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강주성·유희경·박시영('간병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연대' 소속 활동가)

[라포르시안] 정부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국민들에게 큰 부담이 되는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등 3대 비급여에 대해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는 급여화되면서 환자 부담이 크게 줄었다. 그러나 간병비 문제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가족의 투병 생활을 곁에서 지켜보며 간병비 문제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험한 이들이 직접 간병비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 올리고  '간병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연대'(이하 간병시민연대)를 출범시켰다. 지난 22일 간병시민연대에서 일하는 김인규·강주성·유희경·박시영 활동가를 만나 앞으로 간병 문제와 향후 활동계획에 대해서 들어봤다.  

사진 왼쪽부터 간병시민연대 김인규, 강주성, 유희경, 박시영 활동가.
사진 왼쪽부터 간병시민연대 김인규, 강주성, 유희경, 박시영 활동가.

- 간병연대가 출범한지 2개월가량 됐다. 현재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가. 

= (강주성 활동가, 이하 강) 한 번도 같이 일해본 사람들이 아니다. '하자'고 해서 처음 모인 사람들이다. 지금은 조직을 준비하고, 어떤 활동을 할지 계획 세우는 단계다. 올해 말부터 대선이 시작된다. 이 기회를 활용해 간병 관련 이슈파이팅을 우리 사회에서 분명하게 해야 한다.

- 활동가들은 어떤 생각과 계기로 간병연대에 참여했는지 궁금하다.   

= (유희경 활동가, 이하 유) 아버지가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았다. 거동에 문제가 없지만, 폭행과 폭언 등 정신행동증상이 심했다. 남자 간병인을 고용했는데, 견디지 못했다. 개인이나 가족이 치매 노인을 돌보는 것은 너무 힘겨운 일이다. 정부에서 도와주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간병시민연대에 가입하면서 신청서에 '뭐든지 도움 될 일을 찾아서 하고 싶다'고 썼다. 잘 할 수 있는 일이 회계 관련 업무라서 간병시민연대 회계를 맡고 있다.

= (박시영 활동가, 이하 박) 강주성 활동가와 페이스북 친구인 어머니 통해 알게 됐다. 보험 관련 일을 하면서 소비자들이 간병비를 지원하는 보험약관을 제대로 알지 못해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된 일을 많이 목격했다. 간병을 국가에서 책임지면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 (김인규 활동가, 이하 김) 부모님 때문에 시작했다. 간병 문제를 직접 경험한 것은 6년 전이다. 당시 아버지가 암으로 종합병원 입원해 계셨는데 여자 간병인들이 남자 환자는 힘들다며 모두 기피하더라. 결국 간병인을 구하지 못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약 3개월 간 아버지를 돌보는 일에만 매달렸다. 믿고 맡길 간병인이 없으니 가족이 돌봄에 뛰어들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생계가 위협받게 됐다. 당시 하루 7~8만원이던 간병비가 지금은 10만원 안팎으로 올랐다. 보통 우리 월급이 200~300만원인데, 간병비는 하루 10~15만원씩 잡으면 300~400만원이다. 거기다 중증환자들은 간병비 말고도 돈 들어갈 데가 많다. 월급을 통째로 털어 넣어도 모자랄 판이다. 4년전 의료사고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경우 공동간병이라는 것이 있다고 해서 믿고 맡겼는데, 제대로 운영이 안 됐다. 병원이 이익을 많이 남기기 위해 일은 많이 시키고 돈을 적게 주기 때문이다. 요양병원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열군데 가량 병원을 전전했는데, 거의 모든 곳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 게다가 간병인에게 석션, 주사약 주입, 소변줄 교체 등의 행위를 시키는 것까지 곁에서 지켜봤다. 이런 문제를 경험하고, 다른 사람들과 피해 사례를 공유하던 중 강주성 선생이 '간병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자'고 제안해서 참여하게 됐다.

- 간병시민연대가 주장하는 핵심은 '이대론 안 되겠으니 국가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적극적인 활동이 쉽지 않을 것 같다.

= (강) 코로나19 상황에 맞는 활동을 개발하고, 찾아서 실행에 옮겨야 한다. 간병과 간병비는 병원에 간 국민들에게 가장 부담스럽고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서비스의 질은 형편없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엄청나다. 이 문제를 풀어내지 않으면 국민 전체가 고통을 겪게 된다. 

