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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케어에 역행하는 실손보험청구 간소화...심평원이 왜 거기서 나와?의료기관이 실손보험금 청구 대행 '보험업법 개정안' 또 추진
건강보험료로 운영되는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활용 논란
시민사회·의료계 "실손보험사 이익 대변하는 법안...폐기해야"

[라포르시안] 의료기관이 민간보험사에 환자 의료정보를 직접 전자형태로 전송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이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재추진된다. 시민사회는 이러한 법개정안 건강보험제도를 약화시키고 의료영리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고용진⋅전재수 의원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개정안은 의료기관이 민간보험사에 환자 의료정보를 직접 전자형태로 전송할 것을 의무화하고, 전자서류 전송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하거나 전문중계기관에 위탁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24일 성명을 내고 "이 개정안들은 환자 편의를 위해 실손보험 절차 간소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민간보험사 업무 편의를 봐주고, 손쉽게 정보를 축적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다름아니다"고 지적하며 법안 폐기를 촉구했다. 

보험업법 개정으로 민간보험회사가 환자 의료정보를 전자적으로 손쉽게 수집해 영리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보험금 청구를 위해 전자적으로 제출한 자료는 손쉽게 수집 축적될 수 있고, 전산화된 자료는 민간보험회사가 환자 보험금 지급 거절, 보험료 인상 용도로 사용하거나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고위험군 환자 가입을 거절하는 등 크림스키밍(cream skimming) 행위에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로 운영되는 심평원을 민간보험사의 보험료 청구 업무에 활용하는 것은 공공기관 본연의 책무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실손의료보험 병원 청구대행 정책이 위험한 이유>

심평원은 '국민건강보험법' 관련 규정에 따라 연간 운영 예산 중 약 80%를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하는 부담금으로 충당한다.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에서 재정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라는 의미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게재된 심평원의 '수입 및 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심평원에 지급된 건강보험부담금은 2017년 3700억원, 2018년 3419억원, 2019년 4317억원에 달한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건강보험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인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두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전재수⋅윤창현 의원은 중계기관을 심평원으로 두자고 주장하고 있으나 민간보험사가 해야 할 역할을 심평원이 대신하는 것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일 심평원이 아닌 민간 중계전문기관을 통해 환자 의료정보를 전송하는 것 역시 의료법에 위배된다. 현행 의료법 제21조는 '의료인, 의료기관장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내주는 등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해 놓았다. 

의료기관이 가입자를 대신해 실손보험 청구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실손보험은 개인의 사적 계약에 불과하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급여와 같은 공적 계약이 아닌 사적 계약에 따른 것을 수행할 법적 근거나 명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문제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입법되면 민간보험이 사실상 건강보험 보완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민간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이 공적보험인 건강보험과 경쟁하는 보충형 민간의료보험으로 커지고, 궁극적으로 공적보험제도를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강보험 하나로 걱정없이 치료받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도 어긋난다. <관련 기사: 문재인 케어 추진에도 쑥쑥 커지는 실손의료보험 시장>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통해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오히려 '실손의료보험 활성화' 정책을 동시에 펴는 모순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판매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헬스케어 기기와 건강관리서비스를 연계한 보험상품 활성화를 추진하면서 보험사가 건강관리서비스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의료영리화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우리나라는 전국민건강보험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국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 민간보험으로 커버되고 있는 의료비 부담을 감소시켜야 하는 책무가 있다"며 "그러나 민간실손보험을 공공의료보험 보완재로 여기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문재인 정부가 비급여를 급여화해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높이겠다는 국정과제의 방향과도 상반된다"고 비판하며 보험업법 개정안 폐기를 거듭 촉구했다. 

한편 의료계에서도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다. 

대한의사협회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겉으로 실손보험 가입자의 편리성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의료기관이 보험 청구업무를 대행하게 함으로써 민간보험회사의 환자정보 취득을 쉽게 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국회를 상대로 법안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의협은 의료기관이 실손의료보험 청구서류 전송 주체로 규정하는 것은 ▲불필요한 행정 규제 조장 ▲향후 실손보험사의 이익을 위한 수단 ▲심평원의 임의적 환자 진료정보 남용 및 진료정보 집적화 우려 ▲심평원 개입의 부당성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의사와 환자간의 불신 조장 심화 등 7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청구 간소화라는 이름으로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최소화하고 가입거부를 통해 손해율을 줄이려는 목적"이라며 "민간보험사 이익만을 대변하고 국민에게 불리한 법안은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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