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후(피와이에이치 대표, 유유제약 커뮤니케이션 전략고문)

카카오톡 홍보이사, 뽀로로를 만든 오콘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이사, 애니팡을 개발한 선데이토즈 커뮤니케이션 전략이사 등등. (주)피와이에이치 박용후 대표의 명함은 모두 16개다. 하지만 그는 출근할 사무실도, 직원도 없는 1인 프리랜서다. 박 대표의 정확한 직업은 대중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 기업(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관점디자이너’다. 그런 그가 얼마 전부터 유유제약의 커뮤니케이션 전략고문을 맡았다. 제약사 마케팅에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 제약사 홍보 컨설팅이 처음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제약사 홍보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과거 경남제약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홍보 총괄업무를 수행한 적이 있다. 당시 경남제약의 약품을 근거 없이 불량식품으로 호도하는 네거티브 기사를 쓰고 그 대가를 요구한 매체 때문에 곤혹을 겪었다. 그런 매체가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게 의아했다. 그만큼 제약업계가 경직돼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때나 지금이나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하는 제약업체는 거의 없다.”

- 제약업계의 사고가 경직돼 있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제약업계의 사고방식이 굳어진 이유는 많다. 색다른 마케팅을 시도하다 실패를 했던 경험도 있을 테고, 질병을 치유하는 약이 상품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여기에 제네릭 판매로 성장한 국내 제약사의 체질 상 기존의 관점을 뒤집고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거다. 무엇보다 제약사의 경영진은 전통을 지켰기 때문에 그나마 성공했다고 믿고 있다는 게 문제다.”

- 유유제약에서 커뮤니케이션 전략 고문을 맡고 있는데, 주로 어떤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나.

“유유제약 컨설팅은 3개월 전에 시작했다. 기존의 틀을 깨기 위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이른바 ‘착한 마케팅’에 도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곧 부모님 자서전 쓰기 캠페인이 열린다.  유유제약의 기업정신을 강조해 나갈 생각이다. 특히 ‘싸우다’라는 컨셉을 심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멍과 싸우다’, ‘피로와 싸우다’ 등 나의 멍과 피로를 위해 대신 싸워주는 영웅 같은 약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없었던 개념이 아니라 아직 보지 못했던 의외성을 발견하는 커뮤니케이션 작업이 진행 중이다.”

- 사람들이 그동안 보지 못하고 지나친 가치를 찾아내 강조하는 게 '관점 디자인'인가.

“앞서 말했듯이 관점 디자인이란 의외성을 추구하는 거다. 유유제약이 국내 제약사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한 빅데이터 마케팅도 의외성을 찾는 작업 중 하나였다. 유유제약 유원상 상무는 멍 연고 ‘베노플러스’ 마케팅에 빅데이터를 활용해 매출을 62%까지 끌어 올렸다. 정확한 세일즈 타깃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아냈다면, 이번에는 세일즈 타깃을 운동선수 같은 새로운 곳에서 찾는 거다. 여기에 명품 마케팅을 도입할 계획이다. 유유제약은 고유 브랜드인 ‘비나폴로’나 ‘유판씨’처럼 종합비타민제나 연질캡슐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출시한 업체다. 이런 제품의 히스토리와 가치적인 부분을 솔기 없이 묶는 명품 마케팅을 시도할 예정이다.”

-제품 마케팅뿐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대응 전략에도 변화가 있나.

“소셜미디어를 ‘읽는 미디어’로 활용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소셜미디어 상의 기업(제품)의 평판조회가 중요해 졌다. 기업의 평판이 나빠지는 단계는 'Issue management, risk taking, crisis management' 등 모두 세 단계다. 초기 단계일수록 대응이 쉽다. 마지막 단계까지 가지 않으려면 소셜미디어를 읽는 장치를 마련해 치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약업체들은 읽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미디어 전략도 기존의 미디어를 'Paid Media'(비용을 지급하는 미디어), 'Owned Media'(기업 자체가 보유한 미디어), 'Earned Media'(소셜미디어 등 제 3자를 통해 평판을 획득할 수 있는 미디어)의 세 가지로 분류해 적절히 활용하는 트리플 미디어 전략을 적용해야 한다.”

-제약사가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짜는데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 있다면. 

“회사를 대표하는 약(제품)을 먼저 선정해야 한다. 대웅제약하면 ‘우루사’, 동아제약하면 ‘박카스’ 등을 보면 대표 제품군이 기업의 이미지를 선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유제약도 대표 약 5가지를 선정했다. 역사와 가치를 충분히 보여 줄 수 있는 5가지 약(베노플러스, 비나폴로, 유판씨 등)을 의외성을 살린 마케팅으로 접근할 생각이다. 특히 대표 약에 광고를 쏟아 붓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방식을 적용해 비용 대비 효율이 높은 마케팅을 선보이겠다.”  

- 의료와 디자인을 융합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제약 마케팅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유유제약 제품군에 예술을 입히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소포장 단위인 캡슐부터 패키지까지 디자인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거다. 소비자 반응이 좋다면 계속해서 디자인 혁신 작업을 벌여나갈 방침이다. 이번 시도가 성공한다면 아마도 제약업계에 디자인 바람이 불지 않을까 싶다” 

- 제약업계 못지않게 의약계도 유연한 사고가 부족해 보인다. 

“일반의약품(OTC)은 계속 늘어나고 대중화되는 약도 많아질 것이다. 그러다보면 약에 대한 접근성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도 일본의 드럭스토어처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약품을 늘리도록 규제를 푸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의사와 약사의 기득권 때문에 의약품 분류가 대중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의약 갈등은 자기 이익을 위한 권위 지키기로 비춰질 수 있다. 권위를 위한 권위를 내세워봤자 공감을 얻을 수 없다.”

-관점 디자인을 적용한 제약사가 어떤 기업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나.

“모든 사람의 격려를 받는 ‘착한 제약사’를 꿈꾼다. 카카오톡 홍보업무를 총괄할 때 루머에 시달린 적이 있었다. 당시 가장 큰 힘이 된건 카카오톡에 애정을 가진 사용자들이었다. 카카오톡은 다른 기업에 비해 착한 기업이다. 고객에게 구매를 강요하는 법이 없다. 카카오톡을 통해 무료로 광고를 하는 기업유저는 카카오톡과 절반씩 수익을 나눈다. 유유제약도 착한 마케팅에 성공해 상생 경영을 하는 기업으로 남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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