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종(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라포르시안] “모든 환자는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보건의료체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2008년 5월 26일 환자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 22개 단체가 공동 선포한 ‘환자권리선언문’에 담긴 내용이다. 국내 환자권리운동에서 '글리벡 약가인하 투쟁'의 의미는 남다르다. 환자 개인이 의료기관을 상대로 의료사고나 분쟁에 대한 문제제기와 보상을 요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글리벡 투쟁을 계기로 환자권리운동 개념과 외연이 크게 확장됐다.

글리벡 투쟁 이후 환자권리운동은 환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있어서 '건강할 권리’가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권리’를 넘어서 보건의료정책과 경제적 요인을 포함한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까지로 확장돼야 한다는 데 주목한다. 그러나 ‘글리벡 투쟁’ 이후에도 환자권리운동은 여전히 한계를 보이고 있다. 환자단체 수가 급증하면서 양적인 성장이 이뤄졌지만 상당수는 소규모 모임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조직화에 큰 진전이 없는 상태다. 여전히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전문가주의가 모든 상황을 압도하고 있다. 환자단체 목소리는 아직도 변방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아파도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보다 정교한 환자권리운동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14일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를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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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단체연합은 질환별 환자단체 운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인가.

= 2010년 2월 4일 환자단체연합회 창립 당시 슬로건이 ‘환자중심의 보건의료 환경조성’을 만들기 위해 ‘질병·이념·국경을 넘어선’ 환자복지·권리운동을 전개하는 환자단체 연대체였다. 이는 환자 개인의 질병을 넘어 전체 환자의 질병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진보보수·좌파우파·야당여당 등 이념을 넘어 환자중심을 가치판단의 기본으로 삼고, 우리나라 환자를 넘어 전 세계 환자를 함께 배려하는 환자단체 연대활동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표명이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10년 간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질환 환자단체들은 신약 건강보험 급여화에 환자단체연합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기도 한다. 이념에 있어서 어느 한쪽의 색깔이 분명하지 않으니 국회에서도 여당과 야당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그러나 환자단체가 개별 질환을 넘어 전체 환자를 위한 보건의료 정책·제도·법률 개선활동을 하기 위해 창립된 이상 이는 환자단체연합회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다.  

- 환자권리운동에 있어서 '권한이 있는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고, 보건의료정책 변화를 이끄는 아젠다를 환자단체가 선점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얼마나 실현됐다고 평가하나.

= 환자단체연합회는 창립 이후 환자 관련 보건의료 정책이나 법률 개혁 관련 아젠다를 선점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특히, 환자샤우팅카페와 환자참여로 '환자안전법'을 제정한 경험은 환자들로 하여금 의료현장의 환자 스토리와 목소리 그리고 환자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했다. 국회의원, 공무원, 학자가 아니더라도 타당한 명분과 합리적 근거만 있으면 당사자인 환자가 목소리를 내고 참여할 때 보건의료 제도를 환자중심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게 됐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출범 이후 환자안전법 제정운동(일명 '종현이법')을 비롯해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 도입(일명 '재윤이법'),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법 제정운동, 의료분쟁 조정신청 자동개시제도 도입운동(일명 '신해철법'·'예강이법') 등을 추진해 성과를 이끌어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급여평가위원회,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재난적의료비지원정책심의위원회, 환자권리옴부즈만 등 환자 투병·복지·안전·인권 관련 정책·제도를 결정하는 법정위원회에 참여해 환자를 대변하는 활동도 전개해 왔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앞으로 10년간 대한환자학회 설립·운영, (가칭)환자의 투병·사회복귀 지원과 권익 증진에 관한 법률 제정, (가칭)환자통합지원센터 설립·운영, 통합의료정보센터 설립 추진과 함께 작년부터 10월 6일부터 추진한 환자의날 제정·추진, 환자단체 역량강화와 실질적 환자참여 추진에 집중할 계획이다.

