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희('2020년 보령학술상' 최우수상 수상자, 성균관대 의대 혈액종양내과 교수)

[라포르시안] 대한종양내과학회에서는 (주)보령제약의 후원으로 임상암 연구 분야의 우수한 논문을 선정해 '대한종양내과학회-보령학술상'을 시상해 연구의욕을 고취시키고 학술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이 상은 2010년부터 “한국임상암학회-보령학술상”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11회째 이어오고 있다. 올해 보령학술상 최우수상 수상자로는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가 선정됐다. 라포르시안은 박연희 교수와 보령제약 메디칼본부장 김봉석 전무의 대담을 통해 박 교수 연구의 학술적 의미와 향후 유방암 치료의 방향성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주>

사진 왼쪽부터 보령제약 메디칼본부장 김봉석 전무,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
사진 왼쪽부터 보령제약 메디칼본부장 김봉석 전무,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

김봉석 전무(이하 ‘김’) : 안녕하세요! 박연희 교수님, 먼저 보령학술상 최우수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아울러 바쁘신 와중에도 대담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논문제목을 보면 ‘A randomized phase II study of palbociclib plus exemestane with GNRH agonist versus capecitabine in premenopausal women with hormone receptor-positive metastatic breast cancer’입니다. 제목이 길고 일반인이 보기엔 어려운 면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연구 내용에 대한 소개와 연구결과가 갖는 의미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박연희 교수(이하 ‘박’) : 이번 연구를 준비해서 제안하는 데까지 3년, 그 이후에 실제 임상시험 마무리까지 3년이 더 걸렸습니다. 연구를 준비하는 당시 사이클린 의존 키나아제 억제제(cyclin dependent kinase inhibitor, 이하 CDK 억제제)가 나오기 시작했고, 항호르몬제제와 복합요법으로 치료효과의 향상을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시행된 연구가 폐경 후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많은 폐경 전 유방암 환자에 대해서는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폐경 전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우리나라에서는 세포독성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해 왔던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국제학회에서 이야기할 때 ER 양성/HER2 음성 유방암에 있어서 항호르몬 요법을 해야 하는데 세포독성 항암화학요법를 한다는 이유로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는다고 항상 공격받아 왔습니다. 이같은 배경에서 본 연구 결과를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공격적이고 예후가 불량한 폐경 전 전이성 유방암에서 CDK 억제제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밝힌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 연구 결과가 폐경 전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의뢰자주도 임상시험인 'MONALEESA-7' 연구와 함께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의 같은 세션에서 발표와 토론이 됐기 때문에 저는 굉장히 뜻깊고, 아시안 폐경 전 유방암 치료법에서 쟁점을 제기하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추가적으로 해당 연구는 국내 14개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등록했습니다. 이 중 중소 규모 병원 그리고 신진 유방암 연구자들이 신약을 경험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 분과의 여러 선생님들이 도와주셔서 이룬 결과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더불어 상을 주셔서 보령제약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그렇다면 이번 연구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성과와 실제적으로 환자들에게 어떤 이익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연구 결과가 젊은 폐경 전 ER 양성/HER2 음성 유방암 환자에게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까요?

 : 저는 가장 중요한 점이라 생각하고, 우리가 연구를 통해 가장 얻고 싶은 부분이지만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습니다. CDK 억제제가 6월 1일부터 건강보험급여 적용을 받았는데 폐경 전 유방암은 빠졌습니다. 제약사가 허가를 목적으로 수행한 등록연구(registration trial)가 아니기 때문에 아쉽게도 이걸로 라벨을 바꾸라고 하지는 못하는 겁니다.

