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절차·부실한 홍보 등으로 집행률 저조
지원사업 이용 경험자 10명 중 7명 "불만족"
"의료비 사회안전망 역할 하려면 지원대상 선정·지원절차 등 개선해야"

[라포르시안] 문재인 케어의 의료안전망 강화사업 일환으로 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 시범사업이 복잡한 절차와 불합리한 지원기준으로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지원체계가 복잡해 집행하는 기관인 건강보험공단 직원조차 지원사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과도하게 요구하는 제출 서류 때문에 지원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은 21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포레스트구구에서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이용경험 실태조사와 개선방안'을 주제로 '제5회 환자권리포럼'을 개최했다.

앞서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은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가 저소득층 환자를 위한 의료비 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원인을 찾기 위해 제도 이용 경험이 있는 환자 및 보호자 3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또 재난적 의료비 지원 신청을 해서 받은 환자 및 보호자 6명, 지원 신청을 했지만 최종적으로 받지 못한 환자 및 보호자 6명,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료사회복지사 3명을 대상으로 초점집단 면접조사(FGI)를 시행하고 그결과를 분석했다.

제도 이용 경험이 있는 환자 및 보호자 32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에 대해서 만족하지 않는다 60.0%, 매우 만족하지 않는다 11.6%로 부정적인 응답이 71.6%에 달했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불만족 이유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불만족 이유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에 대한 불만족 이유로는 '제도 내용이 복잡해 이해하기 어려워서'라는 응답이 27.1%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정부 기관 직원들이 잘 몰라서' 17.0%, '제출서류 발급과정이 복잡해서' 15.3%, '다른 지원제도와 중복 신청이 안 되어서' 12.7%, '신청 시점으로부터 지원금을 받기까지 오래 걸려서' 10.9% 순이었다.

제도 내용이 복합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불만과 함께 정부 기관 직원이 이 제도를 잘 모른다는 응답이 겹친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 콜센터와 지사 직원의 말이 다르거나 동주민센터 사회복지 공무원이 제도에 대해 알지 못해 신청자가 직접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 오히려 제가 담당 지사 분을 설명을 해주는 해프닝도 있었고. 네 그런 분위기 정도. 느낌 그 정도... 오히려 제가 지사 분 많은 교육을 해드렸다고 해야 되나. 그런 상황이 있었고..”

“그 이전에 소득이 있고 뭐 이거를 따지는 게 아니고 지금 현재 소득과 앞으로의 소득 활동을 할 수 있는지를 따져서 지원을 해줘야 되지 않나 싶거든요. 왜냐면 저 같은 경우도 이제 갑자기 병원에 끌려 들어가서 입원을 해가지고 치료하고 이제 나와 가지고도 계속 병원에 가서 항암제 맞고 항암치료 계속 재발해가지고 임상시험도 들어가고 이러다 보니까 우선 소득이 제로인 거예요.”

출처: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이용경험 및 개선방안 도출을 위한 FGI 분석결과(연세대 간호대학 윤예슬 연구원)> 중에서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받지 못한 이유로는 '소득기준 및 재산기준 미충족' 때문인 경우가 45.2%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실비보험 등 민간의료보험 가입으로 재난적 의료비보다 더 많은 보험금 수령' 15.5%, '본인부담 의료비(비급여 의료비 등) 최소금액 기준 미충족' 15.1%, '질환기준 미충족' 11.7%, '신청기간 경과' 4.3% 순으로 조사됐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를 통해 지원받은 경험자 30명에게 지급된 평균 지원금액 613만원으로 나타났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의 사회안전망 역할 수행도 평가에서 응답자의 66.8%가 '적절하게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 이은영 위원(백혈병환우회 사무처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 이은영 위원(백혈병환우회 사무처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개선방안 관련 주제발표를 맡은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 이은영 위원(백혈병환우회 사무처장)은 "현행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는 낮은 건강보험 보장율(64.2%)을 보완하는 국민의 의료비 사회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제도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지원대상 선정체계, 지원내용, 지원절차, 구조개편 등 4가지 방향에서 제시했다.