2019년 11월 18일,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재윤이법'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고 김재윤 군의 어머니가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눈물을 흘렸다. 사진 제공: 한국환자단체연합회
2019년 11월 18일,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재윤이법'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고 김재윤 군의 어머니가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눈물을 흘렸다. 사진 제공: 한국환자단체연합회

- '통합의료정보센터'란 어떤 개념인가.

= 환자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결과 정보,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평가결과 정보, 대법원·의료분쟁조정중재원·한국소비자원 등 의료분쟁 통계정보, 의료인 성범죄 관련 정보, 연수교육 이수 여부 정보, 의료인 관련 기본정보 등 의료기관 및 의료인 선택에 필요한 객관적인 의료정보를 한 곳에서 통합적으로 얻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재 심평원이나 인증원, 대법원·의료분쟁조정중재원·한국소비자원, 의료기관 등에서 제공하는 의료정보는 환자들의 요구를 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에도 환자가 의료기관과 의료인을 적절하게 선택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요구가 계속 있어왔고, 환자단체에서 2016년부터 정부에 계속 건의해왔다. 지금은 각계전투처럼 각각 공공기관에서 정보만 생산하고 있을 뿐 환자들이 그 정보를 통합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은 거의 없다.

환자가 요구하는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는 자신에게 완벽하게 맞는 그런 정보를 원하는 게 아니다. 한 곳에 들어가서 몇 가지 입력을 통해서 적어도 내가 원하는 의료인과 의료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자신에게 맞는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정도의 정보를 원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금 환자들이 이야기하는 것 중에 제일 요구하는 게 뭐냐 하면 의사에 대한 정보를 한 곳에서 다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의사 이름, 전문의인지 아닌지, 기본적인 내용이다.

일반 국민과 환자 알권리 증진을 통한 의료기관 및 의료인 선택권 강화를 위해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의료정보와 민간병원에서 공개한 의료정보를 통합해 환자 눈높이에 맞게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제공를 제공하는 제공하는 가칭 ‘통합의료정보센터’를 설치·운영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통합의료정보센터 설치와 운영은 민간에서 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서 공적기관이 주도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관련 공공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의료기관 및 의료인 관련 통합적 의료정보 제공을 위해 법률적인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 환자통합지원센터가 설치되면 어떤 역할을 기대할 수 있나.

= 환자와 함께 투병에 관한 지원뿐만 아니라 투병 환경을 바꾸는 것까지도 하자는 게 환자통합지원센터 설립 추진 목적이다. 현재 국내 중증질환자들은 완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올바른 투병 정보와 경험을 제공받아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해 투병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환자들이 본인의 질병과 치료에 관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인터넷에 범람하는 잘못된 정보나 상업적인 목적으로 교묘하게 왜곡된 정보에 불과하다. 중증질환자들은 투병 정보 제공, 사회복지 지원, 정서적 지지, 사회복귀 지원 등 다양한 지원서비스를 필요로 한다.‘환자통합지원센터’ 설립·운영은 올바른 투병 정보와 다양한 투병 경험이 있는 완치 환자들과 이들로 구성된 환자단체가 신규 중증질환자들에게 완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고, 투병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신규 환자들의 투병 지원과 치료가 끝난 환자들의 사회복귀를 돕자는 것이다.

환자통합지원센터 내에 신규 중증질환 환자나 환자가족들이 실시간으로 전화 통화를 통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환자투병콜센터’를 브랜드화 해서 중증질환 진단 시 가장 먼저 문의하는 센터로 역할을 하는 게 필요하다. 투병상담에 있어서 허브 역할을 하는 ‘환자통합지원센터’에서 원스톱으로 개별 중증질환 환자단체 상담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센터 내에 다양한 개별 ‘중증질환 환자단체 클러스트’를 형성하도록 지원하는 모델도 구상하고 있다. 그리고 환자통합지원센터에서 투병 정보, 사회복지정보 등과 정서적 지지, 사회복귀 프로그램 등에 관한 안내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장애인, 여성, 청소년, 노인 영역에 비해 열악했던 중증질환 지원서비스가 개선됨으로써 중증질환자의 투병 및 복지 혜택이 확대될 수 있다.

- 환자기본법 제정 추진은 어떤 취지인가.

