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6년 만에 판결서 담배회사 손 들어줘
공단 "기존 대법원 판결 반복...담배회사에 면죄부"

[라포르시안]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 3곳을 상대로 제기한 500억원대 규모 손해배상청구소송 1심에서 패했다. 소송 제기 이후 6년 만에 나온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제22민사부, 홍기찬 부장판사)은 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인 (주)KT&G, (주)한국필립모리스, (주)BAT코리아(제조사 포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공단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  

법원은 우선 건보공단이 보험급여를 지출한 것을 손해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요양기관에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징수하거나 지원받은 자금을 집행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보험급여를 지출해 재산 감소나 불이익을 입었더라도 법익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담배소송에서 중요한 쟁점 중 하나인 흡연과 폐암 간의 인과성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질병(폐암 중 소세포암 등과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 등)이 개개인의 생활습관과 유전, 주변 환경, 직업적 특성 등 흡연 이외의 다른 요인들에 의해 발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비흡연자들에게도 소세포암이나 편평세포암 등의 질병이 발병된 사례가 확인됐기 때문에 이 사건의 발병이 특이성 질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건보공단은 2015년 4월 14일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 등 국내외 담배회사 3곳을 상대로 537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537억원이란 손해배상금은 2001년부터 2010년 사이에 폐암(소세포암·편평상피세포암)과 후두암(편평세포암)에 걸린 환자 3,484명(흡연 이력이 확인된 사례)의 진료비 중 건보공단이 의료기관에 지급한 급여비를 계산한 것이다.    

담배는 국민 개개인의 건강은 물론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문제임에 따라 흡연의 위험성과 폐해를 은폐‧왜곡해온 담배회사들의 책임을 규명하고, 흡연관련 질환으로 누수된 건강보험재정 지출을 보전하기 위한 취지이다. 

6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공단과 담배회사 간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나온 이번 판결은 개인 흡연자들이 KT&G(옛 담배인삼공사)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담배소송에서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준 기존 대법원 판단을 그대로 반복한 것으로, 결과적으로 담배회사들에게 또 한 번의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공단은 지적했다. 

1심 선고 관련해 공단은 “이번 소송에서 보건의료전문가들과 관련 단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방대한 증거자료를 법원에 제출되했음에도 기존 대법원 판결이 반복됐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향후 판결문의 구체적인 내용을 면밀히 분석한 후에, 항소 여부를 결정 할 것”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