MONALEESA-7은 폐경 전 그리고 폐경이행기 진행성 유방암에 대한 위약과 CDK 억제제 연구이고 본 연구는 폐경 전 유방암에서 항암화학요법 중 제일 많이 쓰는 젤로다와 CDK 억제제에 대한 내용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머리가 빠지는 파클리탁셀 대신 젤로다를 사용했는데 생각보다 젤로다가 훌륭한 약이라는 걸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MONALEESA-7 결과를 보고 서양 연구자들에게 초창기엔 비판을 많이 받았어요. 그렇지만 그동안 항호르몬 요법을 쓰지 못했던 우리나라 임상의사 입장에서는 훨씬 더 공격적인 환자군에서 CDK 억제제의 역할이 훨씬 더 돋보이고 또한 생존기간의 우위를 보여준 첫 번째 연구로 편견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습니다.

 : 최근 유방암 항암 치료에 있어서 연구 트랜드와 방향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앞으로 어떤 연구가 진행돼야 하고 혹시 계획하고 있는 새로운 연구가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 연구에서 못 밝힌 것, 왜 더 공격적이냐, 그게 나이와 호르몬 수용체 경로와 관련이 있나 아니면 뭐가 더 있을까? 사실 이런 것을 밝히는 것이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CDK 억제제 내성을 가진 환자군, 가장 대표적인 BRCA 유전자 양성 환자인데 이러한 유전성 유방암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우리나라에서 13%까지 됩니다. 또는 다른 유전자 변이가 있을 때는 2차 치료법에 대한 연구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ext-Generation Sequencing, NGS)을 포함한 가장 중요한 진단기법이 많이 발달했기 때문에 바이오마커와 연관하여 연구가 현재 진행하고 있거든요. 이러한 연구를 통해 조금 더 구체화 시키고 밝혀 나가는게 바로 다음 단계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보령제약도 현재 항암 신약의 제1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Phosphoinositide 3-kinase inhibitor(이하 PI3K 억제제)입니다. PI3K 억제제가 아시다시피 알파, 베타, 감마, 델타 그리고 DNA-PK까지 다섯 종류가 있는데 보령제약의 PI3K 억제제는 감마, 델타 그리고 DNA-PK에 대한 삼중 억제제입니다. 우리가 주의 깊게 보고 있는 내용은 c-myc 억제 효과가 있다는 버입니다. 혹시 이런 부분이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유방암 연구에 접목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보령제약은 항암제 매출에서 국내회사로는 1위이고, 국내 연구자분들을 대상으로 연구자주도임상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 신약에 대해서 확인해야 할 것은 첫째는 효과이고 둘째는 부작용입니다. 선행항암제 1상 임상시험에 경험한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에서 병변은 완전관해를 이뤘지만 면역학적 부작용이 나타나 인슐린 펌프로 조절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C-myc은 다른 경로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내성을 나타낼 수 있는 기전일 수 있어서 그동안 여러 연구에서 특별한 발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만, 여전히 연구를 지속할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보령제약에서도 관심이 있다면 공동 협업에 대한 의향이 있습니다.

 : 마지막 질문을 드립니다. 보령제약이 항암제 부문, 축소한다면 유방암팀과의 협업에 대해 말씀을 해주시고 연구개발에 대한 조언을 주신다면?

 : 타 제약사와 협업에서 아쉬운 경험이 있었는데, 이번 연구도 폐경 전 유방암 환자에서 CDK 억제제 복합요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확인됐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도움을 못 받고 있습니다. 유방암 환자는 약을 한 번 쓰면 상대적으로 오래 쓰게 되고, 어떤 신약은 구제요법으로도 충분히 워킹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신약 연구 중간에 독성이 강해 중지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을 안했기 때문에 사장된 예가 있습니다. 근거가 생기면 충분히 구제요법으로도 마케팅이 될 수 있다고 얘기했지만 결국 회사에서 거절하고 그 약의 개발을 중단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 난치병이라서 지금까지 나온 치료제로는 더 이상의 옵션이 없는 환자에게 있어서 '치료 기회'가 곧 '삶의 기회'로 연결될 수 있는 희망이라는 점을 제약회사와 의사인 연구자 사이에서 서로 공유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네,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보령학술상 최우수상 수상을축하드리고, 긴 시간을 할애해 대담에 응해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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