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작업 환경이 아닌 일상 생활에서도 저농도 수은에 만성 노출되면 고지혈증과 간 수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많은 연구를 통해 수은에 고농도로 노출되면 신경계에 독성 영향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지만, 일상적인 노출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뚜렷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아주대병원은 직업환경의학과 박재범 교수, 이승호 연구강사가 서울대 김성균 교수, 세종대 김진희 교수 등과 함께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전국에서 표본 추출한 성인 6,454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국민환경보건기초조사 자료를 이용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대상자의 평균 혈중 수은 농도는 3.11µg/L이고, 4명 중 1명(25%)은 수은의 건강영향 기준치(HBM-I, 5µg/L) 즉, 이상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최고 농도를 초과했다.

이런 혈중 수은 농도는 미국 NHANES, 캐나다 CHMS, 독일 GerES 등 선진 국가가 주도한 바이오모니터링 연구결과와 비교해 약 3~5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연구팀은 "한국인의 혈중 수은 농도는 지난 10여 년 동안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선진 국가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주 원인은 생선 섭취인데, 수은이 체내에 들어오면 메틸레이션(Methylation) 되어 가장 독성이 높은 메틸수은 형태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에 먹이 사슬 꼭대기에 있는 생선류인 상어, 참치, 연어 등은 너무 자주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연구팀은 전체 대상자 6,454명을 고지혈증 여부와 간 수치에 따라 그룹을 나눠 혈중 수은 농도를 비교했다.

혈중 지질 검사(총 콜레스테롤 - HDL 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를 분석한 결과, 전체 대상자 중 3,699명(57.3%)이 고지혈증으로 확인됐다. 

고지혈증 그룹에서 남성의 평균 혈중 수은 농도는 4.03µg/L, 여성은 2.83µg/L이고, 정상 집단의 남성은 3.48µg/L, 여성은 2.69 µg/L로, 고지혈증 집단의 혈중 수은 농도가 유의하게 높았다.

간 기능(ALT, AST, GGT) 분석결과, 대상자 중 1,189명(18.4%)이 간 수치 상승으로 확인됐으며, 이들의 평균 혈중 수은 농도는 남성 4.36µg/L, 여성 3.25µg/L이고, 정상 집단의 남성은 3.64µg/L, 여성은 2.70µg/L로, 역시 간 수치 상승 집단의 혈중 수은 농도가 정상 집단에 비해 높았다.

특히 성별, 나이, BMI(체질량지수), 흡연, 음주 등과 함께 개인별 복용약의 영향을 고려한 뒤에도, 혈중 수은이 1µg/L 증가할수록 고지혈증의 발생과 간 수치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각각 11%, 35%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직업적 노출이 아닌 일반 인구집단, 즉 일상에서 저농도의 만성적인 수은 노출로도 고지혈증 발생 등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밝힌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 7월 국제 학술지 'Toxics' 저널에 실렸으며, 웹사이트 표지 메인 기사로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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