- 간병 문제를 국가가 나서서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 (강) 그렇다. 간병시민연대의 핵심 목표는 간병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국가가 해결하든 건강보험공단에서 보험료로 해결하든 이 문제를 풀어서 국민들을 간병과 간병비란 고통의 굴레에서 해방시켜달라는 얘기다.

= (유) 정부가 적어도 이 문제를 방치는 하지 말아달라는 얘기다.

- 치매국가책임제처럼 '간병국가책임제'를 주장하는 것 같다.

= (강) 간병시민연대의 모토는 간병을 국가가 책임지라는 얘기가 아니다. 이 문제를 정부가, 국가가 나서서 어떤 형태가 되든 해결해야 한다는 것으로, 간병국가책임제와는 다른 뉘앙스다. 세금으로 하든 건보료로 하든 재원 마련은 나중에 토론을 통해 결정하면 된다. 국가는 먼저 고민하고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 간병비 문제를 해결하라는 간병시민연대의 요구를 오해하는 사람들은 없었나.  

= (강) 우리가 간병을 제도화 하자니까 어떤 쪽에서는 '간병비를 합법적으로 받게 하자는 거냐', '건강보험을 적용하라는 거냐'고 묻는데, 그걸 왜 우리에게 물어보나. 다만, 건강보험 적용만으로 간병을 둘러싼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다. 문제는 적정 간호인력을 확충하는 것이다.

- 지금 병원에서는 간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쉽지 않은 문제인것 같은데. 

= (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하면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간병 인력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간병인을 없애고 간호조무사 이상 전문인력을 간병 업무에 투입하는 게 필요하다.

강주성 활동가는 간병시민연대 결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강주성 활동가는 간병시민연대 결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 (강) 신규 간호인력이 매년 배출되지만, 장롱면허자가 너무 많다. 일하는 사람이 전체 면허자의 50%가 안 된다.  육아 등 여러 이유가 있고, 간호사 처우도 열악하다. 정부는 의사를 늘리겠다고 하는데, 의사만 늘린다고 병원이 돌아지지 않는다. 간호 인력을 몇 배로 더 늘려야 한다. 의사 증원과 함께 간호 인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 

간병인을 아예 제도화하거나 요양보호사 등 다른 전문인력이 역할을 하도록 길을 터주는 것도 방법이다. 간호 인력이 간병을 담당하는 것을 정책 목표로 삼되, 인력이 충분해질때까지 요양보호사 등 다른 전문인력의 활용을 병행하자. 만성기 환자가 있는 요양병원은 요양보호사를 간병인력으로 허용하고, 급성기 환자는 간호사가 돌보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간병 문제 실태조사도 안 되어 있다. 간병인이 얼마나 되고 어떤 행태로 고용되며 무슨 일을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실태조사도 안 되어 있는데 무슨 정책을 세울 수 있겠나.

- 간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국가재정이 투입되어야 할 것 같다. 결국 정부도 재정 때문에 정책방향을 정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 (강)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입원일이 6천만일 정도 된다. 급성기 병상의 경우 간병인이 다 필요하지 않다. 입원일수도 짧다. 급성기 병상과 만성기 병상에 대한 간병 정책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 일단 내 생각이다. 그것도 조사해야 한다..

- 간병 문제 해결이라는 목표는 확실해 보인다. 활동 시한으로 정한 3년 안에 가능하겠나.

= (강) 우리가 얘기하는 것을 3년 안에 정부가 관련 정책을 내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다음에는 다른 시민단체나 우리와 연대해 활동할 다른 단체들이 그 정책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시할 것이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3년 활동시한을 정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활동가들도 다 직업인이다. 보수도 안 받고 생업을 포기하면서 일할 수는 없지않나. 

- 지금 당장은 곧 눈앞에 닥칠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 대선 공약에 반영되도록 할 생각인가.

= (강)이 문제의 파급력은 이 자리의 숫자가 아니다. 이 주제에 대해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공감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우리 7명의 활동가가 깃발을 들고 대선 주자들이 공약으로 받으라고 주장하면 모든 국민들이 환영할 것으로 믿는다.

