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전국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의사 국가고시에 응시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면서 발표한 짧은 성명서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집단행동 과정에서 혼란과 우려를 느꼈을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유감 표명은커녕 지금이라도 의사국시에 응시하는 게 당연한 듯 표현하고, 오히려 국민의 지지를 당부한다는 내용으로 한 문장으로 성명서가 채워졌기 때문이다.

전국 40대 의대·의전원 본과 4학년 대표들은 24일 공동성명을 통해 "의사 국가시험에 대한 응시 의사를 표명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국민 건강권이 위협받고 의료인력 수급 문제가 대두되는 현시점에서 우리는 학생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옳은 가치와 바른 의료를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건강한 의료 환경 정립에 있어 국민 여러분의 소중한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며 "우리나라의 올바른 의료를 위해 노력하는 정부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이 성명을 놓고 SNS나 관련 기사 댓글에는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스스로를 특권층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 "국시를 볼테니 준비하라는 식으로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 같다", "이미 시험 접수가 끝났는 데 자기들이 보겠다하면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무슨 특권의식인지 모르겠다" 등의 비난 여론이 봇물을 이뤘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의대생 성명에 대해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올 정도다. 어느 의사는 성명서가 '고자세 어조'로 오히려 국민 여론만 악화시켰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사실 의대생은 전공의와 함께 의사파업 선봉에 섰지만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집단행동이 의료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게 한 부분은 전혀 없다. 

다만 의대생들이 재응시 기회를 원한다면 집단행동 과정에서 국민에게 혼란과 우려를 끼친 데 유감을 표명하는 게 먼저다. 동시에 의사국시 재응시 기회 부여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양해를 구해야 한다.

여기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거두절미하고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 의사를 표명한다'는 모호한 말로 시작하는 성명은 마치 '우리가 의사국시에 응시해 주겠다'는 식의 오만한 태도로 비칠 수 있다. 

국가시험은 수많은 직종과 자격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치르고 있기 때문에 의사국시에 추가 응시 기회를 부여하는 건 다른 국가시험을 준비하고 치르는 이들과 견줘 볼 때 형평성과 공정성에 위배된다. 앞서 두 차례나 접수 기간 연장을 통해 재응시 기회를 줬음에도 스스로 응시하지 않았다.

의대생들이 뒤늦게 의사국시 응시 의사를 표명했더라도 정부가 재응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선 국민 동의와 양해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국민을 향해 유감 표명과 양해를 구하는 대국민 사과는 굴욕스러운 일로 여기면서 자신들에게 국가시험 재응시 기회를 부여하는 건 당연하다고 착각하는 게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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