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민간파견인력 지원 예산으로 전담병원 정원 확대 제안
전담병원 소속 의료진 등 사직 늘어

[라포르시안] 코로나19 방역 대응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감염병 전담병원 소속 의료진이 심각한 피로누적과 체력고갈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1년여 지속된 상황에서 열악한 근무환경과 파견인력과의 차별대우로 인한 박탈감까지 더해지면서 심리적 소진(Burn out)도 심화되고 있다. '간호인력 확충, 근무환경 개선, 처우개선' 을 대통령까지 나서 약속했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체감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은 12일 오전 11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전담병원 노동자의 소진과 이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기자회견에서 "대부분의 전담병원인 지방의료원들의 인력 확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부족한 인력을 메우기 위해 민간파견인력을 모집·배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파견인력의 숙련도 차이가 매우 크고, 파견인력과의 보상격차로 인해 현장의 허탈감은 더 커지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35개 지방의료원 모두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코로나19 확진자 치료에 매달리고 있다. 지방의료원은 올해 2~3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1차 대유행 때부터 지속적으로 전담병원 역할을 수행해왔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 속에서 장기간 지속되는 방역대응 업무로 체력이 소진되고, 파견인력과 부상 수준에서 격차가 크게 나면서 심리적인 소진도 큰 편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중앙사고수급본부는 지난 8일 전담병원 의료진과 파견인력 간 보상격차를 줄이기 위해 중증환자 전담병상 근무 간호인력에 일당 5만원의 간호수당을 지급하고, 코로나19 간호사 수당을 야간간호관리료 형태로 기존 수당보다 3배 인상해 지급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 대책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보건의료노조는 "기존에도 야간간호관리료의 70%를 인건비로 지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공공의료기관에서 이를 간호사에게 지급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금 수가 형태로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은 의료인력 이탈을 막기 위한 실효성있는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야간간호관리료 형태로 수당을 지급하면 야간근무 인원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코로나19 환자를 간호하는 간호사들이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 외에도 코로나19 방역 업무에 투입된 간호조무사를 비롯해 의료기사, 방역 담당인력 등 다양한 직종의 보건의료노동자가 제외되고 있어 이러한 방식의 지원은 기관 내의 갈등만 확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뿐"이라며 "현장으로부터 '지원마저 차별하냐, 돈을 쓰면서도 욕만 먹는 조치',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분통마저 터져나오고 있는 지경"이라고 비난했다.

임시방편 대책이 아니라 감염병 전담병원 보건의료 노동자의 소진, 이탈을 막기 위해 현장 상황을 반영한 제대로된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증도 구분에 따른 환자배치와 격리병상확보시 인력대책 확보와 함께 코로나19 전담병원 역할을 수행하는 지방의료원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담병원 등 방역 현장을 지원하기 위해 민간에서 모집된 의료인력 일부는 공공병원 정규인력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파견된 민간의료인력이 1천여명을 넘어섰다. 개략적인 추산만으로도 파견인력을 위해 사용되는 재원만 월 100억원이 넘어갈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런 정도의 재원이면 전담병원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임시방편으로 출발했던 민간파견인력 동원 방식의 임시 대응체제가 12개월째 유지되고 있다"고 지거했다.

노조는 "방역현장에서는 파견인력 10명보다 기존 의료기관 정규인력 3∼5명이 현장대응에 훨씬 의미있는 상황"이라며 " 현재 기관별로 모집된 파견인력을 기관이 직접고용해 정규 인력으로 대처 가능토록 정원을 늘여 전담병원이 완결적으로 대응가능토록 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현장 상황을 반영한 실효성있는 보상 방안 마련도 촉구했다.

정부가 마련한 중환자 전담병상에 지급하는 간호수당 지급 및 야간간호관리료 인상 조치는 적용 대상과 범위가 지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중환자 치료를 위해 동원된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하면 대다수 전담병원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보건의료노조는 "대부분 코로나19 전담병원이 지역의 정신, 치매, 요양 등의 고령의 위험군 코로나환자를 치료하고 있는데,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에 국한한 간호수당은 되려 12개월째 코로나와 사투중인 현장의 사기만 더욱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야간간호관리료를 3배 인상한다고 했지만 직접적인 수당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전담병원의 기존 적자 문제 해소를 위해 사용될 개연성 높아 간호사에게 직접 지급될지 의문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실효성있는 보상을 위해 야간간호관리료 등 제한적인 수가 인상의 방식 말고 코로나19 전담병원 노동자에 코로나19 종료시까지 정기적인 ‘생명안전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중환자 전담병상에 지급하는 간호인력에 대한 일 5만원 간호수당을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전체 인력과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전체 의료기관으로 확대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표 출처: 보건의료노조
표 출처: 보건의료노조

코로나19 전담병원의 손실보상 현실화도 지적했다. 정부는 전담병원에 대해서 일반환자 진료 감소에 따른 손실금을 개산급 방식으로 지급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정부에서 지급하는 전담병원 개산급은 매달 인건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감염병 전담병원인 A의료원은 2020년 12월 현재 인건비 총액이 171억원이 넘지만 개산급으로 지원받은 금액은 102억원으로 69억원이 부족하다.

B의료원은 인건비 총액이 200억원에 달하지만 정부에서 지급받은 개산급 지원액은 132억원에 불과해 인건비 부족액이 68억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전담병원 역할을 하고 있는 지방의료원 등에서 인력 이탈이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 이미 경기도 B의료원의 경우 1월에 들어서만 7일 기준으로 7명이 사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손실보상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미흡할 뿐,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임금체불 걱정, 일반환자 진료, 부족한 인력을 호소하고 있다. 개산급이 전담병원들의 월 필수경비를 감당할 정도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지속적으로 적자 누적으로 전담병원의 어려움 가중되고, 이를 해소할 목적으로 코로나19 전담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일반환자들에 대한 외래진료를 열면서 코로나 환자에 일반환자까지 봐야 하니 인력부족 상태가 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개산급 지원액을 현실화하고 전담병원들의 월 필수경비를 손실보상해 경영적 사유로 전담병원이 필수의료를 제외하고는 외래를 운영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며 "민간파견인력을 공공적으로 흡수하고,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는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획기적인 처우개선으로 인력대응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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