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지배구조로 기업 지속가능성 평가
일동·한미·동아 등 적극 도입 나서
"투자자 등 기업 평가하는 주요 척도로 자리매김"

[라포르시안] 국내 제약업계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새로운 경영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를 비롯해 제약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 악화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로,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반영해 평가하는 지표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국내 유수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위한 생존전략으로 ESG 경영을 선포하고 전담 부서나 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적극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도 ESG가 새로운 경영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일동제약이다. 일동은 그동안 건전한 기업문화 및 노사관계 구축, 고객 및 주주와의 친화적 관계 형성,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다양한 공헌활동 등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해왔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10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주관하는 기업 ESG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ESG 평가 및 등급 공표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유도하고, 자본시장 참여자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개별 기업의 ESG 경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를 제공하는 제도다.

일동제약은 평가 대상인 전체 760개 기업 중에서 92개 기업이 포함된 A등급으로 분류됐으며, 제약기업 중에서도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일동제약은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인 UN SDGs 협회가 주관하는 ‘2020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경영지수(UN SDGBI) 1위 그룹’에 선정되기도 했다.

UN SDGBI는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UN SDGs)에 부합하는 경영 활동을 하는 국내외 기업들에 대해 사회, 환경, 경제, 제도 등 4개 분야의 12개 항목, 48개 지표 측면에서 평가하는 경영 분석 지수로, ESG 경영과 관련한 공신력 있는 척도로 활용되고 있다.

일동제약은 총 6개 기업(CJ대한통운, 대한항공, SK, 일동제약, 현대엔지니어링, 현대홈쇼핑)이 선정된 ‘SDGBI 국내지수 1위 그룹’에 포함됐으며, 국내 제약기업으로는 처음으로 2년 연속 1위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한미약품과 동아쏘시오홀딩스도 일찌감치 ESG 경영을 도입하고 대내외적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한국표준협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0 대한민국 지속가능성 지수’에서 제약기업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지속가능성지수는 사회적 책임 국제표준인 ‘ISO26000’을 기반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측정하는 모델로 소비자, 환경, 미래가치 등 80여개 중요 항목에서 동종업계 내 상대적 평가와 함께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경영활동의 개선 및 관리를 평가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주관으로 비재무적 영역에 대한 지속가능경영시스템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인 ESG등급에서도 통합 A등급을 받았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그룹의 재무·비재무적 성과와 사회적책임 이행을 위한 노력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가마솥(GAMASOT)’을 발간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가마솥(GAMASOT)'은 '2020 LACP 스포트라이트 어워드(Spotlight Awards)'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가마솥’은 통합보고서 분야 6개 평가 부문 중 내용, 디자인, 창의성, 명료성, 적합성 등 5개 부문에서 최고 점수를 획득해 총 100점 만점에 99점을 받았다.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기업의 ESG 평가가 투자와 직결되기 때문에 필수적 선택이지만 평가의 공신력과 신뢰성을 높이려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과거 제약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은 R&D에 기반한 신약개발과 재무적 가치에 기대어 왔다”라며 “이제는 ESG 평가도 투자자 등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해당 기업을 평가하는 주요 척도로 자리 잡고 있다. 투자를 원하는 기업 입장에서 피해갈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ESG 평가 기관들이 표준화된 기준을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제약사에 대한 평가가 기관마다 달라서는 안 된다”며 “정부 차원에서 표준화된 ESG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등 공신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내 제약업계에서 아직까지 ESG 경영이 걸음마 단계라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에서 ESG 경영이 중요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산업군이나 대기업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다”라며 “이미 대기업들과 금융 관계사들은 ESG와 관련한 위원회나 전담 부서를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제약기업은 그런 노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기업 내부적으로 인식이 부족하고 다른 산업군에 비해 기업의 규모가 작은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제약업계가 가진 산업적 특성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약바이오협회 이재국 전무는 “ESG 경영이 사회적 화두로 대두되고 있고 제약 바이오업계를 향한 주문과 기대도 잘 알고 있다”라며 “아직까지 제약 바이오업계 입장에서 ESG 경영과 관련한 조직을 갖추고 체계적으로 접근하기에는 우선 순위가 뒤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전무는 “지금 제약 바이오 업계의 지상 최대 과제이자 해야 할 역할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치료제와 백신 등 신약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라며 “이런 이유로 ESG 경영을 위한 노력이 부각을 받지 못할 뿐이지 현장에서는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ESG 경영이 당연히 중요하지만 제약 바이오업계를 다른 산업군과 동일한 잣대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며 “제약 바이오가 가진 산업적 특성과 함께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