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서울의료원 故 서지윤 간호사 산재 인정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노동현장서 한계...법개정 필요"

[라포르시안] '태움(직장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의료원 소속 고(故) 서지윤 간호사에 대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고인의 유족과 '고(故)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5월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지사에 산업재해 판정을 신청한 지 6개월 만이다.

10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심의 회의를 열고 유족과 대리인의 진술 청취, 관련 자료 검토 등을 거친 결과 고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위원회는 "서지윤 간호사가 업무 및 직장 내 상황과 관련해 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이 인정되고,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됨에 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서울의료원에 근무하던 서지윤 간호사는 지난해 1월 5일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서 간호사의 죽음에 대해 전국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등은 직장내 괴롭힘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해왔다.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서지윤 간호사의 산재인정을 환영하며, 더이상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해 안타까운 목숨이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개정 등의 제도개선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은 2018년 2월 서울아산병원 故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 이후 병원내 태움 문화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입법이 추진됐다. <관련 기사: "간호사를 연료처럼 태우지 마라"...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16일부터 시행>

작년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정 근로기준법은 직장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했다.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과 발생 시 조치에 관한 사항 등을 정해 취업규칙에 필수적으로 기재하고 사업장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작성·변경한 취업규칙을 법 시행 전에 신고하도록 했다. 취업규칙을 신고하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병원을 비롯한 각 사업장(상시 근로자 10인 이상)은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 전까지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과 발생 시 조치에 관한 사항 등을 정해 취업규칙에 필수적으로 반영하고 이를 사업장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노동현장에서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연대본부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현장에서는 여러 형태의 괴롭힘이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직장내괴롭힘 금지법이 가지는 한계를 마주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직장내괴롭힘 피해자를 대변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의료연대본부가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조합이 있다'고 응답한 집단에서 법 시행 이후 직장내괴롭힘이 줄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62%였다. 반면 '노동조합이 없다'고 응답한 집단에서 법 시행 이후 직장내 괴롭힘이 줄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24%에 그쳤다.

의료연대본부는 "직장내 괴롭힘 사건 조사 및 해결과정에서 조사가 철저히 될 수 있도록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과정에 불응하거나 방해되는 행위가 있을 시 처벌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업장이 사후조치 이행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필요하다.

의료연대본부는 "직장내괴롭힘 금지법에는 사건 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 이행을 강제하는 내용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조사결과 이행에 대한 상급단위(공공병원의 경우 지자체,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에서 조사결과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