= 지금은 ‘환자단체’에 대한 법률적인 정의(定義, Definition)) 자체가 부재한 상태이다 보니 환자단체가 각종 정부 산하 위원회에 들어갈 수가 없다. 현재 백혈병환우회와 환자단체연합회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의한 민간단체로 등록돼 있다.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의한 비영리 단체, 소비자기본법에 의한 소비자단체만 각종 위원회에 들어갈 수가 있다. 환자기본법이 제정되고 여기에 환자단체 정의가 되면 앞으로 각종 위원회에 환자기본법상 환자단체가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환자단체에 대한 정의 그리고 환자단체 실태조사 등을 통해서 환자단체의 필요한 욕구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법적 근거로서 환자기본법이 필요하다.

- 대한환자학회 설립이 필요한 이유는.
 
= 환자단체연합회는 출범 이후 지금까지는 그때그때 발생하는 이슈에 대응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연대 활동을 경험했다. 그동안의 이런 경험에서 결과적으로 개별 환자단체 역량이 탄탄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체득했다. 개별 환자단체가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측면과 함께 환자단체 목소리를 학문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 특히 정부를 상대로 보건의료 정책이나 제도 개선을 추진할 때 학문적 근거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고려해 환자 주도로 대한환자학회를 설립해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 발표하고 궁극적으로 제도개선을 이끌어 내고자 한다. 환자학회에는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전문가와 법률전문가 등이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꾸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지금까지 환자단체운동은 질환에 따른 건강보험 급여 확대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특정 질환에 건강보험 보장률이 집중되면서 형평성 문제도 생기면서 환자권리 운동의 한계로 지적되기도 한다. 환자 각자가 처한 환경에 대한 개별적 대응보다는 건강보험의 구조적 문제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 이는 우리나라 환자단체의 역량과 상황에 대한 이해 부족에 기인한 평가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에는 1,000여개 이상의 환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나 카페, 환자단체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이 중에서 사무실과 상근자가 있어서 독립적 활동을 하고 있는 환자단체는 10여개도 안 된다. 특히 환자나 환자가족, 시민의 자발적 후원으로 재정적으로 독립해 운영되는 환자단체는 몇 개에 불과하다. ‘환자’ 개인을 넘어 환자나 가족이 집단적으로 모인 ‘환자단체’라고 하더라도 사무실이나 상근자 없이 봉사 수준의 활동을 하는 거의 대부분의 환자단체들은 생명과 직결된 신약이나 신의료기기의 건강보험 급여화 목소리를 내기 위해 청원, 기자회견, 집회 정도의 대응을 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활동조차 쉽지 않다. 환자 개인의 한계를 알기 때문에 일부 질환 환자와 환자가족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카페 활동에서 벗어나 환자단체까지 창립해 정부, 국회 등을 상대로 우선순위인 건강보험 급여화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20여간 백혈병·유방암·에이즈·폐암·신장암·위장관기질암·다발성골수종 등 10여개의 질환에서 효과가 이전보다 좋은 신약들이 계속적으로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환자단체운동이 질환에 따른 건강보험 급여 확대에 집중된 경향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은 한계가 있고 여러 환자단체들이 자신의 질환에 속하는 신약·신의료기기 관련 건강보험 급여화 요구가 많아지면서 질환에 따라 건강보험 급여 정도와 속도에 있어서 환자단체들 간 형평성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사실이며,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 재정 상황은 앞으로 더욱 악화될 상황이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은 중증질환 환자들에게는 생명줄과도 같다. 따라서 앞으로 환자단체 연대활동의 중요한 아젠다는 형평성을 고려한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적 사용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당연히 건강보험의 구조적 문제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도 포함된다. 환자단체는 건강보험 급여화운동 이외 환자안전법·의료분쟁조정법·연명의료결정법 등을 제정할 때도 환자 개인을 돕는 일회성 활동을 지양하고, 전체 환자를 계속적으로 돕는 활동에 치중해 왔고, 환자단체들이 연대활동을 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 환자단체연합회은 출범 이후  '환자중심 보건의료 환경' 조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강조한다. '환자중심의료'의 완성형은 궁극적으로 어떤 의료체계를 의미하나.

