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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만나다] “오죽하면 '피부비뇨기과'로...비뇨의학과 정체성 확립 정책 시급”이종진(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회장)

[라포르시안] “비뇨의학과 환자가 없어서 피부와 비만, 탈모 진료를 보는 것이 비뇨의학과의 현실이었습니다. 오죽하면 '피부비뇨기과'라는 소리가 나오겠습니까.”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이종진 회장은 비뇨의학과가 처한 상황을 이렇게 정의했다.

이종진 회장이 꼽은 비뇨의학과의 애로사항 중 하나는 의사 수 대비 적은 질환 및 환자 수다.

이 회장은 “전공의들이 비뇨의학과를 지원하지 않는 이유는 비뇨의학과로 먹고살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며 “그렇다면 비뇨의학과는 왜 먹고살기 힘들어졌을까 생각하면 의사 수에 비해 질환이 적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비뇨의학과 질환에 대한 의료서비스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정체성을 포기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살아남기 위해 피부과 환자와 비만 환자, 탈모 환자를 보고 있는 현실”이라며 “비뇨의학과 환자만 보는 비뇨의학과 의사들이 점차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다행히 지난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정상화되는 분위기”라며 “올해 비뇨의학과에 지원한 전공의는 40명이다. 예전에는 지원율이 50%에 불과했는데 이제 80%까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이종진 회장이 제시한 비뇨의학과가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해법 중 하나는 수가 개선이다. 진료와 노력에 합당한 수가를 통해 비뇨의학과 정체성을 살리고 해당 질환 환자만 진료함으로써 전문성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일년에 한 번 정도 환자가 몰려서 화장실도 못가고 진료를 할 때가 있는데 퇴근할 때 세어보면 70명 수준이다”라며 “비뇨의학과는 기본적으로 환자를 볼 때 시간과 손이 많이 가는데도 불구하고 하루에 200~300명을 볼 수 있는 다른 진료과와 초·재진료가 같다보니 경영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또 한가지 어려움은 비뇨의학과 특성상 고령 환자가 많다는 점이다.

이 회장은 “환자들이 대부분 고령이라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해서 소리를 지르는 게 일상이다”라며 “요즘은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소리를 지르다보니 퇴근하면 어지러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인 가산은 정말 필요하다. 30세 환자와 80세 환자를 보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크다”라며 “비뇨의학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꼭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비뇨의학과 전문병원제도' 도입에 대해선 해법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종진 회장은 “예를 들어 전남 지역 상급종합병원 비뇨의학과의 하루 전체 입원환자를 합쳐도 30명이 될까말까인데 비뇨의학과 전문병원 병상 수를 30개에 맞춘다는 것은 어려운 이야기”라며 “비뇨의학과는 입원환자가 전립선비대증 말고는 없다고 봐야 한다. 길어야 하루 입원인데 어떻게 병상을 채우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복지부에서 10병상으로 해주고 싶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주먹구구식으로 10병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보건당국과 합의를 보고 연구용역에서 병상 수 기준을 낮춘다고 해도 의료법을 바꾸지 않는 이상 어렵다. 30병상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진전이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전문과목 명칭을 '비뇨기과'에서 비뇨의학과로 바꾼 건 진료과의 인식을 개선하는데 좋은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사실 비뇨기과를 비뇨의학과로 바꿨다고 해서 금방 인식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진료과의 정체성"이라며 “비뇨의학과를 갔더니 피부과 환자 밖에 없으면 비뇨의학과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뇨의학과로 명칭을 바꾼 것은 과거 비뇨기과에 대한 국민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개선하는데 있어 좋은 계기가 됐다”며 “요즘에는 할머니들도 방광염으로 비뇨의학과를 찾을 정도가 됐고 오늘만 해도 내 환자의 20%가 여성 환자였다. 비뇨기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창립 25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선배들의 소중한 경험과 가치를 정리하는 작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는 지난 25년간 정신없이 빨리만 달려왔다. 뒤돌아보니 의사회의 역사를 남기는데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며 “선배들을 찾아가서 인터뷰도 하고 자료도 정리해서 아카이브화 하려고 한다. 이미 오래된 서류를 정리 작업 중이며 의사회 홈페이지에 도서관을 만들어 저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와의 접점을 넓히고 국민과 소통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처럼 의사가 존경과 선망, 욕의 대상인 나라도 없을 것”이라며 “하루아침에 그런 인식을 바꾸긴 어렵지만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 사회와 국민 속으로 한발짝 다가가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여주기식 봉사가 아닌 비뇨의학과 의사들이 진심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국민과 소통하려고 하는구나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손의식 기자  pressmd@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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