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씻기·마스크 착용·거리두기 등 영향으로 바이러스 감염질환 크게 줄어

[라포르시안]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주의보는 의료기관을 방문한 독감 의심환자가 외래환자 1000명당 일정 수(2019∼2020절기 인플루엔자 유행기준 외래환자 1000천명당 5.9명)를 넘어서면 발령한다. 보통 전년도 11월 중순이후부터 12월 초 사이 발령한 독감 유행주의보는 이듬해 5월 말~ 6월 초쯤 해제된다.

2019∼2020절기 독감 유행주의보는 이례적으로 3월 말에 해제됐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손씻기와 기침예절 등의 개인위생수칙을 적극 실천한 덕분에 이번 겨울철에 인플루엔자(독감) 환자가 크게 감소했고, 유행주의보도 이전보다 12주나 빨리 해제된 셈이다.

독감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생활방역 수칙 준수가 일상화하면서 다른 감염병 발생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매년 여름철에 바이러스 감염으로 유행하는 수족구병과 안과 감염병 발생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감염병포털'의 감염병 통계 자료를 보면 콕사키바이러스나 엔테로바이러스 등 장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수족구병 표본 감시결과 외래환자 1000명 당 환자 수가 예년과 비교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수족구병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인 7월 중순(29주차)을 기점으로 외래환자 1000명당 환자 수를 보면 2017년 28.3명, 2018년 31.8명, 2019년 66.4명에 달했지만 2020년 29주차에는 1.1명에 불과했다.

수족구병 환자 발생이 급감한 이유는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개인위생수칙 준수와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서 집단생활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예방백신이 없는 수족구병은 감염 예방 및 전파 방지를 위해 올바른 손씻기 등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수족구병 외래환자 1000명당 의사환자분율. 표 출처: 질병관리청 감염병포털.
수족구병 외래환자 1000명당 의사환자분율. 표 출처: 질병관리청 감염병포털.

여름철 대표 질환인 결막염 등 안과 감염병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데노바이러스가 원인인 급성 유행성 각결막염의 경우 8월 말(35주차) 기준으로 외래환자 1000명당 환자 수가 2017년 28.1명, 2018년 40.3명, 2019년 21.4명 수준이었다. 그런데 올해 35주차(8월 23~29일)에는 외래환자 1000명당 발생 환자 수가 10.3명으로 감소했다.

유행성 각결막염을 예방하는 방법도 기본적으로 코로나19 생활방역 수칙과 동일하다. 손 씻기를 생활화하고, 씻지 않은 손으로 눈과 얼굴을 만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손 씻기 생활화와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생활하는 것은 물론 올해는 실내 수영장이 상당기간 문을 열지 못한 것도 유행성 각결막염 발생이 줄어든 주요인으로 보인다.

유행성 각결막염 외래환자 1000명당 의사환자분율. 표 출처: 질병관리청 감염병포털.
유행성 각결막염 외래환자 1000명당 의사환자분율. 표 출처: 질병관리청 감염병포털.

바이러스성 급성호흡기감염증 환자도 크게 줄었다.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포본감시 주간소식지를 보면 2019년 36주차(9월 1~7일)에 아데노바이러스와 리노바이러스 등 바이러스성 급성호흡기감염증 환자 신고는 1,190명에 달했다. 반면 2020년 36주차(8월 30일~9월 5일)에는 바이러스성 급성호흡기감염증 환자가 86명에 그쳤다.

마이코플라즈마균 등 세균성 급성호흡기감염증 환자도 2019년 36주차에는 272명이 신고됐지만 올해 36주차에는 14명에 불과했다.

올해는 독감 유행도 예년에 비해 크게 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생활방역 수칙이 독감 예방 수칙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겨울철을 보낸 남반구 지역에 속하는 칠레, 아프리카, 호주, 뉴질랜드 등의 국가에서는 예년과 비교해 독감 유행이 극히 미미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이동제한과 개인위생수칙 강화가 독감 유행 억제에도 크게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마찬가지로 북반구에 속하는 우리나라도 올 겨울에는 독감 유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추측된다.

코로나19 유행이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이 감염병 예방을 위한 가장 강력한 '셀프백신'이란 점이 확인시켜 준 셈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종식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고 코로나19와 함께 안전하게 살아가는 일상과 건강 습관을 정착시키고 생활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마스크가 '셀프 백신'이고 안전벨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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