 이런 생체 시계는 매번 비슷한 시간대에 우리 몸에 신호를 보내서 하루를 준비하고, 수면 신호를 보낸다. 연령에 따라 변화를 보이는데 10대 후반에는 생체 시계가 지연된다. 즉,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조금 더 편안한 상태로 변화한다. 다시 설명하자면, 늦은 시간까지 늦잠을 자는 몸의 신호를 거슬러 어느 날 갑자기 일찍 자거나 일찍 일어나려 하면 단단한 결심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생체시계를 거슬러 일찍 자는 노력이나 불규칙한 수면패턴은 우리 몸에 혼란과 문제를 더욱 초래할 뿐이다. 의지가 강하고 강박적으로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10대 중에는 일찍 자는 것이 마음처럼 잘 되지 않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수면이 조절되지 않아 불안해지는 불면 증상이 쉽게 생긴다. 특히 시험을 목전에 앞두거나 방학 말미에 개학을 위해 학생이 생활습관을 개선하려고 할 때 불면증 문제가 잘 생긴다.

10대의 수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자고 일어나는 수면시간의 일관성을 잘 지킬 수 있어야 하며, 문제가 생기면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기억력과 집중력과 같은 인지 기능에 희생이 따른다.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한 의학의 기본 원칙은 수면에도 적용된다.

10대 불면증 치료는 수면제 처방을 피하고, 비약물적인 치료가 우선이다. 개개인의 정확한 생체시계를 확인하고 증상을 조절하면 약물치료를 최소화하고도 치료할 수 있다. 무조건적으로 잠을 청하거나 일방적으로 자녀에게 불을 끄고 누워서 눈을 감고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효과도 부족할 뿐 아니라 자기 전 불안 증상을 악화시켜 자칫 불면증을 만성화 시킬 수 있다. 먼저 수면 습관 개선을 시도하되 불면증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 10대는 비약물적이면서도 재발이 적은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글: 서울 드림수면의원 이지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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