지원대상 선정체계 관련해 이 위원은 "지원대상 여부 확인 어려움은 환자 및 사회복지사가 해당 제도 이용을 가장 후순위로 고려하게 됨으로써 제도 활성화를 제한하고 있다"며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및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면 지원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원대상 질환 기준 확대도 필요하다. 현재는 입원환자의 경우 모든 질환이 지원 대상이지만 외래는 중증질환만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이 위원은 "의학적 판단 아래 필요한 고액 의료비 발생 시 모든 외래의 경우도 지원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했다.

“ 지방에 계신 분들은, 서울에 큰 병원을 다니시잖아요. 근데 병원에서 필요한 서류 하나를 누락하면 또 서울까지 가서, 서울 가는 것도 내 담당 의사를 외래를 만나려면 예약을 해야 되고 보통 3주, 1달, 길게는 2달까지 딜레이가 되니까 ... 환자가 준비하는 데는 두 달이 걸릴 수도 있고 세 달 ”

“ 일단은 안된다는 이야기에 포기할까 하다가 받을 수 있을 거 같은 거예요. 아무리 봐도... 신청해서 결국 받았는데 두 번째 신청 시에 또 안된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해봤는데 무슨 소리냐고, 그렇게 하니까 수월하게 되고 또 같은 질환 친구들도 다들 똑같은 경험이 있어요. 안된다고 하는 게 그 보통 전화상담원들의 반응이고 지사도 경험 있는 지사는 이거 해준 경험이 없는 지사는 이 질환은 못 넣는다 이렇게 해가지고 좌절하는 사람이 있을 때마다 실제로 한 사례가 있으니까 다시 알아보라고 해서 그렇게 수정이 된 경우가 되게 많았거든요.”

출처: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이용경험 및 개선방안 도출을 위한 FGI 분석결과(연세대 간호대학 윤예슬 연구원)> 중에서

본인부담 의료비(비급여 등) 최소기준 완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1월부터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은 본인부담 의료비(비급여 등) 최소금액 기준을 100만원에서 80만원로,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인 대상자는 200만원에서 160만원으로 최소기준을 완화해 적용하고 있다.

이 위원은 "재난적 의료비 지원대상인 기준 중위소득 200% 이하 기준을 건강보험 가입자 모두를 대상그룹으로 확대하거나 소득 구간에 따라 본인부담 의료비(비급여 등) 최소금액 기준을 차등적으로 적용하되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은 본인부담 의료비 최소금액 기준은 현재 1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인 대상자 본인부담 의료비 최소금액 기준은 200만원에서 100만원인 현재의 절반으로 낮추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소득기준도 과거의 의료비 지불가능성을 기준으로 지원대상자를 선정할 게 아니라 현재 및 미래 의료비 지불가능성을 판단해 지원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경제적 계층 하락 방지를 위한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본연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부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간의료보험과의 연계 개편 필요성도 제안했다.

환자들은 민간보험금을 치료비뿐만 아니라 질병으로 인한 소득감소를 겪으면서 보험금을 생활비 등으로도 지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민간의료보험을 의료비 관련 실비를 보장하는 실손보험과 소득보전 역할을 하는 정액보험으로 구분해 실손보험금이 아닌 정액보험금을 수령한 경우에는 환자 의료비 지출 수준이나 경제활동 가능성을 고려해 개별심사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지원대상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밖에 지원 상한금액을 현행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증액, 본인부담 의료비(비급여 등) 지원률 상향(현행 50%만 지원에서 환자 소득 따라 50~90% 차등 지원), 재난적 의료비 지원 신청기한 조정(퇴원 후 환자는 최종 진료일 다음 날부터 1년 이내로, 입원기간 내 신청기간은 퇴원일까지 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구비서류 간소화 및 발급절차 상 편의성 증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건보공단이 먼저 지원대상자 판별방식 단순화를 통해 제출 서류의 종류를 줄이고, 의료기관 및 보험회사를 대상으로 정책 설명회를 개최하거나 각 서류에서 요구되는 사항을 정리한 매뉴얼을 제작하고 배포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추가적으로 과도한 비급여 의료비 발생에 따라 '메디컬 푸어’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고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가 실제적으로 필요한 대상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이를 위해서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원해 상담을 받았지만 지원대상자가 아니라는 설명을 듣고 신청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대상자 그룹의 특성을 분석하는 연구와 개별심사를 통해 재난적 의료비를 신청하고 지원받은 대상자 기준을 분석하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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