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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때 입은 방호복, 퇴근 때야 벗어...간호인력 갈아넣어 돌아가는 K방역코로나19 전담병원서 간호인력 감염 잇따라
인력부족으로 신체적·정신적 피로감 한계치
“사직 생각하는 동료에 ‘힘내자’ 말조차 못해"
개인보호구 착탈의 교육을 받고 있는 서울의료원 간호사들.

[라포르시안]  “지난 1년간 인력도, 보상도, 지원체계도 부족한 상태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다 보니 의료인력은 이제 모두 소진됐다” "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방역 대응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감염병 전담병원 의료진이 지쳐가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이 커진데다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면서 감염 노출 위험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인력 중에서 감염 사례가 잇따른다.

지난달 31일에는 전북 군산의료원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던 간호사 3명이 감염됐다. 이들은 폭력 성향을 보이는 치매 확진자에게 식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방호복 테이핑이 찢겨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의료원에서는 지난 8일에도 간호사 추가 감염 사례가 나와 현재까지 간호인력 누적 확진자가 8명으로 늘었다.

충북 지역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청주의료원에서는 지난 13일 간호사 1명과 간호조무사 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감염도니 간호인력 5명 4명은 지난달 참사랑요양원 집단감염 환자 치료를 위해 격리병동에 투입된 간호 지원 인력이다.

청주의료원에서는 작년 10월에도 격리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확진 판정을 받은 적도 있다.

남원의료원에서도 올해 초 의료원 소속 간호사가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 간호사는 확진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작년 국정감사 때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이 중앙방역대책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1월 20일부터 9월 말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의료인력은 총 159명으로 집계됐다. 직종별로 보면 간호사가 101명으로 가장 많았다.

확진자 격리병동에서 환자를 돌보다가 감염된 의료진 17명 중 간호사가 16명이었다.

간호사는 업무 특성 때문에 다른 직종에 비해 감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특히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오랜 시간 환자 곁에서 일하기 때문에 업무강도가 높고, 과로에 지치기도 쉽다. 충분한 휴식 확보, 장시간노동 해소를 위한 충분한 인력 확충과 근무조정이 필요하다.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35개 지방의료원은 올해 초 1차 대유행 때부터 지속적으로 전담병원 역할을 수행해왔다. 코로나19 유행 장기화 속에서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격무에 시달리며 소진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가 파악한 근무실태를 보면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의 병동 근무 시간이 권고시간(2시간)의 두배를 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업무집중도가 떨어지고 감염 위험에 노출될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청와대 앞에서 코로나19 병동 인력기준 마련과 간호 인력충원, 기획재정부의 국립대병원 인력충원 통제 중단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의료연대본부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지 10개월이 지났음에도 서울시 내 코로나 거점 및 전담병원에서는 정리된 인력기준없이 비현실적인 인력투입이 계속되고 있다"며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대구시에서는 대부분 병원에서 2시간 근무, 2시간 휴게를 기준으로 인력을 산출했다. 그러나 서울시 내 코로나 전담 및 지정병원은 이런 가이드라인이 없어 의료노동자의 소진이 심각한 상황에 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2일 오전 11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보건의료노조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전담병원 소속 간호사가 방호복을 입고 열악한 현장 실태를 알렸다. 사진 제공: 보건의료노조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2일 오전 11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전담병원 노동자의 소진과 이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코로나19 전담병원 소속 A 간호사는“전국적으로 중환자 병동이 부족해지면서 환자들의 중증도가 높아져 일반 병동에서도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환자를 치료해야 했다”며 “식사까지 직접 떠먹여줘야 하는 환자 수가 늘어나고, 간호업무 과중은 초과근무로 이어져 기존 하루 8시간 근무는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 돼 출근할 때 입은 방호복을 퇴근 시간이 돼서야 벗을 수 있는 상황까지 갔다”고 전했다.

A 간호사는 “사직을 생각하는 동료들을 보고도 그 고통을 나도 알기에 ‘힘내자’는 말조차 하지 못한다”며 “코로나19 치료 현장의 최전선에 있는 우리가 지치고 이탈하게 되면 확진 환자 회복에 치명적임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전담병원 역할을 하고 있는 지방의료원 등에서 인력 이탈이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 경기도 B의료원에서는 1월 들어 벌써 7명이 사직했다. <관련 기사: "코로나 전담병원들, 인건비 체불 걱정 언제까지"...이대론 인력 이탈 못막아>

코로나19 전담병원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증도 구분에 따른 적절한 환자배치와 격리병상 확보시 인력확보 대책을 함께 수립해여 한다. 특히 코로나19 전담병원 역할을 수행하는 지방의료원 간호인력 정원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보건의료노조는 "전담병원 등에 파견된 민간의료인력이 1천여명을 넘어섰다. 개략적인 추산만으로도 파견인력을 위해 사용되는 재원만 월 100억원이 넘어갈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런 정도의 재원이면 전담병원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일 수 있다. 방역현장에서는 파견인력 10명보다 기존 의료기관 정규인력 3∼5명이 현장대응에 훨씬 의미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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