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수(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다발성골수종연구회 위원장)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골수종이 '고령화사회의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름도 생소한 이 질환은 20여년 전부터 환자 수가 증가하기 시작해 지금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혈액암 중에서 발병률이 세 번째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를 주축으로 다발성골수종연구회가 구성돼 이 질환에 대한 진단 및 치료법 개발이 모색되고 있다. 이 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서울대 의대 윤성수 교수(혈액종양내과)는 "우리나라의 다발성골수종에 대한 임상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그러나 신약에 대한 보험급여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환자들이 받는 혜택은 주변의 다른 국가들보다 뒤처지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 교수로부터 다발성골주종의 국내 치료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다발성골수종이란 질환명이 생소하다. 어떤 질환인가.

"다발성골수종은 혈액암의 일종으로, 종양이 뼈에 침범해 뼈를 녹이거나 잘 부러지게 만드는 무서운 질환이다. 주로 65세 이상에서 호발하는데,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세계적으로 환자가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그래서 '고령화 시대의 복병'으로 불린다. 서양에서는 혈액암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에서는 과거에는 비교적 드문 질환이었으나 최근 20년간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백혈병과 림프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혈액암이 됐다. 앞으로 환자 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

- 다발성골수종은 발병 원인은 무엇이고,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발병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고령화와 함께 공해·방사선 노출, 다이옥신 등 환경적 영향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발성골수종 진단에서 가장 흔한 소견은 빈혈이다. 그러나 환자가 증상을 자각하고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는 골절 등 뼈에 병변이 나타난 이후가 대부분이다. 신부전으로 신장내과에서 치료를 받다가 M-단백이 검출돼 진단되는 경우도 많다. 현재 다발성골수종 진단은 혈청 또는 소변의 M-단백의 존재 여부, 골수 내 클론성 형질세포가 10% 이상인지 여부, 다발성골수종 관련 장기손상이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뤄진다."

- 노인환자들은 빈혈 등의 증상을 느낄 때 동네의원을 먼저 찾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개원가에서도 진단할 수 있나.

"진단이 쉽지는 않다. 65세 이상 노인에서 혈액검사상 빈혈 증상이 나타나면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 뼈의 병변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단순 골절로 오해하기 쉽다. 실제로 골절이나 통증으로 여러 병원을 거친 후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

- 다발성 골수종의 치료는 어떻게 하고 있나.

"치료의 목표는 증상 완화와 생명연장에 있다. 왜냐하면 다발성골수종은 완치되는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혈액암에 비해 더 중요한 질환으로 간주된다. 가장 핵심적인 치료는 약물요법이다. 현재 국내에 허가된 다발성골수종 치료제는 탈리도마이드, 벨케이드, 레블리미드 등이 있다. "

- 다발성골수종 연구회는 언제 결성됐나.

"독립된 형태의 연구회로 결성돼 운영해오다 지난 2005년 대한혈액학회 산하 연구회로 정식 발족했다. 현재 전국 대학병원 등에 소속된 150여 명의 혈액종양내과 전문의가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연구회는 학술대회 등 정기모임과 비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다발성골수종의 최신 진단과 치료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다발성골수종은 완치가 안되는 질병이기 때문에 환자의 삶의 질 개선과 생명 연장을 위한 방안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해외 학회와 활발한 학술교류를 비롯해 다기관 공동 임상연구 시행, 환자등록 사업, 환자단체와의 협력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다. "

- 연구회 활동을 통해 특히 임상연구 분야에서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발성골수종연구회의 임상연구 수준은 세계적이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다국가 연구를 수행해 왔다. 우리나라가 연구환경도 좋고 연구 역량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환자를 쉽게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발성골수종 환자의 대부분이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대학병원 집중 현상이 득이 된 셈이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환자가 뿔뿔히 흩어져 있어 임상연구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고 한다."

- 다발성골수종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현장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앞서 얘기한대로 다발성골수종은 완치가 어렵다. 그래서 생명연장이 치료의 일차적인 목표다. 그러나 다발성골수종 환자 치료를 위한 유일한 1차 항암제인 벨케이드조차 제약이 많다. 2~3주기 반응을 평가해 부분관해 이상의 효과가 있는 경우 제한적으로 지속 투여가 인정되는 등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연구회에서 질병이 진행되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없는 경우 지속적으로 투여할 수 있도록 급여기준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건강보험 재정을 이유로 들어주지 않았다. 우리나라보다 경제수준이 낮은 나라들도 보험급여에 큰 제약이 없는데 우리만 다르다. 게다가 2차 치료제인 레블리미르는 아직까지 보험급여도 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비용효과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병을 키우면 의료비가 더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번에 수백만원씩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환자들의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한 임상연구에 대한 정부 지원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사회주의적인 의료정책을 쓴다는 영국조차 임상연구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전혀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

 

-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강화 계획에 따라 조만간 보험급여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는가.

'아직은 속단하기 이르지만 4대 중증질한 보장성강화 계획을 통해 다발성골수종 치료제에 대한 보험급여 이슈가 해결되면 더없이 반가운 일이 될 것이다. "

- 다발성골수종연구회의 향후 계획은.

"치료제에 대한 보험급여기준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앞서 언급했듯이 다발성골수종은 완치보다는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이 가장 일차적인 목표이다. 새로운 약제를 쓰면 삶의 질 개선과 생명연장은 가능하다. 현재 1차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벨케이드의 급여 기준을 확대하고 레블리미드의 급여화가 최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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