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와 보건지소 선심성 일반진료·고질적 구인난·장거리 출퇴근 등 꼽아

김창훈 전남 함평군의사회 총무이사.
김창훈 전남 함평군의사회 총무이사.

[라포르시안] 지역 소도시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한 개업의가 지방의 의료 접근성과 양질의 의료 공급이 부족한 여덟 가지 이유를 지적했다. 

김창훈 전남 함평군 한빛의원 원장(사진, 함평군의사회 총무)은 지난 23일 발간된 '의료정책포럼' 최근호에 '시골에 실제로 의사가 부족할까?'란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김 원장은 기고문에서 "시골에 실제로 의사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의사와 의료기관은 포화상태이며, 새로 개원할 자리를 찾기가 힘든 실정"이라고 지역 의료의 실태를 전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인구 3만 2,000명 규모 함평군에는 14개의 개인 의원이 있다. 원래는 17개였으나 4곳이 경영악화로 폐업하고 1곳이 개업해 14개로 줄었다.

전문과목별로는 일반과, 가정의학과, 응급의학과, 내과, 흉부외과, 외과 등 다양한 편이며, 과거에는 산부인과와 정형외과도 있었다. 

이처럼 다양한 전문과목을 가진 의사가 함평군에 있지만, 건강검진을 담당하는 내과를 제외한 모든 의원이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와 일차진료, 통증, 물리치료 위주 진료를 하고 있다.  필수의료를 담당할 전문의는 있지만, 전문과목을 살리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김 원장은 시골에서 의료기관 경영이 힘든 이유로 ▲진료를 주 업무로 하는 보건소 운영 ▲병·의원 입지 선정 어려움 ▲고질적 구인난 ▲노인환자 외래정액제 문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규제 ▲장거리 출퇴근 ▲군청 복지과의 규제 ▲비싼 치료는 도시에 가서 받는 환자 등을 꼽았다.  

현재 함평군에는 14곳의 개인의원, 1개의 소형 병원급 기관과 2개의 요양병원이 운영되고 있다. 이에 반해 함평군에는 보건소와 보건지소, 진료소 등 진료업무를 담당하는 공공의료 시설이 30개 가까이에 달한다.

김 원장은 "의약분업 예외 지역의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에서는 약제비가 모두 무료인데, 거기에 더해 보건소에서는 이동식 진료센터라고 하는 버스에 각종 검사기기를 싣고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물리치료사 등과 동행해 매일 마을을 돌아다니며 마을회관에 환자들을 모아서 진료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함평군 의료기관들은 지속적으로 환자 감소를 겪고 있으며 경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선심성 행정이 시골지역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경영을 더욱 힘들게 하고, 의료사각지대를 더욱 넓히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골 지역에서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등의 인력을 구하기가 상당히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도시 지역에 비해 더 높은 급여와 교통비나 숙소 지원비 등의 추가 비용이 든다. 이런 점은 시골 지역에서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사들의 경영난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김 원장은 "지금까지 열거한 사항은 12년간 시골에서 진료하면서 직접 보고 느낀 시골 지역 의료기관의 현실"이라며 "이런 문제 때문에 시골 주민들은 '왜 시골에는 특정 전문의가 없냐'고 물만을 품게 되고, 의사가 부족하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은 '시골에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실제로 부족하지 않았으며, 지금도 부족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김 원장은 "이러한 여덟 가지 이유로 인해 의사들은 시골에 가는 것을 기피하는 것이 사실이며, 혹시 오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환자들의 불만을 해결할 수 있는 의료를 행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며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시골에 있는 환자 필요에 맞추다 보니, 그리고 여러 규제와 여건 때문에 할 수 있지만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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