= (박) 젊은 층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다. 20~30대가 간병 문제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 (김) 적어도 아이가 있거나 부모가 있거나 입원 경험이 있는 국민은 간병 문제를 알고 있다. 또한, 관심도도 중요한데 후보자가 국민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공약으로 내세울 것으로 생각한다. 

= (강) 각 대선후보 캠프에는 보건의료 관련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을  것이다. 이들을 만나 설득해야 한다.

- 대선 후보가 공약으로 채택하더라도 나중에 이행하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 아닌가.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된 사례가 많다.

= (강) 공약으로 채택되면 촉구하고 감시를 해야 한다. 그게 단체의 임무이고 역할이다. 간병시민연대가 독자적으로 할 수 없다. 그래서 이 문제와 관련한 다른 단체들과 연대할 것이다. 세력을 더 크게 만들어야지 우리 힘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병원 노조, 장애인단체, 환자, 시민단체, 전문가단체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같이 연대해야 한다. 연대체 구성을 할 생각이고, 여기에 공급자도 포함해야 한다.

- 공급자라면 의료공급자단체를 말하는 것인가.

= (강) 국민이 고통스러워하는 문제에 손을 내밀어줘야 국민들이 전문가집단을 존경하고 신뢰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간병 문제로 고통스러워하는데 전문가들이 외면하면 스스로 무덤 파는 격이다. 

= (김) 가장 반대하는 집단이 간병인 업체인 것 같다. 병원 90%가 간병 업무를 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간병이 제도화되면 업체들이 큰 영향을 받으니 반대할 것 같다. 

- 간병국가책임제가 실현되면 현재 활동하고 있는 간병인들은 실업자가 되는 것인가.

= (강) 사회 전체에 돌봄봄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하는데 병원만 안 되고 있다. 돌봄시스템을 만들고, 그 속에서 그들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간병 문제가 해결된다고 사회적 돌봄 문제도 해결되는 건 아니다. 우리 목표는 의료 영역의 간병 문제이지만 사회 전체로는 사회적 돌봄 시스템을 짜야 한다. 그리고 병원에 있는 분들은 사회적 돌봄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지는 일자리로 다시 투입해야 한다. 스웨덴 사례를 우연히 봤는데 부럽더라. 거동불가 환자 1명에게 가사도우미, 이동 도우미, 간병 도우미가 따로 곁에서 전문적인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본도 과거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간병시스템었지만 90년대말 법 개정을 통해 전문인력으로 대체했다. 한 번에 어렵다면 방향을 정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도 있다. 그런데 아무 방안도 없고 정책도 없이 이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은 아니다.

= (김) 얼마 전 치매와 요양병원 관련 정부 간담회에 갔는데, 그 자리에서 나온 말이 우리나라도 90년대 말에 고령화 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예산 문제로 손을 놓고 있었다는 거다. 단계적 계획을 잡고 하나하나 해결해야 하는데 손 놓고 있다. 문제는 그 자리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가 '지금도 계획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 (강) 돈이 들어가면 국민이 세금이나 보험료를 더 내도록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면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민간보험에 들어가는 돈은 더 많아질 것이다. 간병 문제가 제도화되지 않으면 보장성이 올라갈 수 없고 사회적 돌봄시스템도 짜기 어렵다. 과거에는 병원비로 가계가 파산했지만, 지금은 간병비로 파산하는 상황이다. 

= (김) 그러고 보니 저도 어머니를 3년간 모시면서 간병비로만 수천만원이 들어간 것 같다. 중증환자, 장애인의 경우 병원비는 혜택이 많다. 지금은 평준화되어서 9~10만원에서 시작한다. 전북에서는 15만원 받는다는데 그것도 2년 전 얘기다. 

- 당장 실행을 준비하고 있는 간병시민연대 활동계획이 있다면. 

= (강) 토론회와 공청회를 계속 개최할 것이다. 활동가들이 보건의료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교육도 해야 한다. 소송도 해야 한다. 어떤 내용의 소송인지 아직 말할 수 없지만 간병과 관련해 배임, 위헌소송 등을 준비 중이다. 최종적으로는 법률개정안을 내게 해야 한다. 우리가 싸움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입장도 점점 분명해질 것이다. 국회를 통해 법을 개정해서 정부가 간병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되게끔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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