= ‘환자중심의료’의 완성형이 어떤 모습인지 시청각적으로 똑 부러지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는 ‘환자중심의료’ 기준을 투병환경, 권리보장, 환자참여 등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환자중심의료라고 하면 보건의료인이나 보건의료기관, 정부, 국회 등이 환자를 실질적으로 중심에 놓고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보건의료 관련 정책·제도를 개선하고, 입법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이것이 환자에게도 당연하게 인식될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환자를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에 있어서 단순한 수혜자가 아닌 함께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주체로 인식하고, 정부와 국회도 환자들의 요구와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정책·제도와 입법에 반영해야 한다. 

- 시민사회 운동과 달리 환자 권리 운동을 바라볼 때, 일부는 환자단체에서 활동하는 관계자는 당연히 질환을 앓고 있는 당사자여야 한다는 인식을 보이기도 한다. 환자단체 운동을 주도하는 사람의 정체성이 당사자와 활동가 중 어느 한쪽으로 규정돼야 한다고 보나.

= 환자단체는 그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주인공이자 가장 큰 자산이며, 파워다. 신규 환자에게 투병 정보와 경험을 동병상련 마음으로 공유할 수 있는 완치 또는 투병중인 환자들이 환자단체 모임이나 활동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가 환자단체 활동의 승패요인이다. 따라서 환자단체 활동가가 해당 질환을 투병해 완치했거나 현재 투병중인 환자 당사자이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환자를 직접 간병했던 환자보호자가 활동가인 경우도 환자 못지않은 역량을 펼칠 수 있다. 치료성적이 좋지 않거나 질환의 특성상 환자가 직접 활동하기 힘든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실제로 환자보호자가 활동가인 경우도 많다. 

그러나 환자단체 활동가를 모두 해당 질환 당사자인 환자나 환자보호자로 할 수 없고 이것이 그렇게 바람직하지도 않다. 환자 투병을 돕는 일은 투병이나 간병 정보를 제공하고 완치 희망을 키우는 정서적 지지도 중요하지만 행정, 회계, 후원, 홍보, 교육, 디자인, 영상 등 전문적인 영역의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은 당사자인 환자나 환자보호자가 하는 것보다 전문성을 갖춘 비환자 활동가가 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 다만, 그 질환에 대한 충분한 공부와 환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 마인드가 있는 활동가라는 전제를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 많은 보건의료 관련 단체들이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자 권리 증진을 위한 법제도 개선에 있어서 정치적 영향력 확대가 절실할 듯 싶은데.
 
= 최근 환자단체에서 자주 인용하는 슬로건이 “Nothing is about Patient without Patient”이다. 환자를 빼놓고 환자 관련 정책이나 제도, 법률을 만드는 행태를 볼 때마다 정부나 국회에 대한 환자단체의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한다. 특히, 국회에서 더욱 그렇다. 의료인 보호 관련 정책과 법률은 정부와 국회가 앞 다퉈 만들면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환자보호 3법(수술실CCTV블랙박스법, 의료인면허관리강화법, 의료인행정처분이력공개법)'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모두 폐기됐고, 21대 국회 들어서도 야당 쪽 반대와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현재 답보상태에 빠져있다. 정치권은 선거 때만 되면 당선을 위해 국민과 환자를 위한 입법을 외친다. 하지만 막상 당선되고 나면 의사협회 등 돈과 힘을 가진 보건의료인단체 눈치를 더 보는 상황을 보면 의욕보다는 좌절감이 앞선다.

만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환자를 대변하거나 환자단체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국회의원이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환자 관련 보건의료 개선 입법이 더욱 활발히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환자단체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는 쉽지 않은 일이다. 환자단체 소속 임직원의 정치적 활동에 대해 환자단체 소속 환자나 환자보호자는 상당수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단체의 국회에 대한 정치력 영향력 확대는 피할 수 없는 대세이다. 환자단체연합회가 2010년 환자단체 연대활동을 시작한 이유도 정부와 국회에 대한 환자단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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